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책방일기 #프롤로그
"안녕하세요. 동네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 김지선입니다. 날씨가 좋으면 손님이 없고, 비가 오면 손님이 없고, 더우면 손님이 없고, 추우면 손님이 없는데, 오늘도 책방 문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나는 아마도 어쩌면 어제 당신이 읽지 않은 글을 팔아요. 나는 아무래도 이곳에서 내일 당신이 읽을 글을 써요. 커피와 술이 있고, 고양이가 있고, 곰돌이도 있어요. 다락방이 있고, 은은한 조명과 가끔 사람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잔뜩 가져다 놓고, 싫어하는 것은 팔지 않지요."
어서 오세요.
겁먹지 마세요.
여기는 책방입니다.
커피도 위스키도 고양이도 있는데 여기는 책방!
"여기는 뭐 하는 곳이에요?"
한 자리에서 벌써 6년 차, 곧 6주년을 앞두고 있는 책방인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이곳이 뭐 하는 곳인지 물었다. 이사 와서 동네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들른 사람이 많았지만, 이 동네에 오래 살았고 책방 앞을 자주 지나다녔다는 사람조차 공간의 존재를 이제야 눈치채고 묻기도 했다.
"책방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방이라는 말에 "아, 책을 빌려 주나 봐요?"라고 답했다. 그래서 혹시 '책방'이라는 말이 신조어이거나 국어사전에 다른 뜻으로 쓰였나 싶어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았는데, 책방의 뜻은 정확하게 '책을 갖추어 놓고 팔거나 사는 곳'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책방과 사전에 의미하는 책방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책방이라는 말에 당연한 듯 '책을 빌려주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여기 처음인데 어떻게 이용할 수 있어요?"
차라리 이런 질문이 나았다. 여기는 책방이고, 1층의 서가는 판매하는 책들을 갖추어 놓았기에 구매하고자 하는 책이 있으면 구입할 수 있는 책방이고, 2층의 다락방은 일반 카페처럼 음료를 주문하면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한적한 동네에서 6.5평 규모의 작은 동네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다. 여행작가의 삶을 오래 살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과 '책'을 매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갑자기 '책방'을 열었다.
누군가는 책방이니까 '책'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하겠지만, 내가 꾸리는 책방은 '독립서점'이기에 독자적인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책'이 있지만 '책'이 주인공이 아닌 곳, '책방'이지만 공간을 넘어선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 그게 내가 바라는 책방의 정의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꾸리는 책방엔 내가 좋아하는 것이 가득하다. 나는 커피도 맥주도 와인도 위스키도 고양이도 좋아하고, 커다란 곰돌이 인형도 좋아하고, 다락방에 혼자 숨어 있거나, 잔잔한 음악과 조명을 좋아한다. 사람이 많은 것보다 적은 것이 좋고, 책이 아니라 글이 좋으며, 유명한 작가보다 덜 유명한 작가가 친근하다. 고양이를 좋아해 종종 출근 때 고양이를 데려가기도 했었다. 요즘은 한 고양이의 죽음과 한 고양이의 성격 변화로 고양이를 데리고 출퇴근하지 못한다. 그래도 고양이가 많이 오가길 바라며, 책방 앞에 길고양이 쉼터를 마련하고 고양이를 반긴다. 모든 공간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꾸려진 진짜 내 공간이다.
어떤 사람을 위한 공간일까
화려한 간판이나 광고판이 없기 때문에 무엇을 하는지 조차 몰라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많은 책방엔, 용기 내어 들어온 손님들이 있다. 좁디좁아 불편할 수 있는 곳에서 오래 머물다 한숨 잠들기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을 사고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다 책을 사기도 한다. 곰돌이를 안고 펑펑 울기도 하고, 위스키를 마시며 글을 쓴다. 찾으려고 하면 발견하지 못했던 보석 같은 책을 잔뜩 발견하기도 하고, 때로는 읽고 싶은 책이 없다며 투덜거리기도 하는 곳. 여기는 모두를 위한 곳이면서 모두가 싫어할 수도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어떤' 감정일 때 이곳을 방문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왜인지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높아졌다. 낯선 사람의 방문은 반가우면서도 또 언제 다시 올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나가는 길에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한다. "자주 와주세요."라는 말을 차마 건네지 못한 채, 그저 '가는 길이 오는 길보다 더 행복하길 바랍니다.'라고 속으로 말한다.
겁먹지 말고 들어오세요!
책방지기의 삶으로,
혹은 책방지기란 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