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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Mar 15. 2023

도쿄, 그리고 내가 깨달은 것

나는 화창한 날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도쿄에 살지만 일본어를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도쿄에서 정말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일본어를 못하는 내게 도쿄에서 살아남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나와 같이 일본어가 능숙하지 못한 외국인들과 친해지는 것. 누군가와 친해질 때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경험치를 같고 있는 사람과 가까워 지는 것만큼 쉬운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일본인들과 비슷한 얼굴을 가졌지만 한국인이기에 외국인 카테코리에 들었으면 또한 해당 언어가 능숙하지 않은 사람의 카테고리에도 들게 되었다. 그래서 일본어를 못하는 외국인이라는 타이틀로 그렇게 5년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어떨 땐 보면 신기하다. 이렇게 살아진다는 게.

 

그렇게 일본어를 못하는 외국인들끼리 친해지면서 뜻하지 않게 도쿄라는 인터내셔널과 거리가 있는 도시에서 나는 인터내셔널 한 삶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과 지내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 내가 참으로 눈치를 많이 본다는 것. 어떤 대중의 한 큰 그룹에 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 와서 일본어를 못하는 외국인이라는 소수의 집단의 강제를 입단하면서 그리고 그 그룹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내가 얼마나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아왔는지, 우리나라만큼이나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도쿄라는 도시에서 문뜩 깨달았다.


눈치를 보다.
일본어로도 거의 같은 의미로 쓰고 있는 문장이 있다고 들었다.
바로 “공기를 읽다(くうきをよむ)“


그래,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무얼 할 때 가장 행복할까.


내가 얼마나 남을 의식하고 다수의 집단에 들기 위해 몸부리 치며 살아왔는지, 사실 그 다수의 집단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면서, 어쩜 우리가 정의하는 다수의 집단이라는 건 적당히 튀지 않는 삶, 적당히 다른 사람들의 사는 정도의 삶 정도는 살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인데 그런 적당한 정도의 삶이 대체 무언인가 하는 물음과 동시에, 그럼 진짜 ‘나는 어떤 것에 행복을 느낄까‘가 그 의문이 시작이었다.


진짜 내가 행복해서 하는 일도 있지만 때때론 그냥 남들이 하니 초조해서 하는 일도 참 많았다. 대단한 무언가가 아닌데도, 우리는 무얼 할 때 가장 즐거운지 귀 기울지 않는다.


아주 매우 소소한 일상의 삶부터 그 시작이었다.


최근에 나에 대해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나는 햇빛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햇빛에 약한 사람이다. 날이 좋으면 다들 나가 즐기니 나도 나가 즐겨 캠핑이든 공원에서 피크닉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을 잠재적으로 하며 살와왔다.



며칠 전 유난히 날이 좋았던 날 친구가 공원에 음식을 싸들고 가 먹자는 제안을 해왔다. 친구가 즐겨 간다는 인도 레스토랑에서 카레를 포장해 공원에 갔다. 사람들로 붐볐다. 2월 내내 추웠고 비가 내내 내렸기에 봄이 오길 기다리던 모두에게 행운과 같은 날이었다. 여전히 추위가 조금 남아있었지만  모두들 공원으로 뛰쳐나온 느낌이었다. 날이 좋다며,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밥을 먹으며, 어둑해질 무렵까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날 집에 들어왔는데 그 어느 날보다 몸이 너무 피곤했다. 곰곰이 지난날들을 생각해 보았다. 몇 년 전 동료들과 캠핑장에 가서 대낮부터 고기를 구워 먹고 온날, 해가 정말 쨍한 여름날 해수욕장에서 내내 선탠을 한 날도, 그날 저녁이면 나는 지쳐 쓰러져 뭐가 그날 즐거웠는지도 모른 채 담날까지 피곤에 절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했던 기억이 났다. 햇볕이 내게 에너지를 보충해 준다기보다는 에너지를 가져가는 존재였다.



그래, 나는 햇빛에 취약하다. 해가 쨍쨍한 날 온몸으로 햇살을 받으며 피크닉을 즐기기에 내 몸이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화창한 하늘을 보며 그늘에 앉아 있거나 커피숍에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창문 너머 보는 하늘이 나를 기분 좋게 한다.


더위는 괜찮지만 햇빛에는 약하다.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나는 그렇다. 화창한 날을 싫어한다는 말도 아니다.. 그저 나는 햇빛에 약하다. 햇빛이 강한 날 공원에 가는 것이 즐겁지 않다. 내 몸이 그걸 즐겁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굳이  날이 좋다고 뛰쳐나가 공원에 누워 있을 필요는 나는 없다.


때론 무언가 떠밀며 내 감정과 마음에 소리보다는 주변에 의식에 휩쓸여 하는 경우가 참 많다.. 지금까지 그런 날들을 무수히 살아왔다. 날이 화창한 날 공원가 도시락을 먹는 일은 무언가 여유 있어 보이지만, 나에게는 여유를 줄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여행이 싫을 수 있다. 여행 한번 안 가본 일이 부끄러워 떠밀며 여행을 할 필요는 없다. 여름이면 바닷가를 찾고, 겨울이면 스키장을 찾을 필요는 없다. 흥미가 없다면 말이다. 남들이 다 좋다고 흥얼거리는 노래에 관심이 없으면 굳이 찾아들어 볼 필요는 없다. 이 모든 것들을 쫓아한다고 하여 내 삶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왜 우리는 내 마음이 하는 소리와 몸이 전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듣지 않고
무시하며 살아왔을까.


찬찬히 나에게 솔직해져 보기로 했다. 나는 무얼 할 때 재미가 있고 신나는지..


때론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찌질한 것들일 때도 있다.


사람들이 워크 앤 밸런스를 외칠 때 워크 앤 밸러스를 보장해 주지 않는 회사를 들어가고 싶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일에 열정을 쏟고 싶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함께 찌개를 나눠 먹는 게 싫을 수도 있다. 금요일 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술이 즐거울 수 있다. 물론 나는 워크 앤 밸러스가 무너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다른 사람들과 찌개쯤 나눠 먹는 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나를 예민한 사람으로 생각하며 어쩌지?’혹은 ‘내가 인생을 즐길 줄 모르는 사람으로 생각되면 어쩌지’하는 생각에 즐겁지 않은 일을 행하며 살아왔던 날을이 무수하다. 남들이 즐겁다 하는 걸 하고 있는데 ’왜 나는 즐겁지 않을까‘ 하는 물음을 스스로에게가졌던 적도 많다.

세상에는 스스로 부끄럽다고 느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런데 “나는 찌개 나눠 먹는 것이 조금 불편 하니 내 찌개는 나만 먹을게“라고 말하는 것쯤은 그리 손가락 받을 만한 일인가 싶다.


나는 무엇을 할 때 정말 즐거움을 느꼈을까 고민해 보기로 했다.


-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며, 음악을 들으며, 혼자 글을 쓰는 일을 할 때 나는 뭔지 모를 뿌듯함에 사로잡힌다. 주기적으로 나는 이와 같은 일이 필요하다.

-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혼자 하는 여행을 선호하지 않는다.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서 하는 여행이 영 당기지 않는다.

- 휴가가 생기면 어디 놀러 안 가냐 하는 질문들을 흔히들 한다. 사실 나도 그랬다. 근데 요즘은 ‘뭐... 굳이 어디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는 그냥 집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행복하다.

- 국내 여행보다는 해외여행이 좋다. 한국에 살 적에는 국내 여행을 다닌 적이 별로 없다. 지금 일본에 살고 있는데. 굳이 일본 내 다른 지역으로 막 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다. 지금은 내가 살고 있는 도쿄가 아닌 다른 일본 지역을 가는 것이 내 기준에 국내여행이 되어 버렸다. 새로운 것을 느끼는 것에 나는 반응하는 사람인가 보다. 지금은 오히려 강원도를 더 가고 싶다... 나는 참... 이상하다... 그래도 그렇다.

- 햇볕에 장기간 노출 되는 것보다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있는 것이 좋다.

- 바다보다는 숲이 좋다.

- 맥주는 집에서 혼자 마시는 것이 좋다.

- 칵테일을 좋아한다. 칵테일은 멋진 바에서 친구들과 마시는 것이 좋다.

-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한다. 요가도 혼자 하는 수련이라 내가 하고 유일하게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이다. 요가는 꾸준히 하고 싶다. 내 마음과 몸에 평온을 동시에 준다.

- 스포츠 경기를 보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다 올림픽이며 월드컵 시즌에 굳이 찾아서 보지는 않는다.

- 이제 더 이상 나이 때문에, 나이가 많아서 못할 거 같다고 스스로에게 규정짓는 말을 떠벌리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거나 되려 나 스스로 나이가 많아서 못할 거 같아라고 자아비판을 한 날이면 마음이 괴롭다. 누군가가 그리 이야기하면 되짚어 줄 거다. 나이가 무슨 대수냐고. 혹은 나 스스로 자꾸 나이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꿈꿀 수 없다고 끌어내리는 내리면 스스로를 혼낼 것이다. 뭔가를 하고 싶다면 나이 핑계를 대지 않고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이 행복하다. 최근에 아카데미어워드에서 60살이 된 양자경(Michelle Yeoh) 배우가 아시안인 최초로 여우 주연상을 탔다. 그리고 그녀가 한 수상 소감이 계속 내 뇌리에 박힌다.

“Ladies, don’t let anybody tell you you ever past your prime(여성 여러분, 다른 누군가가 여러분의 전성기는 이미 지났다고 말하게 두지 마세요!)“

- 쇼핑은 혼자 하는 것이 편하다.

- 친절하면 호구가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친절하고 착하면 무시받는 세상이라고 한다. 근데 나는 솔직히 친절하지 않는 내가 불편하다. 상냥하고 다정한 나는 사실 상대방을 위함이라기보다는 그렇게 행동해야 내 맘이 편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그냥 계속 상냥하고 친절한 내가 되기로 했다. 나를 위해서 말이다.


무얼 할 때 행복함을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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