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하고 싶은데, 혼자는 익숙해졌습니다.
TV 속 ‘나 혼자 산다’에 나오는 연예인들처럼 멋진 집도, 취향 가득한 취미도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골드미스’는 더더욱 아니다.
그저 40대 초반의 평범한 여자.
나는 지금, 소소한 혼자의 삶을 누리고 있다.
내 집은 전셋방 원룸이다.
나는 대학에서 계약직 직업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누군가는 내 나이면 어느 조직의 과장쯤 되었겠거니 하겠지만, 나는 여전히 ‘계약직’이다.
하지만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땡 치면 누구보다 빠르게 인사하고 퇴근한다.
“오늘 불금인데, 약속 있어요?”
“아뇨.”
약속은 없지만, 장을 보고 맥주 한 캔을 사서 조용한 내 방으로 돌아가는 게 나만의 ‘불금’이다.
나는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좋은 사람이 있다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갖고 싶다.
하지만 지금 이 혼자의 삶이 꽤 만족스럽다.
기질적으로 나는 독립적이고,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다.
어릴 적 우리 집은 대가족이었다.
1남 4녀 중 셋째 딸. 내 방이란 걸 가져본 적이 없다.
취향도, 물건도, 감정도 늘 나누고 양보해야 했다.
‘나’라는 존재는 늘 뒤로 미뤄져있었고,
그런 나는 어느새‘비우는 법’에 익숙해졌다.
그래서일까? 지금 이 좁은 방 안에서 처음으로
‘나만의 것들’을 누리는 이 시간이, 나는 참 좋다.
퇴근 후 요가를 다녀와 맥주 한 캔과 함께 TV를 켜는 일상이 소소하지만, 충분히 행복하다.
물론, 미래가 두렵지 않은 건 아니다.
40대가 되니 소개팅도, 선도 뚝 끊겼다.
누군가가 호감을 보이다가도 내 나이를 듣고선
“동안이시네요”라는 말을 남기고는 멀어진다.
노산에 대한 두려움,
여자로서의 매력이 다해간다는 불안,
그리고 계약직으로서의 경제적인 불안정.
혼자 있는 시간이 좋지만, 노후를 홀로 맞이할거라는 생각은 머리를 복잡하게한다.
그래도 나는 지금의 하루하루를 즐기고 싶다.
머리 아픈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결혼을 위한 만남도 꽤 많이 가졌다.
하지만 늘 엇갈렸다.
내가 마음에 들면 상대가 그렇지 않았고,
상대가 괜찮다 싶으면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눈을 낮춰야지’란 말도 많이 들었지만,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다.
지금 나는 회사를 다니고, 집에 돌아오면 운동을 하고,
주말엔 뒹굴뒹굴 방콕한다.
약속은 없지만, 누릴 수 있는 조용한 자유가 있다.
지금 이 혼자의 삶이 만족스럽다.
하지만 언젠가 좋은 인연이 자연스레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나를 돌보며, 하루를 살아간다.
다음화는 3화 내 나이 마흔둘, 결혼은 타이밍?
수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42살에 생각지도 못하게 결혼을 하게되고,
그게 끝인줄 알았더니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인생의 우여곡절을 지나,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 써 내려가는 이야기.
천천히 함께 걸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