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어디서 하나요?

하기 편한 데서 합니다. 타임푸어의 생존을 위한 운동.

by 메이

3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운동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은 한눈에 티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냥 죽기 살기로 굶어서 살을 쪽 빼서 예쁜 나이는 30대 초반이 끝이다. (죽기 살기로 다이어트를 해서 날씬하게 살을 뺀 적도 없지만)


158cm의 작은 키에 55kg 전후의 통통한 20대로 살던 내가 첫째를 낳고 갑자기 10킬로가량 빠졌다.

점점 야위여 가는 모습에 엄청 기뻐했는데(다들 출산 후에 살이 찌는데 나는 빠지다니!!), 알고 보니 불규칙적인 식습관으로 인해 위궤양에 걸려 잘 먹지 못해 살이 빠진 것이었다.

그때부터 본의 아니게 40킬로 후반대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몸무게와는 무관하게 남편보다 두꺼운 허벅지의 셀룰라이트며 흐늘흐늘 팔뚝살은 그대로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걸 없애고자 운동하는 것은 아니다. (없어지지도 않더라...)

체력을 위해.

정말... 살기 위해.

아들 둘, 그것도 좀 양육 난도가 높은 아들 둘을 키우며 일하다가 내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

생존을 위한 운동을 하는 거다.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어도, 제대로 운동할 여유가 정말로, 정말로 없다.

다만 나는, 걸음수 표시되는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걷는다. 일단 걷는다.

작년엔 내 교무실이 1층이라, 수업이 있는 5층까지 걸어 올라간다.

4층쯤 올라가면 때론 어지럽다. 그래도 힘을 낸다.

점심시간에도 식사 후 걷는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며 걷거나 동료교사들과 함께 걷는다. 마치고 집에 올 때쯤 5000보 정도 된다.

퇴근 후 육아 출근하면, 놀이터로 간다. 또 걷는다.

4살의 둘째가 자전거를 타는 날이면 뛰기도 한다. 가볍게, 조깅하듯.

놀랍게도 둘째를 쫓아다닌 날에는 만보를 훌쩍 넘긴다.

워킹맘으로 살 땐, 하루 만보를 걸은 것이 최대치의 운동이었다.


집에서 유튜브를 켜놓고 홈트레이닝을 하려고 해도, 아이들 밥 먹이고, 씻기고, 공부시키고, 재우고 하다 보면 그 잠깐 20분도 유튜브를 통한 홈트레이닝을 할 수가 없다.


그래도, 걷기 자체 만으로도 아주 훌륭한 운동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대인의 좌식 위주 생활에 따른 신체활동 부족은 세계 4번째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보건기구는 신체활동 부족은 한 해 약 320만 명의 사망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산한다. 연구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신체 활동이 부족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 신체 활동 부족 인구의 비율은 남성(23%)보다 여성(32%), 저소득 국가(16%)보다 고소득 국가(37%)가 높다. 만보 걷기가 마치 걷기 운동의 상징인 것처럼 많이들 얘기하지만, 걷기 운동의 효과는 2300보부터 난다고 하니 근무하면서 5000보 걸은 것도, 나름은 애쓴 것이다. (출처 한겨레 신문 걷기 운동 효과 ‘하루 2300보’부터…7 천보 이상이면 효과 ‘쑥’ : 과학 : 미래&과학 : 뉴스 : 한겨레 (hani.co.kr))




올해는 휴직을 하고 요가와 수영을 시작했다.


올해 새로 이사 온 아파트 커뮤니티에 수영장이 있는 것이 수영을 시작한 계기였다.

아이들이 아직 잠에서 깨지 않는 새벽 6시 화, 목요일 주 2회 강습에 등록했다. 시간대가 워낙 일러서 이 운동은 복직하고 나서도 유지가 가능할 것 같다.

새벽 수영의 놀라운 점은, 진짜 일어나기가 너무너무 힘든데 일단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꾸역꾸역 수영가방을 챙겨 수영장에 도착해서 물속에 들어가면, 수영을 오기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수영 다녀온 날 이상하게 에너지가 더 넘친다. 그 기분을 알기에, 일어나기 너무너무 힘들지만 물 한잔 들이켜고 새벽 5시 50분에 수영 갈 준비를 하게 된다.

그렇게 수영을 시작한 지 10개월 차, 접영까지 배웠고, 수영할 기회가 있는 호텔이나 리조트를 가면 아이들을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물속에서 자유로운 나를 발견하며 나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다.


더군다나 수영은

면역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다.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병에 대해 방어력을 올려 효과적으로 예방한다.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심장과 폐기능을 강화하여 호흡을 편안하게 하고 산소와 에너지원을 근육에 공급해 주는 순환계 기능이 발달되어 일상생활을 왕성하게 할 수 있게 한다.

전신 근육을 사용하므로 체중 조절이 되고 균형 있는 몸매라인을 만든다. 언젠가.


아니 그런데, 누가 수영 좋은 거 모르나. 나도 집 근처에 국민체육센터가 있었던 미혼 시절에 수영을 다녔었지만 한동안 다닐 수 없었던 것은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사 온 집의 커뮤니티에 수영장이 없었다면 수영은 나와 정말 상관없는 운동이었겠지. 수영장까지 가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상관없이 지하 주차장 통해서 4-5분. 그러니 가능한 한 운동이 된 것이다.



이 기세를 몰아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의 요가원에도 등록을 했다. 요가는 20대 때부터 조금씩 해왔는데, 나는 헬스나 구기운동보다는 요가를 하고 나면 개운함을 항상 느꼈다. 요가가 가장 나에게 맞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서, 둘째를 낳기 전에도 낳은 후에도 산전 산후 요가를 통해 몸의 균형을 다시 찾으려고 했다. (그땐 코로나가 심할 때라 매일 유튜브를 틀어놓고 요가를 했다.) 지금은, 둘째 아이를 10시 즈음 등원 시키고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요가원으로 간다. 요가원은 그룹강습으로, 요일별/타임별로 다양한 요가 프로그램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운동을 할 수 있다.


5000년 전부터 자세와 호흡을 가다듬어 정신을 통일하고 순화시키고 초자연력을 얻고자 행해졌던 인도의 고유 수행법이었던 요가는,

· 몸의 균형을 바로 잡아주고 유연성을 향상하며 호흡법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가장 큰 장점).
· 기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노화 방지 및 미용에 효과적이다.
· 집중력과 기억력이 증대되고 스트레스 해소에 많은 도움을 준다.
· 체내의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시켜 내장 기관을 튼튼하게 한다.
· 평소 잘 쓰지 않는 근육들을 사용하여 몸의 군살을 없애준다.


몇 달 요가원에 꾸준히 다니다 보니 요가원에서 알게 된 언니들도 친해져서 같이 커피도 먹고 송년회도 하고, 또 누가 안 나오면 서로 연락 오고, 동네 정보도 알려주고 하면서 동네 커뮤니티도 형성되었다. 혼자 운동하는 것 보다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 더 운동에 대한 동기가 생긴다. 그렇게 새벽수영-첫째 아이 등교시키기-둘째 아이 언어치료를 갔다가 등원시키고 바로 요가-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 오전은 끝난다. (바로 첫째가 하교하는 것이 문제...) 집에 왔다가 어중 떠중 시간이 떠서 요가원으로 가기 애매해진다면 또 가지 않았겠지. 항상 동선을 고려해서 요가수업에 최대한 갈 수 있도록 한다. 140회에 7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내기도 했다! 돈을 내 놓고 나니 더 열심히 가게 되는 걸까. 그렇게 운동하는 한 해를 살고 있다.


타임 푸어는,

내가 가장 손쉽게 접근 가능한 곳에서 운동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나에게 맞는 운동 (운동 후 개운함이 있는, 그리고 오래 오래 즐길 수 있는)을 해야 롱런할 수 있다. 운동이 절실하다면 나에게 맞는 운동이고 나발이고 일단 접근 가능성이 높은 곳에서 시작을 해야 한다. 그래야, 그래야만 근근이 해 나갈 수 있다.


타임 푸어들이야 말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기 때문에, 운동을 해야 한다.

지금은 휴직 중이라, 그래도 아이들이 눈 뜨기 전이나 기관에 가 있을 때 운동을 하지만, 복직을 한 후에도 계속 운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새벽 수영, 그리고 퇴근이 늦은 남편이 9시쯤 오면 그때 요가원 마지막 타임의 수업에 가야지.

내가 건강해야 하니까. 내가 살아야 하니까.

그래야 나도, 우리 아이들도, 우리 가족들이 조금 더 행복해 질 수 있으니까.



하고자 하는 자는 방법을 찾고 하기 싫어하는 자는 핑계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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