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습관과 에코백의 관계
첫째가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부지런히 책을 읽어주었다.
발달 시기에 따라 유명하다는 전집은 빠지지 않고 다 사들였다.
그걸 빼먹으면 발달이 늦어질 것처럼.
말이 느렸던 첫째에게, 첫 영어 노출은 5-6세쯤 영어 그림책을 통해서였다.
주변에 새롭게 생긴 도서관에 영어 책이 많아서 신나게 빌려서 읽어 주었고,
나도 그게 그 시기의 낙이었다.
지금도 매주 도서관에 가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빌려서 언제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첫째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하진 않았다. 초2인 우리 첫째는, 아직도 학습만화에서 웃긴 그림만 찾는 아이이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학습만화일지언정 그걸 보겠다고 조용히 앉아서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하다. (그동안의 내 노력과 물질적 투입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
둘째는 말할 것도 없다.
4살이 된 둘째는, 아직도 돌 무렵 사줬던 아람 자연관찰책을 반도 못 보았으니 말이다.
둘째는 책을 읽어줄라치면 도망을 가버린다.
최근에는 둘째가 꽂힌 몇 가지 소재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 그림책을 간간히 보기는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내가 억지로 펴고 우와!! 재밌네!! 하고 난리부루스를 해야 겨우 한번 눈길 줄까 말까 한다.
그런 아들 둘에게 책을 더 이상 강요하고 싶진 않다.
책을 읽으면 좋기야 하겠지.
그런데 더 이상 '입 벌려라~ 떠먹여 줄게~' 할 순 없다.
무심하게 읽을만한 거리를 툭 던져놓고(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으로) 읽으면 읽는 거고 아니면 말고.
그 정도의 자세로 독서를 대한다.
엄마가 열심히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이면, 너도 언젠가는 읽겠지.
그런 기대조차도 하지 않는다.
그냥 나는,
내가 읽고 싶은 것을 읽을 뿐이다.
독서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아이들의 선택일 것이다.
나는 도서관에 가면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도서관에서 내가 가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읽으며 꿈을 키워갔고, 대학교 자취생활 때도 자취방보다 학교 도서관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으니 말이다. 지금도 이사 갈 때는 도서관이 근처에 있는가, 그 도서관은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도서관인가가 나의 중요한 새집 고르기 포인트이다.
나는 그간 아이들의 전집을 사는데 몇십만 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내가 보고 싶은 단행본 한 두권 사는 데는 수십 번 고민을 한 것이 억울하긴 하지만, 그렇게 큰맘 먹고 산 단행본은 몇 페이지 읽다가 집에 전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반납 기한이 있으니 조금 더 부지런하게 읽게 되는 경향이 있다. 집 근처에 큰 도서관이 두 개가 있어서, 양쪽을 번갈아가며 다니면서 아이들 책 몇 권과 내가 읽을 만한 책 3-4권을 꼭 2주에 한 번은 빌린다. 한때는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기도 했었지만 나는 확실히 종이책을 보는 것을 선호한다.
책을 보겠다는 결심이 들었다면, 하루에 1페이지라도 읽을 수 있게 매번 책을 소지해야 한다. 나의 경우, 둘째 발달 센터에 갈 때도, 약속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을 때도, 무언가를 하다가 시간이 애매하게 떴을 때도 책을 볼 수 있도록. 휴대폰만 있어도 전혀 지겹지 않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365일 "내가 읽고 있는 책", 진행 중인 책이 꼭 한 권이상은 있도록 한다. 혹시나 책을 들고 가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서 차에도 두꺼운 책 한 권을 비치해 두었다.
안 그래도 가방 속에 이것저것 다 싸들고 다니는 보부상 스타일인 나는,
가방에 꼭 단행본을 한 권과 아이패드를 챙겨 다닌다.
읽고 싶을 땐 읽고 쓰고 싶을 땐 쓰고.
나에게 둘째와 가볍게 집 앞 산책을 갈 때 정도를 제외하고는 미니백은 다른 세상 이야기이다.
이렇게 책과 아이패드를 꼭 챙겨야 하니 가방이 무거워서는 안 된다.
명품가방도 안된다. 늘어지든 찢어지든 상관없는 막 쓸 가방이어야 한다.
가방 무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에코백이 딱이다.
어느 행사의 기념품으로 받은 에코백도 좋고,
때론 일부러 1-2만 원 주고 좀 더 탄탄한 에코백을 사는 사치를 부리기도 한다.
내 독서습관으로 본의 아니게 우연히 얻어걸린 것은,
주말에 종종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가는 엄마와 동행해 주는 첫째가,
스스로 책을 몇 권 골라 빌려오기도 한다는 점.
그 정도면 꽤 성공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