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elina May 03. 2019

큐레이션은 누가 하면 좋을까

Data가 하거나 or 사람이 하거나


스토커 or 점쟁이


따뜻해진 날씨에 봄맞이 신발 구경하려고 '단화' 검색 한번 해 봤다가, 그 이후 내내 따라다니는 신발 광고 배너들. 누구나 이런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마치 "피할 수 있으면 피해 봐"라고 말하는 듯, 스토커처럼 모니터 속 나를 쫓아다니는 광고들. 그렇게 시달리다보면 설사 필요한 상품이라도 반발심에 끝까지 클릭 안 하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무식하게 들이대는 기계적 큐레이터의 구애에 질려버리다가도, 유튜브에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컨텐츠가 알아서 올라올 때나, 쇼핑몰 화면에 내가 찾으려 했던 상품이 단박에 올라오면 흠칫 할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고객의 선택지를 제한(파레토)하거나 늘리는 것(롱테일)이 큐레이션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이전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선택지를 미리 예측하여 제안함으로써 고객의 시간과 노력을 절약 해 주거나, 아예 생각지도 못한 New Range를 제안해야 한다. 그것이 큐레이션의 정석. 그렇다면 큐레이션은 기계(data)가 더 잘할까, 사람이 더 잘할까?




기계와 사람, 큐레이션 방식의 차이


<Data> 
객관적, 근거에 따른, 검증을 기반으로 학습하는

<사람>
주관적, 경험에 따른, 믿음을 기반으로 개성을 만드는


data는 사심이 없다. 내가 클릭하거나 검색한 키워드에 맞추어 가장 유사한 순서대로 제1,2,3안들을 제안한다. 예상과 다르게 내가 358안을 선택했다면, 그 예외상황 역시 data는 기록하고 학습하여 진화할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보수적이고도 안정적인 베이스에서 표본을 제시할 뿐, 처음부터 모험을 하지는 않는다. 


반면, 사람은 다르다.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창조의 유무다. data는 기 존재하는 수십만개의 선택지 중 최적의 답을 선별 해 내는 역할은 하지만 만약 그 수십만개 중에서도 답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최대한 유사한 솔루션을 제시한다. 하지만 사람은 수십만개를 빠르게 선별할 수는 없어도, 답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벤져스에 등장한 1명 인물에 대해서만 리뷰를 보고 싶을 때, 전체 리뷰 중 해당 1명의 비중이 가장 높은 순서대로 리뷰를 보여주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가장 만족도가 높은 큐레이션은 그 1명에 대한 리뷰만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이다. 즉, 창조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창조란, 100% 순수하게 아예 없던 것을 만드는 개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요즘 '크리에이터'로 칭해지는 유튜버들을 잘 살펴보면 음식에 대한 리뷰, 게임 리뷰, 드라마 명대사 모음, 영화 분석, 인기 명소 방문기 등 순수 크리에이터라기보다는 비평가나 큐레이터 성격에 가깝다.



이제 창조성과 큐레이션의 경계는 그 어느 때보다 모호해졌다. (중략)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선택해 혼합하는 것을 허용하는 '신절충주의'라는 유산을 남겼다. 마치 천으로 조각을 이어가듯 여러 문화의 단편을 혼합하는 방식은 이제 보편화됐다. (중략) 셰익스피어의 경우 대부분의 작품을 그가 직접 쓰지 않았다. 대신 여러 가지 문학 작품을 조합해 일종의 재구성 형식으로 만들어냈다.
『큐레이션』p.278



즉, 큐레이션은 더이상 주어진 선택지들을 단순히 추린다(selecting)는 좁은 개념에서 벗어나, 창조의 개념으로 확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기서 함축된 흥미로운 포인트가 나온다. 바로 나 스스로 큐레이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의 주관적 관심에 따라 컨텐츠를 절충하여 큐레이팅(making)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 큐레이팅된 컨텐츠들을 data는 또다시 큐레이션(selecting)하여 정렬 배치한다. 그 배열 속에서 insight를 얻어 다시금 종합된 창조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 이것이 현 디지털시대의 큐레이션 양상에 가장 가까운 구조가 아닐까 싶다.


흩어진 raw content들을 조합하고 재창조하는 역할은 data가 아닌 사람이 한다


결국, 큐레이션은 누가 하면 좋을까에 대한 정답은 "둘 다"이다(너무 뻔한 답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결과가 아주 재미가 없거나, 아니면 결과를 내는 데까지 효율이 매우 떨어질 것이다.


인공지능이 제 아무리 선별(selecting)하더라도, 선별 할 후보 답안(pool)들을 창조 해내는 데에는 아직 사람의 능력을 따라오지 못한다. 철저히 data에 의해서만 니즈를 분석하여 상품/서비스를 만들어 냈다면 애플의 아이폰 같은 건 나오지 않았거나 한참 걸렸을 것이다(스티브잡스는 고객을 data에 의해 분석하여 결과를 만들어냈다기 보다, "고객은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관점으로 마치 구원자적인 관점으로 혁신적인 상품/서비스를 만들어 제안했었다).


디지털시대가 더 심화될 수록 data가 알아서 판단해 주니 생각을 덜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인문학적이고 쌩뚱맞고 상상력이 깊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어떻게보면 역설적이지만). 그래야 data의 효율적 기술을 back up 받더라도, 매번 흥미롭고 재밌는 큐레이션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 10화 잘못된 큐레이션의 이분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