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시각장애인도 색을 알 수 있어요
시각장애인에게 색이란?
어릴 때 7개월 반만에 미숙아로 태어난 나는 빛만 볼 수 있고 검정과 흰색만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진한 파란색도 검정, 연한 회색도 흰색이라고 말하며 자주 색을 틀린다.
하지만, 이런 나도 색깔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다.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색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색깔을 안다는 것은 비장애인과 조금 다르게 알고 있다. 색깔의 이름과 이미지를 매칭할 때 나는 이렇게 이해한다.
‘노란색을 병아리, 빨간색은 피. 파란색은 바다, 보라색은 포도.’
이런식이다. 하지만 이것은 나만 그렇다는 것이고, 다른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색을 다르게 구분할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눈이 보이다 안 보이게 된 시각장애인들은 색을 표현하는 게 더 수월하다. 그러나 나는 태어날 때부터 볼 수 없었기에 색을 구분할 때 이론으로 많이 아는 편이다. 그래서 그 색이 예쁘다고 해도 와 닿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가끔 친구들이 옷을 입은 걸 보고 “옷 색 예쁘다!” 하고 감탄을 하기도 하고, 색이 궁금하면 주변인에게 물어 색을 상상하기도 한다.
노란색을 예로 들면 병아리를 떠올리고 참 밝고 예쁜 색이겠구나 하고 머릿속에 저장한다. 연노란색도 있는데, 이것은 노란색이 옅게 나타나는 거라고 생각하며 노란색보다 더 예쁘지 않을까 하고 상상한다.
나는 쇼핑을 가면 색깔을 묻고 상상한 한 후, 물건을 산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게 내가 산 물건들의 색은 한 번도 안 예쁜 색이 없었다. 오히려 주변에서 “오, 색 잘 골랐네.” 하며 감탄하고, 내가 물건을 사는 걸 신기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단순한데, 우연이 좋아서다. 나는 색을 보지 못하니까 감으로 ‘이거 좋다’ 하고 생각한 것이 우연히 딱 맞아서 좋은 것을 사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좋은 것을 사고 그것을 알면 기분이 좋아지며 내가 한 쇼핑에 후회가 없어진다.
내 주변에는 지금도 여러 색들이 둘러싸고 있다. 흰색, 회색, 검정색, 노란색 등등… 다양한 색들이 내게 인사를 해 온다.
‘안녕? 오늘도 우리를 봐 줘서 고마워.’
그러면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아니야. 나도 너희와 함께 있을 수 있어 기뻐.’
지금 나는 사야 한 물건이 있다. 나는 이번에도 색을 보지 못하니 도움을 받아야겠지?
그래도 감사한 것은 색을 이해하고 또 상상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시각장애가 있다고 색을 전혀 모르는 게 아니라 함께 상상하며 다양한 색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음을 알아주고 함께 색을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