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음악에 귀를 기울여요

동네책방 책방일기 #05

by 김지선

어떤 기억은 오랫동안 머릿속에 머물고, 어떤 순간은 기억에 남지 않고 사라진다. 기억이라는 건 단시 순간의 중요함이 아니라 그때의 공기, 생각, 온도, 날씨와 소음 등 모든 것이 다 맞물려 남게 되는 것이니까 그 모든 것이 다 완벽하지 않다면 스스로 소멸한다.


그래서 순간의 기억을 잡아 두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 책에 집중하다가도 무심코 귀에 다다르는 한 소절의 멜로디와 가사를 통해 그 책의 기억을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그래서 책방에도 늘 음악이 함께 한다.




잔잔한 발라드를 좋아해


음악을 들을 때, 가사에 집중한다. 멜로디가 좋고 나쁘고, 가창력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가사가 공감이 되고 가사가 좋으면 좋은 노래가 되는 거다. 물론 장르는 발라드를 선호하고. 그러다 보니 가사가 잘 들리는, 혹은 가사가 일상적인 인디 가요를 선호하고 있으며, 화려한 악기가 들어간 노래보다 심플한 멜로디의 노래를 훨씬 좋아한다. 그래고 가사를 이해하려면 번역기를 돌려야 하는 외국어 노래 보단 한국어로 된 노래를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거고.


가사에 집중해 노래를 듣다 보면,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글을 누가 읽어 주는 것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누군가의 글을 노래처럼 듣는 기분. 그 기분이 참 좋다.




다락방에 앉아 있으면 조용하게 들려오는 음악


음악을 가장 귀 기울여 듣게 될 때는 이어폰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음 속에 아주 작게 들리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다. 다락방에 앉아 있으면, 다락방의 적당한 소음 속에, 바닥 아래에서 흘러 들어오는 음악 소리가 조심스럽게 들린다. 조용하게 음악 가사가 들려오면, 곧장 내 귀는 노래를 집중해서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인다. 아래층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몰래 엿듣는 것처럼 조금은 짜릿하게 노래가 들린다.


누워 있으면 음악 소리는 더욱 잘 들렸다. 실제로 내가 운영하는 책방은 첫 시작부터 ‘책은 라면 받침 보다야 베개가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가졌어서 사람들의 낮잠을 허용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누워서 책을 읽고 누워서 음악을 듣고, 때론 낮잠을 잤다. 누워 있다가 가는 사람들이 종종 흘러나온 노래의 리스트를 묻곤 했는데, 언제나 책방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목록을 리스트로 정리해 벽에 붙여 두었기 때문에 쉽게 소개할 수 있었다.


처음 책방의 집기를 구매할 때, 스피커의 위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 공간이 1층과 다락방으로 구분되어 있다 보니, 모든 곳에서 음악을 잘 들으려면 스피커를 각각 설치해야 하나도 고민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작가와의 만남이나 작은 공연을 위해 마이크나 에코를 사용할 수 있는 스피커였으면 했다. 자금이 많지 않아 비싼 장비를 구매할 수는 없었지만 2개의 마이크를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 있고, 에코 기능도 있으며, 블루투스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연동도 가능하고, 또 전원이 없이 배터리로 사용할 수도 있어 외부에서 버스킹도 가능한 소형 장비로 선택했다. 음질이 아주 뛰어나진 않아도 5년째 충분한 기능알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스피커다.


그리고 그 스피커에는 AI 스피커를 연동해 두었다. '헤이 카카오' 스피커가 오픈 초반부터 지금까지 쭈욱 책방의 음악을 책임진다. 멜론에 연동되어, 매번 늘어나는 "내 플레이리스'를 재생시켜 준다. 플레이리스트는 매달 혹은 매 계절에 한 번 변화를 주는데 벌써 25개의 플레이리스트가 만들어졌다. (2023년 8월 기준)




책방과 어울리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


하비누아주, 루시드 폴, 옥상달빛, 홍대광, 한올, 윤종신, 김진아, 에피톤 프로젝트, 안녕하신가영, 강아솔…. 좋아하는 가수들이 너무 많아서 어떤 가수의 어떤 노래를 꼽아야 할지 모르겠다. 주로 나열한 가수 스타일의 음악들이 책방의 공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윤종신의 ‘나이’라는 노래도 좋아하고, 루시드 폴의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라는 노래도 좋아하고,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 노래도 좋아하고…!


그래서 한 번은 작가를 초청해서, 손님들을 모시고, 자신의 사연에 맞는 노래를 함께 듣는 시간을 만들었다. 민혜주 작가와 함께 한 시간이었는데, ‘해주는 라디오’라는 이름으로 만든 이 행사에는 여러 신청자들이 현장에 도착해서 자신의 사연과 신청곡을 써서 내면, 민혜주 작가님이 사연을 읽고 신청곡을 소개하는 라디오 형식의 모임이었다. 저마다의 사연 그리고 그 사연에 어울리는 노래…! 그때 들은 노래와 몇 곡의 노래를 추가한 것이 책방의 14번째 플레이리스트였다. 요즘도 종종 그때의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당시 행사를 회상한다. => 그때의 플레이리스트 궁금하다면


또 한 번은 가수와 함께 음악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때 만들어진 노래가 바로 '냥냥펀치'다. 노래는 책방지기인 내가 불러서 발매했지만, 책방의 손님들과 함께 만들었던 기억이 있어 소중한 노래다.




냥냥펀치

노래 : 지선 / 작사작곡 : 임성현


나른한 오후 방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보는 너

무슨 생각하는지 날 잊은 건 아닌지 조심스레 다가가


냥냥펀치를 날려 너의 마음 얻고파

냥냥펀치를 날려 너의 사랑받고파


때론 시크하게 군대도 때론 귀찮아 툴툴대도 때론 꼭꼭 숨는다 해도

너만은 나로 가득한 하루이기를


미야오 미야오 미야오 미야오


햇살 가득한 창에 앉아 멍하니 하늘만 보는 너

무슨 생각하는지 내 생각은 하는지 조심스레 다가가


냥냥펀치를 날려 너의 마음 얻고파

냥냥펀치를 날려 너의 사랑받고파


때론 시크하게 군대도 때론 귀찮아 툴툴대도 때론 꼭꼭 숨는다 해도

너만은 나로 가득한 하루이기를


미야오 미야오 미야오 미야오

냥냥펀치를 날려 냥냥펀치를 날려 냥냥펀치를 날려 냥냥펀치를 날려




고양이 같다


누군가 내게 "책방을 한 마디로 이야기해 줘요."라고 한다면 나는 단번에 "고양이 같다"라고 말한다. '냥냥펀치' 노래는 '고양이 집사책 기획전'을 위해 만든 고양이송이지만 실제는 책방의 이야기와 닮았다. 나른한 오후, 햇살 가득한 창에 앉아 멍하게 있는 손님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책방지기의 감정이랄까.




노래 한 곡으로 기억된다면


2년 전 겨울, 서울역의 어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데, 디셈버의 ‘혼자 왔어요’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매년 겨울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레스토랑과 그때 함께 한 사람을 떠올린다. 무려 15년 전, 파리의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지나가는데 에펠탑이 보이던 그 구간을 지날 때 시디플레이어에서 링크의 ‘멜로드라마’ 노래가 나왔다. 나는 파리를 추억하고 싶을 때마다 그 노래를 듣는다. 10년 전쯤엔 피렌체의 두오모 꼭대기에서 냉정과 열정사이 OST를 들었는데, 지금도 그 노래들이 그 장소들을 기억하게 한다.


노래는 내게 늘 어떤 장소를 기억하게 하는 추억이었다.







당신도 노래로 기억하는
장소가 있나요?
없다면 책방으로 오세요!






사람들은 이곳을 기억할 때 어떤 음악을 떠올릴까. 또 어떤 음악을 듣고 싶어 할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 책방의 매력은 무슨 노래가 대변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그래서 요즘엔 다락방에 노래를 추천하는 노트를 마련해 놓았다.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곡으로 남기면 틀어 주는 그런 거다. 아직은 많은 신청곡이 쌓이진 않았지만, 언젠가 빼곡하게 노트가 채워지길 바란다. 그리고 또한 노트를 채울 필요 없이 그저 이곳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기억해 주는 것도 바란다.









매일 같은 노래를 반복해 한 달씩 들어도 사람들은 한 달 내내 같은 노래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한 달 동안 매일 오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게다가 난 특히 노래를 무한 반복해 듣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도 7곡의 노래만 26일 내내 들었을 정도로 무한 반복을 즐긴다. 사실 나는 평소에 노래를 그저 배경처럼 흘려보내다가 갑자기 딱 집중되어 들리기 시작하면 그때만 잠깐 집중한다. 그래서 오래 같은 노래를 들어도 늘 새롭다. 변하지 않아도 새로운 것,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책방의 분위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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