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책방일기 #01
삼 주를 쉬는 날 없이 하루도 빠짐없이 일하고 겨우 쉬는 날이었을 때, 다행히도 택배 업무가 없어 책방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었다. 무심코 달력을 본다. 생리를 시작한지 벌써 열흘이 되었구나. 그런데 왜 아직 생리대를 착용하는 건가. 진작에 피는 멈췄는데. 화장실에서 마지막 생리대를 걷으며 오늘은 이를 닦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랜만에 거울을 본다. 마지막으로 미용실에 간 게 벌써 2년쯤 된 것 같다. 그러나 당분간 미용실에 가지 않을 거다. 미용실에 가는 것 조차 이를 닦아야 하는 이유가 되기에, 나는 외출하지 않는다. 쉬는 날이라고, 며칠 입었던 검은색 폴라티를 빨래통에 넣는다. 옷장에 쌓여 있는 검은색 옷들 중 유일하게 날씬해 보여서 자주 입었는데 쉬는 날이니까 빨래를 해야지. 그러나 세탁기를 돌리지는 않는다. 빨래통에 넣어진 빨래들은 어느 날 남편이 빨아서 옷장에 다시 넣어 줄 것이다. 그날까지 다른 옷을 입어야겠다.
기분이 좋아져 책상에 앉는다. 오늘 씻지 않은 것에 아랑곳하지 않은 고양이가 다가와 안긴다.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누군가의 꿈꾸는 삶
사람들은 종종 "내가 꿈꾸는 삶이 바로 이런 삶이에요!"라고 말한다. 그럴 때 나는, "내 직업을 택한 후, 가장 행복한 순간이 바로 누군가가 나에게 '꿈꾸는 삶'을 살고 있다며 부럽다고 말할 때에요! 누군가가 부러워 하는 삶, 너무 멋지지 않나요?"라고 답한다.
사람들이 꿈꾸는 삶이라고, 부럽다고 말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책방'이라는 공간은 '돈'을 벌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한데 돈을 바라지 않고 그저 '낭만'적인 공간을 꾸리고 산다는 이유 때문일까? 아니면, 돈 안되는 일을 하면서도 행복해 보이기 때문일까? 어떤 이유 때문에 꿈꾸는 삶이 되어버린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유가 뭐가 중요한가, 그저 내 행복을 위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그들이 부럽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고 싶어서 찾아간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이길 바란다고.
누구나 할 수 있으면서, 쉽게 할 수 없는 직업
난 항상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그 일로 벌어질 단점들을 고민하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을 때의 감정을 더 생각하게 된다. 해보고 망하는 것은 경험이고,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내게 실패다.
책방을 오픈하면서 책방에선 수익이 거의 나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벌어야 하나 고민했다. 책방은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기에 발생하는 수많은 부대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월세, 공과금, 운영자금, 보험에 CCTV이용료, 인터넷 등등 한 집 살림을 꾸리는 것만큼이나 많은 돈이 매달 필요하다. 그나마 본인 돈으로 공간을 마련했다면 괜찮지만, 대출을 받아 시작했다면 대출금을 갚는 것도 매달 부담이 된다. 그러기에 책방으로 충분한 수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이 낫다.
그렇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 애초에 수익이 많이 발생하는 직종이 아니다 보니, 한집 건너 한집 책방을 문을 여는 일이 드물다. 내 주변에 유일한 책방이 내 가게가 될 수 있는 행운도 따를 수 있다. 말 그대로 독점권을 가진다는 것! 그것만큼 설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책방지기를 꿈꾸는 사람에게 왜 꿈꾸냐 물어봤을 때 "행복한 삶을 위해서요"라는 답변을 많이 받았는데, 정작 책방을 꾸리며 당장의 돈이 없어 매달 허덕이며, 눈 뜨는 아침의 불행함이 발생한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이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나도 수익 구조를 생각하며 첫 시작을 한 것은 아니다. 최소한 월세와 공과금, 대출을 갚는 것 정도의 수익은 자신 있었지만 그 이상의 돈을 버는 것은 어렵다는 걸 알았다. 한 달 내내 일해도 내 월급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을 무턱대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정말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두려울 때마다 늘,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일까 생각했다.
돈은 좀 없으면 어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하면 좀 어때. 하다 보면 길이 보이겠지. 길이 없으면 그만 두면 그만이지 뭐. 누군가가 꿈꾸는 삶이라고 부러워하는 것, 그것만으로 내 삶 나쁘지 않은 거잖아!
나는, 2018년 10월 26일 책방의 문을 활짝 열어, 책방지기가 되었고, 현재 2023년 5년 차 책방지기로 살아간다.
내가 꾸리는 책방은, 누군가에겐 펼쳐 보기 두려운 블라인드 북일 수 있다. 내 돈 주고 샀는데, 쓸데없는 것을 샀을까 고민하게 되는 블라인드 북 말이다. 하지만 가끔은 나 스스로 무언가를 하지 못할 때, 남의 선택에 돈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누군가가 책방을 꿈꾸고 작가의 삶을 꿈꾼다면, 그 삶을 사는 사람이 머무는 곳에 와서 잠시 머물다 가는 것, 그걸로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