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이제 안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에 지쳐,
당신에게 눈물 차오르는 밤이 있음을.
나는 또 감히 안다.
당신이 무엇을 꿈꾸었고,
무엇을 잃어 왔는지를.
당신의 흔들리는 그림자에
내 그림자가 겹쳐졌기에 절로 헤아려졌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어갔지만
끝내 가버리던 버스처럼
늘 한 발짝 차이로 우리가 비껴가던 희망들.
그래도 다시 그 희망을 좇으며
우리 그렇게 살았다.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부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정희재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살다 보면 가끔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한 줄의 문장이, 한 편의 글이 마음을 쿵 내려앉게 하거나, 아프게 다가오는 순간.
책장을 넘기다 우연히 만난 이 글은, 나를 멈춰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내 인생을 또렷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저의 인생은 늘 남들보다 한발 늦은
지각생의 삶이었습니다.
남들에겐 당연해 보이는 일들이,
유독 내게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삶은 늘 버겁고,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조각 같은 시간들을 천천히 꺼내어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보려 합니다.
이 글은,
42세에 찾아온 늦은 결혼과
5년에 걸친 시험관 시술,
그리고 47세 끝자락에 마침내 엄마가 된
저의 삶의 한 페이지를 담고 있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살아낸 시간만큼 단단해진 나를 믿으며
지나온 삶을 마주하고,
지금 이 순간부터 나의 페이지를 다시 써
내려가려 합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끝을 알 수 없는 터널을
혼자 걸어가고 있는 당신에게
이 이야기가 닿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5화까지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주 2회 연재됩니다.
6화부터는 매주 일요일 밤 한 편씩 이어집니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제 이야기를 풀어가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