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생 때 학교에서 별도로 해주는 영어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대학과목은 아니고 별도로 수강료를 지불하고 받는 영어 수업이었다. 그때 나는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했었다. 그때 당시 선생님이 우리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기 위해서 자기의 경험을 말해 준 적이 있다. 그 선생님의 에피소드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선생님께서는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유학을 바로 갔을 때는 영어를 잘 못해 처음에는 많이 좌절했는데 그 후에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본인이 얼마나 영어가 늘었는지 딱히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유학 후 한국으로 돌아와 혼자 차를 운전하며 가는데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팝송 가사가 들리고 그 가사의 뜻이 저절로 번역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당시 기분이 너무 좋았고 짜릿했다는 말을 했었다.
대학생 시절, 외국인이랑 자연스럽게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다. 당시 그 선생님 말을 듣고 팝송 가사가 바로 들리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나도 영어를 바로바로 알아들었으면 좋겠다, 선생님처럼 꼭 언젠가는 영어가 능숙해져서 외국인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팝송도 한국노래처럼 듣는 날을 꿈꿨었다.
먼 훗날 지금의 나는 영어를 알아듣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적이면 여전히 자막이 필요하지만 유투부나 외국 티비 토크쇼는 자막 없이도 알아듣는다. 물론 정말 영어를 잘하는 사람에 비하면 별거 아닌 영어 실력이지만, 20대 대학생 시절의 나와 비교한다면 정말 많이 영어가 늘었다. 장족의 발전이란 말이 딱 맞는다. 아주 가끔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부러워하던 내가 문뜩문뜩 떠오른다. 왜인지는 정말 모르겠다. 선생님의 어찌 보면 별거 아닌 그 일화가 당시 내게도 너무 와닿았었나 보다. 팝송을 들을때 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그 쾌감에 대한 그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을 보며 부럽다는 감정을 가졌었다. 그리고 가끔 영어로 회의를 할 적이면 당시 그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러워하던 내가 떠오른다.
2.
언젠가 막연히 해외에서 업무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너무 먼 나라는 용기가 안 나지만 영어를 쓰는 아시아국가면 좋겠다 생각을 했고, 그런 나라가 어디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래 싱가포르 가서 일해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기서 싱가포르라는 나라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그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솔직히 큰 커리어 욕망이라던가, 구체적인 커리어 플랜을 갖고 생각했다기보다 정말 말 그대로, 그런 경험을 하면 좋겠다, 그냥 새로운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 하는 그런 단순한 소망과 바람이었다. 그런데 방법은 전혀 몰랐다. '해외취업, 그건 어떻게 하는 거지'하는 생각뿐. 몇 군데 그냥 무작정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이력서를 내보기도 했지만 연락 오는 곳은 아무도 없었다. 싱가포르는 대부분 헤드헌터를 통해서 취업을 한다는 글을 인터넷으로 보고 헤드헌터가 올려놓은 job 웹사이트 같은 곳에서 본 헤드헌터에게 이메일로 연락을 해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역시나 굳이 한국에 있는 나를 취업 비자까지 지원해 주면서 오퍼를 주고자 하는 회사는 없었다. 그러다 뜬금없이 나는 도쿄로 오게 되었다. 지금은 모든 게 일상이 되어버린, 도쿄의 삶이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가끔 내 동료가 모두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 당연히 일본인도 있으며 인도인, 미국인 등이 섞여 여러 다른 나라 사람들과 일하고 있는 게 신기할 때가 있다. 그 신기한 이유가 내가 과거에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실현이 되어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3.
그 외에도 아주 소소하게 머릿속으로 혼자 생각하고 바랬던 것들이 현실로 이뤄졌던 경험들이 있다. 정말 가장 소소한 예를 들자면, 정말 갖고 싶었던 물건이 있었는데, 가격이 꽤나 높아 할인을 기다리다가, 정말 내가 딱 살짝 여유가 있는 시기에 맞춰 할인을 해서 물건을 살 수 있었던 경험과 같은.
4.
이런 경험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라고 하면 설명이 어렵다. 물론 노력이란 걸, 예를 들면 영어 공부를 하고 어학연수를 가기도 하고 했겠지만, 그래도 그냥 막연히 '나도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될 거다'라는 생각을 가진 그 시점이, 그때 내 모습이 생각나고, 그것이 1년이 걸릴지, 5년이 걸릴지 혹은 10년이 걸리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내가 막연히 생각하던 것이 현실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앞 뒤 일목요연하게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말했듯 나도 모르겠다.
이런 경험들이 나를 때론 무모한 생각과 꿈을 여전히 가지게 이끈다. 나는 40대이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싶다는 소망과 생각을 하고 있다. 그 막연한 소망과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잠재적으로 내가 그걸 이루기 위해 실천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예를 들면 도쿄에서 일할 수 있게 된 제안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내 노력의 밖의 범위이기에 나는 어쩜 이것이 우주의 이끌림과 같은, 결국 원하다 보면 이루게 되는 그런 논리로 설명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다시 말하자면 앞뒤 탁탁 모든 걸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 내 머릿속 바람과 생각들이 언젠간 현실이 될 수 있으리라는 걸 나는 믿는다. 왜냐면 내가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성장하고 싶다. 새로운 나와 새로운 세계와 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그 생각들을 저버리지 않고 안고 있다면 언젠가 그게 현실로 이루어질 것라는 걸 믿는다. 다만 여기서 주의점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복불복이라는 것.
뭐든 꿈꾸길 바란다. 조급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꿈꾸는 걸 소중히 계속 생각한다면 결국 어떠한 우주의 이끌림에 의해서 그것이 내 눈앞에 내 현실이 된다는 걸 내 경험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비록 그 꿈의 크기가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조금 시간이 걸릴 뿐. 이건 40대에 성장하고자 하는 내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