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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Mar 22. 2023

결국 변한 건 없었다.


브런치 알람이 울렸다. 새로운 댓글에 대한 알람이었다. 한동안 글을 쓴 적이 없는데 뭐지 하는 반가운 마음에 앱을 열었다.

이 글을 읽고 감명 깊어서 페이스북에 공유해 놨다가 30대 중반이 되어서 오랜만에 다시 보는 글이네요 ㅎㅎ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여전한 게시글 감사합니다.

브런치글 “일상을 여행처럼 “


댓글을 읽고 감동했던 포인트가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한참 전에 썼던 글을 다시 꺼내 읽어봐 주어서 감동했고, 그리고 그 당시 내 글이 작은 위로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에 다시 감동했고, 또 꾸준히 쓰고 있는 내 글들을 가끔이나마 보고 계신 거 같은 생각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그리고 댓글 덕분에 다시 나도 내가 썼던 그 글을 꺼내어 읽어 보았다.

모든 게 조급 해 질 때가 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도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 지금 나 잘 살아가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의문.

의미 없는 나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20대라서, 30대라서, 40대이기 때문에, 혹은 이제 막 성인이 된 20살이라서,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직장인 신분이 된 24살이기에, 30대를 갓 지난 나이인 31살이라서, 40을 코 앞으로 맞은 39살 이기에, 그리고 40대 중반에 들어선 45살이라서 등등. 셀 수 없는 이유로 그 삶마다 특별하지 않은 때도 없고, 평탄하다고 느끼는 그 어느 쯤 도 없다. 그 나이마다, 그 나이대마다 저마다 사연도 있고 불안함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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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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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행자가 돼 보니 거리에 작은 것 하나하나를 관찰하게 되고, 호기심 있게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대신 일상에 작은 것들에 감사함을 느낀다. 평범한 파리의 한 카페에 아침에 들려 모닝커피를 마시는 이 순간의 소중함과 파리 시내 곳곳에 보이는 평범한 건물을 보며 느끼는 새로움과 신비로움, 여행자의 눈과 마음이 그런 게 아닐까.

또한 누군가의 삶을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쳐다보며 삶의 원동력을 다시 느낀다. '그래, 나도 돌아가면 저들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 하는 다짐. 뭐가 그리 가지지 못해 안달이고, 아등바등 인지, 하는 생각에 잠시 잠겨 본다. 이렇게 여행할 수 있는 두 다리와 내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도시의 경관을 보며 탄복할 수 있는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래, 나 잘 살아가고 있어'라고 한 번쯤 내게 칭찬을 해줘도 좋지 않을까?

예전 내가 끄적였던 일기들을 꺼내어 보다 보면 그때 했던 감정들과 고민 그리고 그 당시 모든 상황들이 나를 덮친다. 당시 썼던 글을 읽으며 우습게도 현재를 위로받기도 한다. 왜냐하면 나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기에..


- 어렸을 때 일기를 써 본 적 있어?(Did you ever keep a journal when you were a kid?)
- 진짜 웃긴 게, 내가 83년도에 썼던 일기를 이 전날에 꺼내봤는데 그거 보고 나 정말 깜짝 놀랐잖아. 왜냐면 그때의 나와 지금에 내가  삶을 대하는 모습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거야.(It’s funny. One of mine from ‘83 the other day and what really suprised me is that I was dealing with life the same way as I am now)
-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내가 좀 더 희망적이고 좀 더 순수했던 거 같아. 근데 내가 살아가는 그 중심점이랑 내가 현재 느끼는 감정들과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I was much hopeful and naive but the core and the way U was feeling things is exactly the same.)
- 정말 나는 하나도 변한 게 없구나 생각하니 너무 놀라웠어.(It made me realize I haven’t changed much at all)

 —영화 비포 선셋 중 셀린 대사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스스로를 돌이켜 보면 몇 년 사이에 아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물리적으로 한국에서 살던 나는 현재 일본에 살고 있다. 한국 친구뿐이던 내게 일본인 중국인 영국인 등등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생겼다. 의사소통이 정확히 되지 않는 곳에 살면서 이제는 100% 못 알아듣는 상황에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자동이체와 디지털로 은행이며 각종 전기/수도요금을 내던 게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는 이제는 일본살이에 익숙해져 지로로 처리하고, 직접 은행과 동사무소에 찾아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일에 짜증이 나지 않게 되었다. 나열하자면 셀수 없이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런데 나는 내가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한다. 왜 그럴까.. 나는 현재 많은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영화 비포선셋의 주인공 셀린처럼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 내가 고민하는 것들, 삶을 바라보는 그 중심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끔 친구가 내가 썼던 글 중에 “안정적인 나이란 존재할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곤 한다.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조금 불안하고, 안정적인 나이란 존재할까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친구도 그렇단다.


안정적인 나이란 게 존재할까? 대학을 졸업했다, 직장에 취직을 했다, 결혼을 했다, 아이가 생기고, 그리고 아이가 이제 모두 커서 부모의 손이 필요 없게 되었다 등등 편안함이라고 일컫는 시점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의 삶을 '이제는 모든 게 안정적이겠다.' 하고 단정 지을 수도 없을 것이다. 어쨌든 매 순간 끊임없는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걸어온 길이 내가 택한 선택 연속 속에서 만들어진 삶이란 걸 알기에 앞으로 놓일 수많은 선택 속에서 안정적인 삶을 단언할 수는 없게 되었다. 어쩜 안정적인 나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선택의 연속 인 현재의 삶에서 안정적이길 바라는 건, 특히 어른이 되면 그럴 거야 하면서 어른이 되기를 기다리는 우리들의 크리스마스 소망 같은 건 아닐까


우리 때론 더 나은 삶의 환경을 꿈꾼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 대한 불만, 내가 그곳에 있었더라면 더 나은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환상. 나 역시도 그렇다. 그런데 어디 사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나 역시도 어떻게 사는 것이 그 답을 찾고 있는 중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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