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즐거운 독서 생활
시각장애인의 독서 라이프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추리물과 소설, 에세이 등 장르 불문하고 책을 읽는데, 아직 철학은 읽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커다란 시련이 한 가지 있는데 그건 바로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게 한정적이라는 거다.
시각장애인은 점자로 책을 읽는다. 비장애인들이 보는 묵자를 볼 수 없어 점자로 된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점자책은 무척 많이 두껍다. 비장애인들이 보는 묵자책 1권이 시각장애인이 보는 점자책으로는 5권이 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 이유는 점자책은 두껍기 때문에 한 권에 책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어 나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들은 책을 볼 때마다 늘 무거운 책을 들고 다녀야 한다.
그러나 요즘은 이북이라고 해서 전자책도 많이 나오고 있고, 자원봉사자가 책을 읽어줘서 그것을 듣기도 한다. 아니면 시각장애인이 쓰는 어플 중 ‘드림’이라는 어플을 써서 책을 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독서 방법이 늘어나고 있다.
드림이라는 어플을 간단히 소개하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어플로 시각장애인이 이용하는 도서관들을 모아 통합해 책을 음성으로 읽을 수 있게 한 어플이다. 그런데 이 어플이 나온 건 좋지만 나이 드신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어려움과 제약이 많은 어플일 수 있게다는 생각이 든다. 시각장애인 어르신들 중에는 컴퓨터를 잘 못하는 분도 많고, 휴대폰을 잘 못 다루는 분들도 계신다. 그래서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우신 분들에게 드림은 고난이도의 어플이 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다고 점자책을 읽자니 점자를 읽는 속도가 느려 어려움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이 드신 분들은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도움을 받아 책 파일을 ‘책마루’라는 기계에 넣고 듣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다.
또, 드림 말고도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사이트에서 책을 데이지 파일로 만들어 올려 놓은 걸 받아 읽는 경우도 많다. 나도 데이지 파일을 많이 이용하고 최근에도 여러 책을 받기도 했다.
데이지 파일은 시각장애인만 쓸 수 있고, 출판사의 허락을 통해 만드는데 보통 최신 유행하는 책이나 시각장애인들이 신청을 한 책을 만들어 올려주고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도 각자 읽고 싶은 게 다르다보니 조금 더 많은 책이 올라 왔으면 하는 경우도 많다.
시각장애인들은 스마트폰 사용을 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미지로 된 것도 많은데다 설령 익힌다 해도 어플이 업데이트 될 때마다 접근성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 무척 어려워진다. 나도 몇 번 잘 쓰던 어플이 업데이트 후에 더 안 좋아져 쓰지 못한 적이 몇 번 있는데 그 때마다 어플을 만든 곳에 따지고 싶은 심정이다. 실제로 몇몇 어플은 그렇게 메일을 보내거나 문의를 넣어 변화를 시킨 적이 있다.
나는 밀리의 서재나 위라, 리디를 자주 이용한다. 워낙 기기를 잘 다루는 편이고 약간이나마 빛을 볼 수 있어 사용하기가 낫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에 제약이 많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장애인들은 밀리의 서재를 받은 후 음성으로 책을 듣지 못하거나 다른 어플에서도 보고 싶은 책을 보지 못해 답답해 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실제로 내 지인 중 한 명에게 밀리의 서재를 소개하고 써보라고 했는데, 이북에서 음성으로 듣는 걸 찾지 못해 쓰지 못해 나에게 물어 봤던 적도 있었다. 밀리의 서재는 이북을 음성으로 들으려면 책을 열고 화면 가운데를 터치하고 왼쪽 밑의 오디오를 눌러야 하는데, 그것을 찾는 게 어렵다보니 많은 책을 보지 못한다.
나도 그것을 밀리의 서재에 물어본 후에야 알게 돼 처음 책을 연 후 안드로이드 톡백이나 IOS의 보이스오버를 끄고 가운데를 누른 후 다시 음성 TTS를 켜고 오디오 버튼을 누르고 책을 듣는다. 어떻게 보면 불편하지만 이렇게라도 책을 듣는다는 게 한 편으론 감사하다.
그래도 요즘 밀리의 서재에 오디오북이 올라오고 있어 그것을 많이 듣는 시각장애인들도 있다.
리디는 그래도 밀리의 서재보다 접근성이 좋아 책을 읽는 게 쉽지만, 일일이 책을 사야 하니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나는 밀리의 서재를 더 많이 쓰는 편이다.
이 외에도 다양하게 책을 읽어주는 어플들이 있으나 시각장애인들의 눈 상태나 스마트폰에 따라서 어플을 쓰냐 쓰지 못하냐로 나눠진다. 그리고 원하는 책을 보지 못해 답답해 한다.
확실히 예전보다 책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의 현실에서는 많아진 건 알지만 읽지 못하니 그림에 떡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각장애인 도서관에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는데, 보통 데이지 파일로 만들어지는 게 한 달 정도 걸린다.
여기에서 이 책들이 일반적인 책이라면 조금 나은 편이다. 하지만, 꼭 봐야 하는 교재나 책이라면 늘 책이 다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답답함은 배가 된다. 나 역시 대학 시절 교재를 미리 신청해 놓고 파일이 완성 되기를 기다리는 게 참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과제를 해야 하는데 책이 없어서 못하는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 두어야 할 건 요즘 책을 만들어주는 속도가 빨라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다양한 어플로 책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밀리의 서재 뿐 아니라 오디오북으로 유명한 윌라도 나는 자주 쓰는 편이다. 다양한 성우들이 읽어주는 책을 듣다보면 이북과는 다른 느낌이 들어 정말 즐거운 독서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예전에 운동을 하면서 책을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가 있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고 책의 위력을 실감한 적이 있다.
책과 독서는 지식을 주는 것에 있어 큰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시각장애인들이 책을 기다려 읽는 게 아닌 자신이 읽고 싶을 책을 사서라도 읽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어플의 접근성이 안 좋아 책을 보지 못하는 건 너무 서글프지 않은가.
적어도 시각장애인들도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고 독서 라이프를 즐길 수 있기를 꿈 꿔 본다. 지금보다 어플의 접근성이 좋아져 행복한 독서 생활이 이어지면 한다.
* 이번에 글이 늦어져 죄송합니다. 제가 월요일날 올리려다 이제야 글을 올리네요.
앞으로는 늦지 않는 삐약이가 되겠습니다. 글 발행이 늦어져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