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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연구원 Apr 08. 2021

6화 생애 첫 끼니에 담고 싶은 것?

백일의 기적 이후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낮잠에 빠진 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 나에게 가장 경이로웠던 사건 중 하나는 아이에게 첫 끼니인 모유 수유를 했던 일이다. 조그만 손을 꼼지락거리면서도 맛있게 먹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면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던 그 순간을 엄마라면 누구나 잊지 못할 것이다. 

 또, 배 속에 아이가 발길질을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내가 먹는 음식이 혹여 아이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며 조심하는 엄마의 마음은 내 아이에게 좋은 것만 물려주고 싶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이가 엄마의 배에서 나와 제일 처음 먹게 되는 모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모유는 아이에게 첫 음식이기도 하지만 모유를 먹이는 행위는 엄마와 아기가 서로를 강하게 인식하고 안정을 얻는 소중한 체험이기 때문에 엄마와 아기의 정신적인 유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또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먹는 초유 속 면역글로불린 A는 아기의 소화관 내 병원체를 제거하는 면역항체가 풍부하다. 이와 같은 면역성분 외에도 성장발달에 도움을 주는 성분들이 많은 탓에 우유와는 그 대우가 다른데, 그렇다면 이러한 모유의 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는 어떠할까? 

 실제 한 방송에서 첫 아이를 낳은 30대 엄마들 5명의 모유의 성분분석을 한 결과, 아주 적은 양이었지만 중금속(수은, 납, 카드뮴), 비스페놀 A, 농약계 물질(DDT, DDE), 브롬계 난연제(PBDEs), 과불화화합물 등 환경 유해 물질이 검출되어 엄마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준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유해 물질들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우리가 마시는 공기 속에, 매일 바르는 화장품 속에도, 즐겨 먹는 캔 참치에도 중금속은 존재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전자제품들과 쉽게 접하는 플라스틱 제품까지 일상에서 우리는 많은 환경 유해 물질 속에 노출되어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를 살펴보면, 2014년 전국 4개 권역(서울, 경기, 인천, 충청, 영남)에서 수유 중인 엄마 264명의 모유와 생활 및 음식 습관을 분석한 결과, 종이 포장 배달 피자를 많이 먹는 엄마의 모유 속 과불화화합물 PFOS의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불화화합물이 계면활성제와 표면처리 제의 소재로 사용되며 대부분 코팅 종이, 음식 용기 등에 함유된 것이 원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DDT와 같은 농약계 물질은 POPs라 불리는 지용성 화학물질에 속하며 장기간 우리 몸에 잔류하며 세포 내로 자유롭게 드나들어 환경호르몬 역할을 할 수도 있기에 더욱 위험하다. 특히 여성의 신체 부위 중 가슴은 지방이 매우 많은 조직인 탓에, 이러한 POPs 물질은 다른 화학물질들에 비해 모유 쪽으로 몰릴 수 있으며, 이러한 물질들은 양이 적어도 아이들의 성장과 신경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전문가들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한다.      


생활 속 유해 물질의 종류와 대처 방법?     


 앞서 말했던 모유 속 성분 검사 결과 검출된 유해 물질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첫 번째로 중금속 중 은 영구적인 두뇌 손상과 유산, 조산, 고혈압, 신장 손상 및 신경계 문제 등 많은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데 오래된 페인트 조각이 납에 노출되는 주요 원인이므로 허물어져서 벗겨진 페인트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또, 수은은 태아의 뇌에 집중되어 두뇌 발달을 방해하고 정상적인 신호 전달 경로를 방해하여 여성의 생리주기와 배란을 조절하는 호르몬과 결합한다. 그리고 당 대사에 필수적인 인슐린을 만들어 내는 췌장 세포에 손상을 입혀 당뇨병을 일으킬 수 있는데, 수은에 오염된 해산물 섭취가 원인일 수 있으므로 초밥 섭취 시 주의해야 한다. 

 두 번째로 비스페놀A는 컵, 물병, 식품 용기 등 플라스틱 용품 등에 함유되어 널리 사용되는 화학물질로서 환경호르몬의 일종이다. 환경호르몬은 태아의 기형, 어린이 성장 발달장애의 원인으로 논란이 많은 물질이기도 한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양한 암, 생식계 이상, 비만, 성조숙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렇듯 아이들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성 때문에 국내에서는 2012년 유아용 젖병의 제조 ·가공·수입·판매를 2019년에는 젖병뿐만 아니라 영유아용 기구 및 용기·포장에 대해서도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비스페놀 A는 아직도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쉽게 접할 수 있는데, 그 원인은 바로 통조림 속 음식 섭취와 마트에서 주고받는 영수증 때문이다. 비스페놀A는 통조림의 오염과 부식을 막기 위한 코팅 물질로 또 영수증 용지로 쓰이는 감열지에 촉매 물질로써 사용되는데, 무심코 만진 영수증 속 비스페놀A가 우리 몸에 들어와 아이들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으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 

 세 번째는 바로 브롬화 난연제(PBDEs)다. 브롬화 난연제는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생식독성과 신경독성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으며, 갑상선 호르몬 기능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었다. 또한, 체내에 잔류하는 브롬화 난연제는 모유를 통해서 아이에게 전달되면 뇌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브롬화 난연제는 플라스틱, 섬유, 페인트 등에 화재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로 커튼이나 블라인드, 카펫, 소파, 매트리스, 전자제품 등에 사용되어 집안의 먼지 등을 통해 실내 공기를 오염시킨다. 따라서 먼지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 만큼 집안의 청결에 주의해야 한다. 

 네 번째, 과불화화합물은 우리가 흔히 잘 달라붙지 않는 프라이팬 광고에서 알려주지 않는 비밀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프라이팬 속에는 과불화화합물의 한 종류인 퍼플루오로옥탄산염 PFOA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은 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잔류성이 매우 높은 유해 물질로 사람의 혈액과 모유에서 검출된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앞서 말했듯 프라이팬에 음식이 눌어붙지 않도록 씌워진 코팅 외에 걸레로 한 번만 닦아주면 깨끗해지는 오염방지 카펫, 물이 닿아도 툭툭 털어내기만 하면 되는 방수 등산복 등에 주로 사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피자, 패스트푸드 포장지 코팅에도 사용되므로 배달 음식이나 즉석 음식 섭취 시 주의해야 한다.     



모유 속 유해 물질 줄이는 Tip >     


1. 가공식품 줄이자 : 되도록 가공단계가 낮은 식품을 고르고, 즉석 음식은 피하며, 조리 과정에서 소시지나 햄 등은 끓는 물에 10초 정도 데친 뒤 요리하자. 또 섬유소가 많아 중금속 해독작용에 도움을 주는 덜 정제된 곡류와 항산화 작용과 해독작용이 뛰어난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슈퍼푸드(토마토, 브로콜리 등)를 먹도록 하자.      


2. 식기 아무거나 쓰지 말자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줄이며, 개인 컵을 사용하자. 아이 몸속 정상 호르몬을 교란하는 플라스틱의 환경호르몬은 부모들이 조금만 신경 쓰면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3. 항상 식기는 안전 마크가 부착된 제품인지 꼼꼼하게 확인하도록 하자 : 코팅제가 벗겨진 오래된 프라이팬도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퍼플루오로옥탄산염이 나올 수 있으므로 위험하며, 양은 제품 역시 노란 코팅이 벗겨지면 아이가 알루미늄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으므로 긴장을 늦추지 말자.           



<참고 문헌>

- EBS 하나뿐인 지구, 《모유 잔혹사》, 2015.03.27.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유해 물질 노출 추이 분석을 위한 모유 수집 및 시료 분석 연

  구》, 2013.10.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2020 비스페놀 류 통합 위해성 평가》, 2020.04.

- 환경정의,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 행동, 별일 사무소, 《생활 속 유해 물질 가이드 북》,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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