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댓글 6 공유 53 브런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Travel Diary 여행일기
By Panda . May 16. 2017

[파리여행] 일상을 여행처럼

모든 게 조급해질 때가 있다.


모든 게 조급 해 질 때가 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도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


지금 나 잘 살아가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의문.


의미 없는 나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20대라서, 30대라서, 40대이기 때문에, 혹은 이제 막 성인이 된 20살이라서,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직장인 신분이 된 24살이기에, 30대를 갓 지난 나이인 31살이라서, 40을 코 앞으로 맞은 39살이기에, 그리고 40대 중반에 들어선 45살이라서 등등. 셀 수 없는 이유로 그 삶마다 특별하지 않은 나이도 없고,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나이대도 없다. 그 나이마다, 그리고 그 나이대마다 사연도 있고 불안함은 존재한다.


지금 나 역시도 모든 게 초조하고 조급하다. 내가 만약 이 글을 10년 후에 다시 들쳐 본다면 '참 어렸다. 그래, 그때 저걸 고민이라고 했네.' 하며 콧웃음 칠지도 모르겠다. 지금에 내가 10년 전에 나를 돌아보며 드는 생각처럼 말이다. 그러 함에도 지금 당장 내 눈앞에 떨어진 그것들이 먼 훗날 나를 돌아볼 때, 참 귀여운 투정처럼 느껴 질지라도 당장 내 마음이 다급 해지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우선, 30대를 훌쩍 넘은 여자가 결혼도 안 하고 싱글로 살아가다 보면 많은 도전을 받을 때가 있다.


도전 1) 결혼 왜 아직까지 안 하셨어요?

도전 2) 결혼 생각이 없으신가 봐요.

도전 3) 결혼도 결혼이지만 여자가 늦게 결혼하면 아이가 문제죠.

도전 4) 소개팅이나 선은 자주 보세요?


하는 등의 도전들이다. 대체 저 질문들을 하면서 나에게 무슨 대답들을 듣고 싶은 걸까.

난 마치 쿨한 여자인 양 지금 이대로의 내 삶에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나는 너처럼 지지고 볶고 아이들에 치여서 살기 시른, 멋진 싱글 신여성 인냥, 하지만 그렇다고 결혼하지 않을 생각은 없는, 결혼 자체를 못하는 게 아니고 안 하는 거를 강조하기 위해,


"지금도 좋아요! 근데 좋은 인연이 나타나면 결혼할 거예요" 

 

라고 대답한다. 물론 그렇게 쿨한 마음도 아니고 반은 그저 쿨한 척하는 것이지만 더 이상 질문하지 말아달라는 의미에서 하는 대답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의 내 삶에 나름 만족을 느낄 때도 있고, 반면에 때론 나도 결혼해서 아기 낳는 상상도 해 보곤 한다. 그래도 저런 도전들을 받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나도 모르게 '나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 게 맞을까?', '나만 너무 뒤처지며 살아가나?' 하는 불안한 마음과 함께 이대로 삶이 변화지 않고 끝나 버리면 어쩌지 하는 초조함과 조급함이 들게 된다.


뛰어가며 이것저것 하고 있어도 불안해지고, 한걸음 한걸음 느리지만 그래도 꾸준히 살아온 삶인데도 막상 나를 돌아보면 아직도 뭔가 이루지 못한 공허함에 하염없이 우울함에 잠길 때가 있다. 직업적으로 뭔가가 크게 성취를 하지 못했으면 여자가 이 나이쯤 돼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어야 하는가, 결국 난 아무것도 이제까지 못 이뤘네, 하는 마음에 어느 날은 멍하니 아무것도 집중 못할 때도 있다. 분명 무언가를 부지런히 해가며 지금 이 자리까지 꾸역꾸역 걸어왔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거 같은 불안함과 답답함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순간순간이 있다.


물론 결혼 안 한 30대 싱글만 도전을 받는 세상은 아닐 것이다. 결혼하고 아기를 갖지 못한 여자에게도 그 나름의 고충이 있고, 잘 나가는 어느 40대 직장인 남성에게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남들에게 보이는 그 무언가를 궁금해하는 본성이 있기에, "아기는 언제 가지세요?", "이제 부장으로 승진하셔야죠?"와 같은 수치적인 물음을 끊임없이 받으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저 먼발치에서 무언가를 바라보기가 참 힘들다. 걸어가면서도 뛰어가면서도 늘 마음이 성급해진다. 언제쯤 나는 이 초조함을 떨쳐 버릴 수 있을까? 평생 누군가에게 그런 도전적인 물음과 질문을 받으며 '나 정말 잘 살아가고 있나?' 하는 자문을 평생 하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기1>
<생각에 잠긴 누군가를 바라보기2>
<누군가의 삶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기3>




<2017년 4월 어느 날, 파리>

여지없이 아침에는 커피가 필요하다. 비몽사몽인 내 정신을 조금이나마 깨우기 위해서는 우선 커피를 마셔야 한다. 호텔 바로 맞은편 커피숍이 왠지 근사해 보여 며칠 내내 아침이면 그 커피숍으로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와서 아메리카노 한잔과 카푸치노 한잔을 노상 마신 터라 카페에 가서 "Hello" 하고 인사만 던져도 방긋 웃어 보이시며 카페 주인아저씨가 "Americano & Cappuchino? " 하고 먼저 물어 오신다.

사실 말이 아메리카노이지 에스프레소에 아주 조금 물이 들어간 양이라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에 한껏 익숙해진 나에게 프랑스식 아메리카노로는 도저히 양이 차지 않는다. 그래서 두 잔을 매번 시키는 내가 신기하셨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웃어 보이면 "Yes, please! thanks" 하며 두 잔을 주문한다. 파리에 왔으면 노천이지 하며 바로 카페 밖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 본다. 카페 바로 건너편에는 지하철이 있다. 파리의 아침도 서울의 아침과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평일이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지하철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래, 아침은 항상 그렇지..'


뭐 파리 사람들이라고 일상이 그리고 출근하는 것이 항상 즐거울 일은 없을 것이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표정을 한참을 보고 있자니 그들의 얼굴에 노곤함 보인다. 여행 아침 시간은 그렇게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보내 본다. 어쩐지 나만 빼고 모두 바빠 보이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리도 여유로운 지금 이 순간에 나도 모르게 소중함을 느낀다. 나도 분명 참 조급해하며 살아갔었는데 여행만 오면 잠시 착각을 하게 된다.

한 발짝 물러서서 누군가의 일상을 지켜보며, 그들과 대조되는 지금 내 모습을 보며 잠시나마 나의 삶에 여유를 즐겨본다. 누군가의 분주한 일상을 바라보며 내가 지금 부리고 있는 잠깐의 한가로움에 으쓱해하는 꼴이 조금 우습기도 하다. 뭐 그래도 커피 한잔 하며 그저 하는 생각이라곤 '오늘은 뭐 먹지?', '오늘은 어딜가지?' 정도의 생각만 하는 여행자의 삶에 어깨가 한껏 위로 올라가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부닥친 현실 앞에 나는 다시 초조해질 것이다. 더 이상은 이 지긋지긋한 저녁 없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며 과감하게 사표를 쓰고 나왔지만 막상 백수생활이 길어지면서 얼른 이직을 해야지, 하고 구직 사이트를 전전긍긍 돌아다닐 것이며, 매일매일 주변 사람들로부터 "언제 결혼하세요"와 같은 진부한 질문 속에서 나는 또 어떻게 하면 멋들어지게 대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행자가 돼보니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는 대신 일상에 작은 것들에 감사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평범한 파리의 한 카페에 아침에 들려 모닝커피를 마시는 이 순간을 신기해 하며 마치 파리지앵이 된듯한 착각에 감탄을 하게 되고, 파리 시내 곳곳에 보이는 건물들을 바라볼 때마다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연속해서 찍는다.


거리에 작은 것 하나하나를 관찰하게 되고, 호기심 있게 바라보게 된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 새롭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여행이 아닌가 싶다. 이 곳에 와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에 행복함을 느끼는 동시에 분주한 누군가의 삶을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며 으쓱해지는 어깨와 더불어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발걸음을 쳐다보며 나도 모르게 삶의 원동력을 다시 느낀다. '그래, 나도 돌아가면 저들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 하는 다짐을 하게 된다.


뭐가 그리 가지지 못해 안달이고, 누군가 만들어 놓은지도 모른 그 틀에 맞추어 쫒아가려고 아등바등 인지, 하는 생각에 잠시 잠겨 본다. 이렇게 여행할 수 있는 두 다리와 내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도시에서의 경관을 보며 탄복할 수 있는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래, 나 잘 살아가고 있어'라고 한 번쯤 내게 칭찬을 해줘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다시 돌아온 일상...>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일상을 바라보는 눈을 나는 바꿀 수 있을까.


오늘도 일상의 여행을 꿈꾸며 '나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 게 맞을까?' 하는 의문 대신에 '나 지금 잘 살아가고 있구나'를 느끼는 하루를 다짐해 본다.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한번쯤 내 자신에게 토닥이며 '수고했어 오늘도' 를 외치며 말이다.

세상 사람들 모두 정답을 알긴 할까
힘든 일은 왜 한 번에 일어날까

나에게 실망한 하루
 눈물이 보이기 싫어
의미 없이 밤하늘만 바라봐

작게 열어둔 문틈 사이로
슬픔보다 더 큰 외로움이 다가와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빛이 있다고 분명 있다고 믿었던
길마저 흐릿해져 점점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수고했어 수고했어 오늘도

라랄라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
라라 라라라라 라라라 라라라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 옥상 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가사
keyword
magazine Travel Diary 여행일기
Travel Diary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경험에 대해 기록 합니다.
인스타그램 ID:pand_ah
이메일: pand_ah@naver.com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