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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angPolang Jan 13. 2019

안락사 Vs. 자연사 (1)

시니어 반려견의 마지막 - 안녕해야지 

6. 안락사와 자연사 - 얼마나 많은 반려동물들이 잘못된 죽음으로 몰리고 있을지 중에서


(이 주제는 이야기가 길다. 무겁고 우울하지는 않다. 그러나 길다. 일단 적은 글 중에서 가장 짧은 문단만 포스팅해본다.)


BBC는 루 게릭 (Lou Gehrig)으로 진단받은 아버지와 그 가족의 삶의 변화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그의 가족은 유복하고 단란한 가족이었다. 처음 그가 루 게릭으로 진단받았을 때, 그는 의료진과 가족들에게 '연명 치료가 필요한 시점이 오면, 그냥 보내달라'고 했다. 그는 연명 치료를 절대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족들은 그의 선언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할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는가. 

그러나 연명 치료를 절대 거부한다던 그는 자가 호흡이 어려워지는 시점이 다가오자,  가족을 재촉해서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는 기관지에 삽관을 해달라고 했다. 이대로 숨을 거두고 싶지 않다고 말이다.

이제 그의 결정에 마음이 무거워진 것은 가족들이었다.

연명 치료를 절대 거부하겠다던 그는 연명 치료를 해서라도 살고 싶어 졌고, 연명 치료를 거부하겠다던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던 가족들은 기관지에 삽관을 해서라도 삶을 연장하고 싶다는 그의 결정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의 병세가 점차 악화되어가면서, 가족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그를 잃는 것은 물론 상상하고 싶지 않은 슬픈 일이지만, 그를 돌보는 일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토록 단란했던 가족들이 점차 분열되기 시작했다. 


생명이란 그런 것이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순간에는 당장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숨을 멈추게 해달라고 매달리다가도, 살 수만 있다면 무엇을 해서든 살고 싶은 것. 그것이 생명이다. 


삶의 의지는 강렬하다. 

동물이 나이가 먹을 만큼 먹었으니까, 동물이 병이 들었으니까, 편하게 보내주는 것이 동물에게 좋은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먹을 만큼 먹은 나이'라는 것은 도대체 몇 살일까?

과거에는 60세면 수명을 다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100세를 거뜬히 살아내고 있다.

지금 60세에게 살만큼 살았으니 안락사해주겠다고 하면,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수의학 수준이 향상되고, 환경이 개선되면서 반려동물의 수명도 늘어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살만큼 산 나이'에 속하던 12-3세의 반려견들은 지금은 여전히 액티브한 장년층에 속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한 반려견의 사지가 마비되었다. 

고개를 가누는 것 밖에는 할 수 없고, 하나부터 열까지 보호자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중형견을 두고, 병원에서는 보호자에게 반려견의 안락사를 권했다. 보호자도 그 말에 동의했다. 

그녀는 반려견을 데리고 안락사를 위해 병원 진료실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알 수 없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뭔지 모르게 반려견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다고. 그래서 반려견을 안락사하려던 결정을 취소하였다.

대신 그녀는 아무 소용없는 일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반려견을 재활센터에 맡기고 일주일간 계획되었던 일정의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녀는 반려견을 데리고 가기 위해 센터에 들어서다가 놀라 넘어지고 말았다. 

사지가 마비되었던 그녀의 반려견이 달려와 그녀의 품에 와락 안긴 것이다.


나의 반려견 벤노가 지난 3월에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에서는 나이도 많고, 쓰러진 원인도 알 수 없으며, 아이를 살릴 방법도 없으니, 안락사하라고 말했다. 벤노는 산소마스크를 낀 채 힘겹게 누워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이를 살릴 방법을 찾았고, 정확히 산책 시간이 되면, 빨리 산책을 나가자고 문 앞에서 발을 구르고 춤을 추면서 벤노는 지금도 내 곁에서 잘 지내고 있다. (그 풀스토리도 나눌 것이다.)


누가 생명의 끝을 정할 수 있는 걸까?

죽어가며 느끼는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죽어가도록 놔두는 것이 정답일까? 

자연사는 모두 아름다운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불필요했을 안락사로 생을 마감해왔을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마지막 호흡까지 고통스럽게 고통스럽게 내뱉다가 떠났을까? 


안락사를 반대하던 인간의 의학과 안락사를 권장하던 동물 의학이 점차 그 중간지점으로 상호 수렴하고 있다.

인간 의학은 점차 안락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으로, 동물 의학은 점차 안락사에 신중해지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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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의 저자

    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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