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처음이었지만 상급반과 초급반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상급반의 경우 반복되는 수영장 역사 속에서 새로운 강사가 등장하는 일은 그들의 수영장 연대기에서 별다른 사건이 되지 못한다. 상급반 회원들의 표정과 시큰둥한 태도에 대해서 마음속으로 실망하는 일은 초임 수영 강사로서 섣부른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저 그들이 이 수영장에 소중하게 쌓아 올린 시간에 경거망동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만이 초보 강사로서의 책무처럼 느껴졌다.
반면 초급반 회원들의 웅성거림은 수업 시작 전부터 느껴지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 미현과 첫 수업에 대한 얘기를 가볍게 나누고 있었는데, 삼삼오오 등장하는 초급반 회원들의 눈빛이 나에게 향하는 것 같았다. 모른 척하면서 미현과의 대화를 이어갔지만 의식하지 않고 넘어가기에는 시선들이 사뭇 많았다. ‘그래 반겨주는 거라면 나도 반겨주리’ 라이프가드분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초급반 수업이 시작됐다.
한 명 한 명 회원님들의 이름을 부르며 출석 체크했는데 대부분 웃으며 화답하는 분들이 많았다. 어떤 분은 학창 시절 선생님의 출석에 꼭 장난스럽게 대답하는 친구처럼 대답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달 수영장 등록에 성공해 오늘이 첫 수영 수업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 초급반 회원들은 각자 수영 단계는 모두 달랐지만, 배우고 싶은 마음은 동일했다. 배우고 싶은 마음들이 지을 수 있는 표정과 태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급반의 경우에는 그들이 쌓아 올린 수영장에서의 시간을 소중히 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초급반의 경우에는 간절히 배우고 싶은 마음의 크기를 알고 이에 마땅히 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모든 영법을 할 줄 아는 상급반과 달리 초급반은 대부분이 할 줄 아는 영법이 거의 없었다. 몇 개월 먼저 다닌 분들의 경우에는 배영까지 조금 소화할 수 있는 분도 있었으나 그마저도 수가 적었다. 내가 어른이 돼서 처음으로 수영을 배운 날이 문득 떠올랐다. 다른 운동과 다르게 수영은 물에서 운동하는 것이다. 땅과는 지극히 다른 환경 속에 있다 보면 상대적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다. 땅에서의 움직임을 물에서 시도했을 때 번번이 실패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겪는 실패에 대해 내가 만난 강사님은 그것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실패가 자연스러워지니 물에 대한 두려움이나 아찔함도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킥판을 잡는 방법부터 하나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기로 했다. 각기 다른 진도 속에 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초급반을 맡기로 한 이상 모두가 처음 수영을 배운다고 가정하고 다시 처음부터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각자의 진도에 맞게끔 빠르게 진도를 나갈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나와는 맞지 않는 교육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진도를 차근차근 밟아가면서 배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대감을 형성시키는 일도 수영을 길게 배우는 마음에 요긴하게 작동할 것이라 생각했다. 더욱이 더 전하고 싶은 부분은 수영을 좋아했으면 싶었다. 진도를 지속해서 나가다 보면 한계에 봉착할 때가 생기는데, 많은 수영인들이 ‘이게 왜 안 되지?’에 수렁에 빠지고 말게 된다. 그러다 몇 달이 지나지 못해 수영을 그만두게 되는데, 나는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된 데에는 그의 탓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영장에 가서는 ‘이게 왜 안 되지’하는 마음보다는 ‘이게 되는구나’ 혹은 ‘이렇게 하니 즐겁다’의 마음을 그들이 번번이 느꼈으면 한다.
“킥판에 자신의 무게를 너무 실기보다는, 나를 도와주는 보조도구라고 생각하면서 가볍게 잡아보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