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결혼하라고? 남편복 없는 사주라고?
마흔둘의 여름, 소나기처럼 찾아온 인연
사주 보러 가면 늘 듣던 단골 멘트다. 6개의 흙과 불로 이루어진 화토중탁 사주. 내 땅은 너무 단단하고 무거워서 누구도 쉽게 뿌리 내릴 수 없었다. 마흔이 넘자 나 역시 반포기상태였다.
‘그래, 난 혼자 살 팔자가 맞나 보다.’ 괜찮은 남자는 다 유부남이었고, 결혼을 위한 결혼은 도저히 싫었다. 그렇게 내 땅에 아무것도 심지 않고 혼자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비운 시기에, 웬 염치없는 넝쿨(乙木) 하나가 무임승차했다. 내 넓은 땅에 뿌리를 내리며 귀찮게 굴었다.
지금의 남편이다.
처음엔 그가 내 굳은 땅을 녹여줄 숨통인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매일 소파에 누워 TV를 보며 낄낄거리는 그의 가벼움은 솔직히 말해 답답하게 느껴졌다. 인생의 중대사를 논하는데 옆에서 과자나 축내며 낄낄거리는 꼴을 보니, 저 잡초를 확 뽑아버리고 싶었다.
그 가벼움이 내 진지함을 건드릴 때마다 ‘혼자 살껄’이라는 생각이 스치듯 올라오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가 내 삶을 제멋대로 휘저을수록 팽팽하게 굳어 있던 내 마음은 조금씩 느슨해졌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던 삶에 어느 순간부터 작은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나는 그 안에서 전혀 다른 감정을 경험하게 되었다.
나는 흙 같은 사람이다. 무겁고 단단하고 늘 진지했다. 반면 남편은 그 위에 아무렇지 않게 자라는 넝쿨 같은 사람이었다. 가볍고 유연했고, 현재를 즐기며 편하게 사는 게 인생모토라고 했다. 어쩌면 나는 내가 끝내 가지지 못한 그 가벼움을 그에게서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였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이 다투었다. 좋아서 선택했던 그 ‘가벼움’이 막상 살기 시작하니 ‘무책임’으로 보였고, 나의 ‘무거움’은 그에게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고, 부딪히고, 또 맞춰가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결혼 이후 나는 끊임없이 싸우고, 맞추고, 챙겨야 했다. 그 과정은 분명 피곤하고 소모적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소란함 속에서 나는 생전 처음 느끼는 '안정감'을 맛보았다. 복작이는 거실, 티비 소리, 의미 없는 말다툼... 그 번잡한 풍경 속에서 문득 ‘이게 사람 사는 거지’라는 묘한 생기가 돌았다.
명리학에서 말하는 생명력은 평온함이 아니라 ‘역동성’에 있다. 고여 있는 물은 썩고, 아무도 밟지 않는 땅은 돌처럼 굳는다. 혼자 살 때의 나는 평화로웠지만, 사실은 고요하게 굳어가던 땅이었을지도 모른다.
남편과 부딪히고 다름에 진저리치는 그 소란함이, 실은 내 땅에 산소를 불어넣는 생동(生動)의 과정이었다. 넝쿨이 아프게 뿌리를 내린 덕분에 내 땅은 비로소 숨을 쉬기 시작했고, 그 시끄러운 움직임 속에서 기적 같은 생명(아이)도 싹을 틔울 수 있었다.
결국 살아있다는 건 흔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아니라, 끊임없이 부딪히며 흐르는 상태 그 자체였다.
단단하게 굳어 있던 흙에 예리한 뿌리가 파고들 때 분명 아픔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땅이 비로소 부드러워지는 소토(疎土)의 시간이었다. 뿌리 내릴 곳을 찾아 헤매던 나무(남편)는 나의 넓은 땅에서 안정을 얻고, 나는 그를 품어내며 비로소 대지로서의 '쓰임'을 얻는다.
서로의 부족함을 밀어내지 않고, 그 틈을 빌려 서로를 채우며 살아가는 것. 그 번잡한 필연이 곧 자연(自然)이고, 우리가 기꺼이 함께 흔들리며 살아가는 이유였다.
[길 위에서 펼친 운명의 지도]
2019년 기해년, 42세의 늦은 결혼이 이루어진 사주적 해석?
2019년 기해년: 운명의 톱니바퀴
남편(정재 대운): 안정적인 결실과 아내를 맞이할 비옥한 토양 완성.(결혼은 주로 남녀 중 한명이 대운이 변하는 해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남편의 대운이 정재(아내)바뀌는 해에 하게 되었다)
나(갑기합 해체): 묶여있던 생각이 흔들리며 열린 '운명의 틈'. (기존 삶의 흔들림으로 새 삶이 열림)
해미합(亥未合): 내 사주 배우자 자리에 미토가 기해년 해수와 합을 하여 관성(남편운)운이 들어옴으로써, 결혼이 이루어짐.
을목(乙木) 남편과 기토(己土)아내의 조화
메마른 흙(己土)이었던 내 땅을 부드러운 넝쿨(乙木)이 덮어주며 비로소 '숲'을 이룸.
남편 또한 연약한 나무(신약사주)로 뿌리내릴 곳인 기토(己土)를 찾아 안정감을 느낌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이 시기, 운명이 나를 어떻게 흔들고 다시 세웠는지에 대한 가장 날것의 기록(결혼과 난임의 현실)은 저의 지난 브런치북 <지각생 인생>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jjinsm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