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위로받는다.
내가 20대 때 유행하던 책유형이 있었다. 일종의 자기 계발서와 같은 종류들로, 이를테면 “20대 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20가지”, “30대가 가기 전에 해야 하는 일들“과 같은 제목의 자기 계발서가 굉장히 크게 유행했었다.
그때 나 역시도 ‘20대에 반드시 해야 할 것’과 같은 책의 한 종류를 읽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오글거리고, 요즘 시대와는 조금 맞지 않는 종류의 책일지도 모르겠다. 우선 나이로 무언가를 제한을 둔다는 것과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 시기에 이건 꼭 해야 돼와 같은 정의는 지금의 정서와 조금 반감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때 내게 그런 종류의 책들은 큰 영감과 동기부여를 주었다. 20대에는 내게, 또래 친구들 말고는 특별하게 인생의 선배로써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러한 종류의 책들을 읽으면서 인생을 조금씩 배워갔고, 사회생활의 조언을 구했다. 일종의 인생 행동 지침서와 같은 팁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와서 그때 내용들의 많은 것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중 단 한 가지는 희한하리만큼 내게 와닿았고 아직까지도 내가 실천하는 것 중 하나이다.
바로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일.
기분 좋은 한마디를 건네는 것.
책에서 말하는 것은 굳이 상대방이 들어서 기분 나쁜 말을 건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늘 피곤해 보이시네요”와 같은 말이 그 대표적인 말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그와 같은 말을 전하면, 그 상대방은 하루 종일 ‘내가 오늘 피곤해 보이나’ 신경 쓰게 되어 하루를 망칠 수 있고, 또 언젠간 내게도 그와 비슷한 종류의 말로 대갚음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 굳이 상대방이 들어서 기분 안 좋을 말을 하고 결국 그 말을 대갚음을 당해 내 하루도 망치게 하냐는 것이 요점이었다. “오늘 피곤해 보이세요.“라는 말 대신에 ”오늘 입은 보라색 스웨터가 잘 어울이세요.“와 같은 기분 좋은 말 한마디를 건네는 습관을 지니는 것이 20대에 가져야 할 습관 중 하나로 추천을 해 주었다.
상대방의 작은 것이라도 장점을 발견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것. 내가 누군가에게 건넨 기분 좋은 그 한마디가 내게 돌아올 것이고 내 삶을 긍정적으로 변하게 한다고 했다. 내가 여전히 기억할 만큼 나는 그 부분에 깊게 인상을 받았고 여전히 지금까지도 실천하고 있는 일 중에 하나이다. 누군가의 작은 장점을 찾아내는 일, 그리고 기분 좋은 한마디를 건네는 일, 그런 일들은 아무런 대가를 치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걸 나는 잘 알기 때문이다.
작은 장점을 찾아 이야기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전하는 따뜻한 한마디는 생각보다 내 뇌리에 오랫동안 머무른다. 가족이든 친구든, 스쳐 지나간 시절인연이었던, 애인이 되었던, 내게 건네었던 한마디가 한마디가 불현듯 떠오를 때가 많다.
거꾸로 인생에 살면서 상처를 받는 말을 들은 적도 많았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조언을 가장한 충고가 되레 나를 위축하게 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항상 일으켜 주고 늘 나라는 존재를 가치 있게 해 주었던 따뜻한 나를 위한 한마디가 상처들을 아물게 해주고 나라는 존재를 가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엄마 아빠는 내가 힘들 때마다 늘 상 해주는 한마디가 있다.
힘들면 언제든지 엄마아빠를 찾아라.
그 한마디는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내게 아무것도 남지 않아도 돌아갈 가족이 있다는 중심점을 잡아주는 소중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 가끔 예전 어학연수 시절, 스마트 폰이 존재하지 않던 그 시절, 해외에서 통화를 하려면 국제 카드라는 걸 사야 하던 시절, 아빠가 뜬금없이 보내왔던 메일을 꺼내 찾아본다.
어제 전화 왔었는데 통화가 안되여서 미안. 아빠는 잘 있단다. 엄마한테 소식 들었는데 잘 있다 하니 기분이 좋구나. 머나먼 곳에서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필요사항이 있으면 즉시 연락 하기 바람. 생활 경비는 떨어졌는지 언제까지 필요한지 자세한 내용을 메일로 보내주시고 보안을 필요로 하는 내용은 전화로 하기 바람!
어학연수가 목적인 만큼 주변 사람들과 항상 대화하며 힘든 일들이 쌓일 테지만 즐겁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같고 생활을 하면 심신이 편안하고 즐거울 거야! 사랑하는 나의 딸 힘내라 힘! 아빠는 언제나 너의 옆에서 지켜주고 있다는 것 잊지 말고 항상 강인하고 야무진 여성 세계를 도전하는 딸이 되어주길 아빠는 기원한다 오늘도 힘차고 활기찬 하루가 되어라.
3일에 한번 정도는 엄마한테 전화로 소식 전하는 것 잊지 말고
딸 안녕.
아빠는 저 메일을 보냈었는지 아마도 잊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대에 처음 해외에 나가 혼자서 고군분투하던 대학생인 나를 위해 아빠가 보내주었던 편지는 2023년에도 일본에서 40대인 내가 저 메일을 읽으며 오늘도 다시 한번 위로를 받는다.
누군가의 말에 의해 좌지우지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무례한 한 마디를 건네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무례한지, 기분 나쁜지 몰랐을 거라는 이야기는 변명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 그 말 한마디에 숨겨진 의도와 무게를 다 알기 때문이다.
때론 삶이 지칠 때도 있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고 평온한 하루를 보내는 것 같지만 이유 없이 힘에 부치는 날이 있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힘내라는 말을 듣고 싶었지만 먼저 고맙다는 말을 전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