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저도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올해는 복직하고도 병원을 참 많이 다녔다.
이번 병원은, 유튜브로 유명하신 박소영 원장님께서 압구정에 개원한 모아소아정신과.
역시 개인 병원이라, 쫓기지 않고 차분하게 많은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만 5세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저희 맑음이, 정말 많은 발달심화검사를 하고, 지능검사까지 마쳤다.
한양대 임상, 서울대 임상에서 ADOS 평가 결과 아주 안정적인 자폐군이었고, 1년 후 추적검사에서도 빼박 자폐였는데, 이번 검사에서는 아니란다!! 저번 진료 때 박소영 원장님이 임상으로 봐서도 자폐라고 진단하기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셨고, 오히려 지적장애 쪽을 의심해봐야 할 것 같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지능검사를 해보니 그것도 뭔가 애매하다!!
K-WPPSI 4로 지능검사를 했는데, 전체지능지수가 69가 나왔다. 원래는 70 이하는 지적장애가 맞긴 하는데, 이 69라는 수치가 나오기 위한 지표 점수 간의 편차가 유의미한 수준이라, 인지기능이 불균형적이라고 한다. 이 편차들을 일반능력지수로 환산하면 지능이 73이 되어서 지적장애 등록 못함.
아, 물론 처리속도가 특히 '매우 낮음'으로 나와서, ADHD는 100% 있다는 거.
K-CARS2, K-GARS2, SCQ, ADI-R(자폐 관련 검사들)에서도 점수가 애매하게 자폐는 아님. 그런데 여전히 친구 관계 너무 어렵고, 소통도 잘 안되고, 적절하게 인사하는 것조차도 안되고(좋아하는 친구를 만나자마자 '1000보다 큰 숫자는 뭐지?' 하고 물어보는 녀석...)
그렇게 50만 원 넘게 주고 압구정을 3번을 왔다 갔다 하며 받은 발달심화평가의 결론은 이도저도 아니다.
그렇다고 정상도 아니다.
원장님께 그럼 어떻게 하란 거냐, 얘는 도대체 뭐냐... 묻고 또 물었다.
원장님께서는 그래서 의사들이 지적 4급, 자폐 4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아이들이 너무 많다며 아쉬워하셨고, 꼭 장애등록을 하고 싶다면 발음이 매우 안 좋기 때문에 조음장애(언어장애)로 등록할 수 있는 점수라 하셨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앞으로 더 좋아질 여지가 많으니, 계속 좋은 자극 많이 주라는 말씀해주시기도 했다.
학교에서 경계성인 애들을 수없이 보면서, 그 아이들이 겪는 학습에서의 어려움, 관계에서의 어려움을 너무나 많이 목도해서 그런지 우리 둘째에게 빨리 장애 등급을 주고 법적 보호장치라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마음을 급하게 먹었던 것 같다. 어쨌든 이 결과로는 장애등급이 나오진 않지만, 치료는 계속해야 하고,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이고, 실제로 그런 아이들도 있고, 그러니 현재로서 중요한 게 뭔가.
실비로 주 4회나 치료받고 있는 아이이기 때문에,
게다가 주머니가 가벼운 우리 집에서는 당장 장애등급이 급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태아보험도 제일 저렴한 걸로 해놔서 무려 장애보상금 특약도 없다!!)
최대한 받을 수 있을 때 언어치료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나도 집에서 책 많이 읽어주고, 경험도 넓혀주고 그런 거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36개월까지 무발화에,
분명 100% 확신의 자폐였는데,
이만큼 성장해 준 네가 기특하고,
그만큼 너의 발달을 끌어올리려고 몸과 영혼을 갈아 넣었던 나 자신이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그렇게 나는 또 셀프 토닥을 하며,
오늘 하루도 힘차게 준비하려고 한다.
네 속도대로 크고 있는 것에 확신이 들었으니까.
응원하고 지지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