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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angPolang Aug 28. 2019

반려견에게 옷을 입히는 이유

타인의 언어를 배경 지식과 이해 없이 옮기면 전혀 다른 왜곡된 내용을 전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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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들을 태운 유모차와 함께 독일 지하철역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불쾌한 어조로 말을 내뱉는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시아에는 개를 업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더니. 개는 스스로 걸어야 된다는 걸 모르나 보지?"

그전까지 독일어로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 영어로 이 말을 내뱉었을 때는 

독일어를 모를지도 모를 한 아시아인이 그 말을 듣고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일 터. 


돌아서서 이야기해주었다.

"나에게 묻는 거니? 열여섯 살이 넘은 아이들이라서 계단 이동은 무리야. 유모차와 엘리베이터가 필수지. 

또 질문 있니?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물어보는 게 좋아. 괜한 추측 말고."    



이유는 모르겠으나 요즘 한국에서는 반려견에게 옷을 입히는 것을 마땅치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개는 털이 있는 동물인데 왜 옷을 입혀?" 

"개는 개다워야지. 옷을 입히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겠어."

"건강에 나쁘니까 개에게는 옷을 입히면 안 돼."


단순히 '패션'으로 개에게 옷을 입히는 보호자들도 물론 있다. 

반려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옷을 입히는 경우도 보인다. 

반려견들의 피부에 좋지 않은 재질의 천/장식/장신구,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옷 등을 입힌 모습들도 보인다.

이럴 때는 솔직히 살며시 참견을 하고 싶어 질 때도 있다.


동물들의 피부, 털, 체온 조절 등 건강을 위해 신선한 공기, 통풍, 자연광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반려견에게 특이 사항이나 건강의 이상이 없는 한

나는 되도록이면 인위적으로 반려견의 털을 밀어버리거나 옷을 입히지 말라고 권장하는 편이기는 하다.  

그러나, 옷을 입고 있는 반려견들을 모두 마땅찮은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다분히 편견에 불과하다. 



이중모 - 속 털과 겉 털

개의 털은 이중모 - 속 털과 겉 털로 이루어져 있다.  

양모를 떠올려 보자. 

양모 위에 물을 부으면, 물이 바로 털 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물방울들이 또르르 굴러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속 털이다. 속 털이 촘촘하게 피부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개의 속 털도 같은 역할을 한다. 물, 얼음, 추위 등이 개의 속 털 덕분에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아 (또는 침투하는 시간이 지연되어) 개의 피부와 체온이 보호된다. 


반려동물의 이중모


견종에 따라 속 털이 발달된 견종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견종이 있다. 

어떤 환경에서 살면 속 털이 발달될까? 

극지방에서 온 아이들(허스키, 사모예드 등), 수중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아이들(워터 독, 리트리버 등)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극지방 견종

속 털이 발달된 견종인 경우 

한참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난 후에도, 몇 차례 퍼드덕 몸을 털어내면 금세 물기가 마르고, 겉 털에 얼음이 맺히더라도 속 털이 촘촘하여 피부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대로 기온이 높은 경우에는 아무리 냉방시설을 총동원해도 촘촘한 겉 털과 속 털을 뚫고 들어가 개의 체온을 낮추기가 쉽지 않다.

동남아에서 도그쇼와 번식을 목적으로 극지방 견종들을 냉방이 24시간 가동되는 공간에서 생활하게 하고 있다는 심사위원과 브리더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극지방에서 살았더라면 경험했을 자연이 만든 추위와는 전혀 다르다

사무실 냉방병으로 골골하는 당신이라면,  24시간 365일 그 괴로움을 겪는 반려견의 입장이 공감될 것이다.

그런 생활이 반려견의 웰빙에 결코 좋은 영향을 줄 리가 없다.

아시아가 열대화 되어가는 지금,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은 어떨까?


속 털이 전혀 없는 차이니즈 크레스티드 독 같은 경우부터 견종별로 정도의 차이는 다르지만, 속 털이 덜 발달된 견종은 상대적으로 추위, 더위, 피부 자극에 약하다.

차이니즈 크레스티드 독


국내에서 많이 키우는 대부분의 견종들은:

소형견 + 속 털이 덜 발달된 견종 + 실내 온도가 높은 공간에서 장시간 실내 생활 + 야외활동시간이 짧은 편

에 해당한다. 

(반려동물이 함께 생활하는 가정에서는 실내 온도를 조금 낮게 잡자. 반려동물만큼 껴입고 실내 온도를 조절하면 온도를 맞추기 수월하다. 나와 같이 사느라 수고하는 반려동물들을 위해서.)


속 털이 발달된 견종은 대부분 옷이 불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견종은 옷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소형 견종은 겨울에 옷(코트)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겨울이 사라지고 있으니 앞으로는 어떠려나...)

실내에서까지 옷을 입힐 필요는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문풍지 사이로 바람이 불어 들어오거나, 지붕이 날아간 경우가 아닌 한. 



반려견에게 옷이 필요한 경우


1.  여름이면 여름, 겨울이면 겨울 - 다 이유가 있느니라 

겨울에는 ‘저체온증, 동상’ 등의 위험, 여름에는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옷이 필요할 수 있다. 

겨울에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반려견들에게 옷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겨울철 위험은 단순히 기온으로만 저울질되지 않는다. 

겨울철에는 기온도 기온이지만, 습도와 바람 등의 영향, ‘동상’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시니어 반려견들의 겨울


반려견들은 눈이 하얗게 내린 겨울을 좋아한다. 신이 나서 펄쩍거리며 뛰어다닌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날씨가 선선하여 놀기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하의 날씨가 반려견에게 유익해서도 아니다. 

반려견의 시각은 사람과 구조가 다르고, 눈이 내리는 세상은 개의 눈에 굉장히 신기하게 비친다.

눈은 시각과 촉각, 오감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경험이다.

사실 시각적, 감각적 자극을 받는 것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여러분이 왜 눈 내리는 겨울을 그리도 좋아하고, 첫눈에 의미를 두는지 떠올려본다면...   

생각해봐. 왜 이러고 있겠어.

반려견이 팔짝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 눈이 오는 추운 날씨를 좋아하는데, 옷을 입힐 이유가 없다'라고 말할 일은 아니다. 

방수 점퍼를 입혔다고 안심할 일 또한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겨울철 위험은 단순한 기온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폴랑폴랑 반려동물 응급처치와 CPR’ 교육에서 저체온증과 동상 대비는 매우 중요한 내용 중 하나다.

털과 피부를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반드시 피부나 털에 결빙이 붙거나, 부분적으로 동상의 피해를 입지는 않았는지, 피부 상태와 반려견의 바디랭귀지를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눈이 온 겨울에 더욱 주의해야 하는 점 또 하나: 눈을 녹이는 염화칼슘에 반려견들의 발이 다친다. 따라서 발을 보호해줄 겨울 신발이나 보호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


여름, 고온 다습, 뜨거운 날씨에는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 일사병/열사병, 미세먼지 등으로부터 반려견을 보호하기 위해 옷이 필요할 수 있다.

강렬한 자외선에 장시간 피부가 노출되면 건강에 좋지 않다. 더더구나 미세먼지까지 더해진다면 말할 것도 없겠다. 

이럴 때 쿨패드가 장착된 기능성 코트, 여름철 반려견의 눈을 보호하기 위한 선글라스, 지열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한 신발들이 도움이 된다. 


2. 견종, 나이, 건강 상태, 개별적 특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 사람 영유아처럼, 반려견들도 어린 강아지들의 경우 옷이 필요할 수 있다.

 - 체온 조절 능력이 저하되었거나, 추가적인 보호가 필요한 시니어 반려견들도 옷이 필요할 수 있다.

- 소형견은 대체로 온도 변화에 취약하거나 체온 조절 능력이 약하고, 근육량이나 지방량이 적다. 따라서 계절에 따라 옷으로 보완해주면 도움이 된다. 

 - 척추 질환, 관절 질환, 근육 손상 등을 앓는 경우는 추위에 떨면서 몸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보온이 중요하다.

- 호르몬 질환 (쿠싱 등) 등을 갖고 있는 경우 체온 보호가 필요하다. 

- 소화기관이 약하거나 위장질환이 있는 경우 복부에, 기타 부상이 있는 경우 부상 부위에 보호복을 착용하면 도움이 된다.

방년 열여덟 벤노


3. 반려견의 컨디션을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반려견의 컨디션은 매분 매시간, 날마다 다르다.

반려견들은 날씨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다.

그 날의 기압, 온도, 습도 등이 반려견의 컨디션에 영향을 미친다.

https://brunch.co.kr/@polangpolang/143

언제나 강조하는 말이지만, '기온이 낮으니 옷을 입히겠다'가 아니라, 반려견이 어떤 말을 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당사자가 싫다면 싫은 것이다. 

강호동에게 하이힐을 신고 걸으라고 강요하면 못 걷는다. 못하는 건 못하는 거다. 

내 컨디션은 내가 가장 잘 안다.

싫다는데 자꾸만 넥타이로 목을 조이고 와이셔츠를 입히거나, 못 먹겠다는데 자꾸 먹으라고 강요하면 물어버릴 테다.


반려견을 위해서 입히는 것인 만큼, 반려견이 어떤 상태를 편안해하는지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우리 강아지는 이런 날씨에 이런 차림이 편안하구나'라고, 나와 너만 아는 우리 둘만의 정보들이 늘어나면서 관계의 변화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4. 의료적인 용도의 의류도 있다.

질병 치료나 건강 보조적인 목적으로 나오는 의류들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가운처럼 보이지만, 특수재질의 가운 안에 자기장을 심어놓은 의류들부터, 최근에는 동물들을 위한 기능성 의류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5. 견종에 따라 사계절 옷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숱이 적으면, 머리가 시리다.

그레이하운드, 치와와, 차이니즈 크레스티드 독 등의 경우처럼, 털이 짧고 숱이 적으며 근육과 지방량이 적은 견종, 더운 지방 출신의 반려견들은 선선한 계절에도 아침/저녁으로 얇은 가운이 필요할 수 있다. 

여름이라도 쌀쌀한 아침저녁 가운이 필요

그러니, 단순히 반려견에게 옷을 입혔다고 해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도 말고, 

반려견에게는 옷을 입히지 말라고 강권하지도 말고,

그리도 궁금하면 정중히 물어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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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

    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저서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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