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말해지지 않은 다섯 번째 계절
3. 말해지지 않은 다섯 번째 계절
사계절이 끝난 뒤, 우리는 무언가를 잃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숨을 고르며, 가을이 수확을 알리고, 겨울이 닫히는 동안
그녀는 늘 말하곤 했다.
“그다음 계절은 아무도 말하지 않아.
입 밖에 내는 순간 사라지거든.”
플릭시아의 북쪽 산맥, 계절의 언덕 위에는
이름 모를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잎은 투명했고, 꽃은 소리로 피었다.
그중 하나—다섯 번째 계절의 수호자—는
침묵의 언어를 알고 있었다.
도시는 네 계절의 기억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소녀는 그 너머를 걸었다.
맨발로, 바람의 구절을 밟으며.
그녀가 도서관에 남긴 메모엔
다섯 번째 계절의 단서가 있었다.
> “잎은 색이 아니라 온도로 피고,
열매는 추억을 맺으며,
눈은 기억이 녹은 자국으로 쌓인다.”
그리고 어느 날, 다섯 번째 계절은
조용히 도시에 침투했다.
우산이 펴지지 않는 비,
해가 뜨지 않는 아침,
심장이 뛰지 않는 잠.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무언가 확실히 달라진 날들.
사람들은 어딘가 낯설어진 일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소녀는 알았다.
그것이 다섯 번째 계절의 증거임을.
말해질 수 없기에
오히려 모든 것이 바뀌고 있었음을.
그리고 누군가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그녀는 웃었다.
“저는, 말을 잃은 계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