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흔둘의 신혼

혼자는 외롭고 둘은 괴롭다던대요?

by 찐스마일

결혼하고 처음 느낀 감정은 안정감이었다.

둘 다 퇴근하고 만나 집 근처에서 저녁을 사 먹고, 공원을 산책하고, 술과 안주를 사서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그 길이 좋았다.


요리를 잘하지 못하기도 했고, 만들고 남는 재료가 많다 보니 배달음식이나 외식을 자주 했다.

집안일도 둘이 사니 크게 많진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혼자 살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퇴근 후 따로 약속을 잡지 않아도 늘 만나는 친구가 한 명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집에 데려다주고 오가는 걱정없이 함께 같은 집으로 들어가니 연애때보다 더 편했다.


결혼 전 기혼 지인들에게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가 혼자사는 삶의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면, 미혼은 외롭지만 기혼은 괴롭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처음 겪은 신혼 생활은 그렇게 괴롭진 않았다. 지인들은 "결혼해도 아이가 없으면 미혼과 별 차이 없다"고 말하곤 했다.


게다가 늦은 결혼이다 보니 다투는 일도 젊은 부부들보다 적었다. 나이가 들면 에너지가 줄어 싸움도 귀찮아진다. 사소한 일들로 언쟁하며 힘 빼기도 피곤하고 어짜피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마흔 넘어서 하는 결혼은 궁합도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살아오며 서로 다듬어진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내가 생각하는 나이든 결혼의 가장 큰 단점은

두 가지 정도다.

첫번째는 결혼할상대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점.

두번째는 출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반면 장점도 많다. 젊을 때보다 안정적인 경제력, 다듬어진 성격,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직업,

그리고 인연의 소중함을 아는 나이가 된다.

나 역시 내 인생에서 꽤 난이도가 높았던 일이 결혼 인연 만나기였고, 스쳐지나간 인연에 마음 고생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늦게라도 찾아와 준 인연에 감사하다.


그리고 살면서 여러가지 경험이 쌓이며, 사람보는 눈이 어느 정도 생기고 그간의 연애경험으로 조금이나마 나를 돌아보게 되면서 어떤 사람이 나와 맞는지도 알게 된다. 상대를 볼 때 젊어서는 중요했던 부분이 지금에 와서는 중요하지 않은것도 생기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남편을 처음 만날때 말하는게 무뚝뚝하고 센스있지 못했다. 예전이었다면, "말도 너무 없고 사람이 재미도 없고 매너도 별루였어" 라고 했을텐데 지금은 연애경험이 많이 없는지 여자를 잘 모르는구나! "보이는게 전부인 사람이라 투명해서 더 좋다" 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상대의 건강상태나 가정분위기등은 젊을때보다 더 중요해졌다.


이런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두 단점은 꽤 치명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저 두가지 단점을 혹독히 겪었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안다.




물론 우리의 결혼 생활이 평온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40년 넘게 각자 살아온 남녀가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고 맞춰가고,

때로는 포기해야 하는 고단한 과정이었다.


나는 예민하고 추진력이 있고 현실적인 성격이다.

반면 남편은 무디고 둔감하고 느린 이상주의자적인 부분이 있다. 우린 너무도 달랐다.

나는 예민하다보니 사소한것들이 너무 잘 보였다. 하지만 남편은 캐치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함께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위생과 청결 문제였다. 나는 스스로도 깔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혼자 살 땐 집도, 차도 언제나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어 주변에서 "너무 깔끔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 내가 방바닥에 널브러진 양말이나 옷가지들, 특히 화장실 사용 습관에서는 남편과 자주 부딪혔다.

변기 뚜껑에 남은 소변 자국이나 닫혀 있지 않은 뚜껑을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다음으로 힘들었던 건 소비 습관 차이였다.

나는 꽤 알뜰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내 눈엔 남편의 소비 습관이 답답하게 보였다.

조금 있으면 세일기간이라 저렴하게 득템 가능한 물건을 하루이틀 차이로 정가로 산다던가 핸드폰을 처음 살 때 3개월 의무적으로 신청한 부가서비스를 3년간 해지하지 않았다던가 등등. 경제관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생활 습관의 차이였다.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고 빈 봉지를 그대로 두거나, 서랍에서 양말을 꺼내고 닫지 않는 모습이 반복됐다.

이런 일로도 자주 다투었다. 나는 성격이 급하고 추진력이 있는 편인데, 남편은 느긋하고 행동이 굼떠서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이런 사소한 갈등들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한 것은 기질적인 차이였다. 나는 혼자 있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이 때로는 피곤하게 느껴졌고, 가끔은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일찍 결혼했다면 내 결혼 생활은 꽤 힘들었을 것 같다.


그렇게 우리의 결혼 생활은

다름을 확인하고

다투고 포기하면서도,

그 안에서 나름의 안정감을 찾아가며 흘러가고 있었다.




다음화

늦은결혼은 난임으로 이어졌다

처음 난임병원이라는 곳에 가서 만났던

만만치 않았던 현실의 벽과 그 공간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수요일에 만나요.


keyword
이전 03화내 나이 마흔 둘, 결혼은 타이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