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elina Jan 25. 2019

잘못된 큐레이션의 이분법

누구나 아마존이 될 수는 없다

롱테일 vs 파레토

유통사에서 반드시 겪게 될 고민거리다. 유통시장에서 파레토 법칙이란, 20%의 핵심상품(혹은 고객)이 매출의 80%를 차지하니 그 핵심 target에 역량을 집중하자는 것이다.


반면에 롱테일 법칙은, 고객의 성향과 기호가 다변화되면서 나머지 소소한 80%도 모이면 20%보다 오히려 월등한 결과를 낼 수 있기에, 더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로축을 잘 팔리는 상품 순서대로, 세로축을 판매량 기준으로 표를 만들면 20%에 해당하는 "hits"상품과 80%에 해당하는 "niche"상품이 긴 꼬리 모양으로 분포하게 된다.


뭐가 맞을까? 진부한 말이지만 정답은 없다. 사업가의 운영 목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top플랫폼으로써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롱테일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세계 Top 유통사 아마존이 겪은 일이며, 그 이후 아마존은 소수가 찾는 상품이라도 모든 상품들을 충실히 구비하기 위해 노력했다.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아마존처럼 되어야 할까?



다 있으면 당연히 좋지.

내가 유통사에 근무할 때, 롱테일 vs 파레토 사이에서 임원진의 방향이 계속 바뀐 적이 있었다. 초반에는 "우리는 롱테일이다"였다. 명색이 국내 최대 유통사 中 하나인데, 상품 range는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롱테일을 하려면 감당할 만한 시스템과 인력이 따라줘야 한다는 것이다. 커피 하나를 팔더라도 맥심, 카누만 팔다가 레어템 원두까지 구비하려면, 소싱/가격네고/재고관리 등 기본적인 업무 부담이 크게 올라간다.


그래서인지, 상품들은 다양하게 깔려있는데 관리는 안되는 경우가 파다하다(재고가 없다던지, 가격이 잘못됐다던지 등). 어설프게 상품range만 확대했다가 cost만 확대되는 등 일련의 부작용을 겪고는, 다시 파레토 법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영방향이 바뀌곤 한다. "됐고, 잘 팔리는걸 확실히 잘 팔자!"



재미는 있는데 보람은?

고백하건대, 실무단에서 단순히 매출이 아니라 상품개발 역량을 키우면서 보다 재밌게 일할 수 있는 쪽은 롱테일과 파레토 중 단연 '롱테일'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찾고 그 상품을 원하는 고객을 선점하는 과정을 통해 상품과 시장을 보는 눈이 생기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큐레이터'로서의 역량을 갈고 닦을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인정받기 힘들다. 티가 잘 안나기 때문이다(10개를 소싱하여 구비 해 두어도, 1개가 없으면 그건 흠이 된다. 있으면 본전). 그렇다고 검증되지 않은 롱테일 상품을, 잘 팔리는 파레토 상품보다 우선하여 마케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공수는 동일하게 투입되지만 이에 따른 보상과 성과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확실한 인력/물적 투 없이 롱테일을 오래 유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둘 다 큐레이션은 아니다.

판매량에 따른 상위 20%만 집중하는 파레토, 뭘 고를지 몰라 다 준비하는 롱테일 둘 다 엄밀히 말해 큐레이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앞서 말했듯 그나마 롱테일이 큐레이션의 역할을 일부 할 수는 있겠으나, 사전적으로 양적인 측면에서 모든 것을 구비한다는 것 뿐이다. 큐레이터의 '선택'에 따라 구비된 상품들을 보고, 그의 주관적 취향, 신념, 고민의 흔적이 느껴져야 한다. 그게 제대로 된 큐레이션이다.


단순히 고객의 선택지를 제한하거나 늘리는 것이 큐레이션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유통 종사자들은 알아야 한다. 선택지를 미리 예측 및 제안하여 고객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 해 주거나, 아예 생각지도 못한 New Range를 알려주는 것, 이 정도는 되어야 큐레이션 축에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필히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기계 vs 사람, 누가 더 훌륭한 큐레이터 인가?" 모두가 고민 해 봐야 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