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의 날개 아래
봉황의 날개 아래
천지봉황제(天地鳳凰祭)의 소식이 무림 전역으로 퍼졌다.
강호의 고수들은 누구나 이 대회가 단순한 무도(武道)의 경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봉황이 날개를 펴는 순간, 세상이 갈라진다."
이 말은 수백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예언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단청은 천지봉황제가 열리는 장소로 향하는 길목에서 익숙한 기운을 감지했다.
"오랜만이군, 단청."
길목에 서 있는 남자는 흑랑(黑狼) 유진이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단청과 함께 수련했던 벗이었지만, 지금은 **적(敵)**이었다.
유진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네가 올 줄 알고 있었다."
단청은 검을 뽑지 않았다.
"나를 막으러 온 것이냐?"
유진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너를 돕기 위해 왔다."
단청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의 기억 속에서 유진은 분명히 무림맹(武林盟)과 대립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돕겠다고?
"네가 나를 돕는 이유는?"
유진은 한숨을 쉬었다.
"천지봉황제는 단순한 대회가 아니다. 그것은 운명을 시험하는 자리다. 그리고 너는... 그 시험의 중심에 서게 될 운명이다."
단청은 그의 말을 듣고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회색빛 구름이 깔려 있었다.
유진은 말을 이었다.
"이번 봉황제에는 단순한 무림 고수들만 모이는 것이 아니다.
숨겨져 있던 고대의 혈통,
잊혀진 봉황의 사도(使徒),
그리고… 너의 과거를 아는 자들까지 모일 것이다."
단청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끝이 희미하게 떨렸다.
"…그렇다면 나도 준비해야겠군."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하지만 혼자서는 부족하다. 너에게 동료가 필요하다."
단청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붉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고, 등 뒤에는 기다란 **창(槍)**이 보였다.
"오랜만이로군, 단청."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유진이 옆에서 덧붙였다.
**"이 자는 **화염의 사자(火焰使者) 백랑(白狼)이다.
우리 셋이 힘을 합친다면… 봉황제의 숨겨진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몰라."
단청은 가만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천천히 검을 쥐었다.
"좋다. 함께 가자."
그렇게, 그들은 운명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