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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연 Nov 14. 2022

영원향

  당신이 할 수 없는 모든 걸 제가 다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게 먼저 보여 주세요.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산악 열차를 타고 멀리 떠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과일을 돌려 깎으면서 그것이 생각을 묶을 리본이 될 때까지.


  가능하지 않은 걸 모두 실행하면서.

  실패한 실험을 모두 기록해서 네게 보여 주려고.


  그분은 저보다 이걸 더 사랑했어요. 어서 가져가시고 다시는 볼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부모도 그들과 같다.

  황금빛 보리를 헤치고 한 무리 사람들이 구시대에서 도망치고 있다.


  지퍼가 닫히고 나면 바지는 다시 잠잠하다.

  잠잠한 사이 바지는 생각한다.


  이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눈앞의 이미지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있다.

  눈과 코와 입이 같고 눈과 코와 입이 다르다. 공통점이 있다면 차이점에서 사랑이 시작된다.


  겨울 수축과 여름 팽창의 마음으로 심장이 뛰고 있다.


  기다리던 것이 눈앞에 멈춰 서서 문을 열고 기다려 줄 때

  그 마음은 마지막으로 남은 복사본이고


  이 마음은 삭제된 원본이야.


  너를 사랑하는 일이 나를 사랑하는 일이야.


  우리는 오픈 소스고 이 세상에 동시에 업로드되었지.

  우리의 소프트웨어를 누구나 개량하고 재배포가 가능하도록


  슬픔이 아름답고 예뻐서 자꾸 생각이 나게.

  그것은 고통이 몸을 포기할 때까지의 수동성.


  능동성은 지금 나를 벗어나 당신이 보고 있는 것.


  나는 네가 구성한 알고리즘이야.

  우리는 연산되고 있는 과정에 있고 이제 결과가 도출될 차례.


  당신들이 찾은 답이 내게서 검산된다고 해서

  우리가 같은 문제일까요?


  장노출로 찍은 네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다.


  그동안 너의 어딘가는 슬퍼한다.

  우리는 이 필름을 똑같이 나눠 가지기로 했다.


  블라인드를 내리고 나면 이 모든 이미지에도 밤이 찾아오고


  스크린의 물성이 빛과 혼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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