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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약이 2시간전

23. 점자가 다양해지는 세상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통해 더 다양한 것들을 볼 수 있는 날

시각장애인은 앞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점자로 글을 쓰고 읽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요즘은 기술이 다양해져 컴퓨터나 노트북 등에 음성TTS를 설치해 한글을 작성하거나 하지만, 예전에는 그것도 어려울 때가 있었다.
점자는 6개로 구성된 시각장애인의 글자로 6개를 통해 여러 글자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자를 만들고 싶다면 1,2,4,6이라는 점으로 '가'자가 완성이 된다. 내 이름 역시 점자로 하면 간단하다. 그렇지만 비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어려울 수 있다.
점자는 감각이 무척 중요하다. 감각으로 작은 점을 만져 몇 개의 점이 있고, 이것이 몇 점인지를 알아서 그것을 통해 글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은 점자를 익하는데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갑자기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새로운 글자를 익힌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점들이 무척 작아서 익히는 것이 더 어렵다면 어떨까? 마치 사막에서 작은 점을 찾는 것처럼 막막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나는 어릴 때부터 안 보이는 생활을 해 왔고, 초등학교 때부터 점자를 익혔기에 점자를 익히는 속도가 빠른 편이었다. 거기다 어릴 때부터 책을 읽던 것이 도움이 돼서 점자 읽는 속도가 빨랐다. 그렇다고 내가 학교에서 제일 빨랐다는 건 아니다. 나보다 점자 속도가 빠른 후배가 있었는데, 그 후배는 점자를 읽을 때 감정까지 섞어 읽어 마치 한 편의 책을 듣는 것 같았다. 나는 점자를 읽으면 기계적이엇던 반면, 그 후배는 거기에 자신의 감정까지 넣어 무척 풍부한 글을 듣게 한 것이다.
그걸 보며 얼마나 놀랐던지. 지금 생각해도 그 후배의 점자 읽는 실력이나 노력은 대단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거기다 지금은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고 자신의 꿈을 위해서 움직이는 후배를 보면 존경스럽고 응원해주고 싶어진다.
이처럼 점자는 시각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거지만, 요즘은 점자보다 듣는 위주가 많이 늘었다. 우선, 책마루라는 보조기기가 있는데 이것을 통해 책을 다운 받아 음성으로 들을 수 있고 그 외에도 여러 오디오북을 휴대폰을 통해 다운 받아 볼 수 있어 점자보다 듣는 문화가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점자의 경우, 책이 만들어지면 무척 두껍고 보관하기도 힘든 반면 오디오북이나 전자책은 바로바로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음성으로 들을 수 잇어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여러 점자책 대신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이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점자를 아는 시각장애인들이 점점 줄어 든다고 하는데, 그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점자는 시각장애인의 유일한 문자이자 글자인데, 이것이 사라진다니. 그것 자체가 너무나 안타깝다.
점자가 조금 더 널리 보급화 되고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게 된다면, 점자에 대한 인식이 더 바뀌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자주 하는 요즘이다.
요즘은 점자가 음료수병이나 혹은 화장품 박스에 붙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것 역시 정확하지 않다. 음료수병에는 점자로 '탄산' 아니면 '음료'라고 돼 있고, 화장품의 경우에는 '로션', '스킨' 이렇게 붙어 있어 어떤 로션인지, 그리고 어떤 스킨인지 등을 알 수가 없다. 점자로 스킨의 유효 기간이나 다른 것들도 적혀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물건을 살 때마다 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도 그런 점자라도 붙어 있어 감사하기도 하다. 예전에는 점자 자체가 없었지만 이제는 조금이라도 붙어 있다는 게 좋은 일 아닌가. 시각장애인을 조금이라도 이해 해준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더 많은 곳에 점자가 붙고, 그것으로 시각장애인이 더 편리하게 점자를 사용할 수 잇는 날이 왓으면 하는 바람이 크게 남아 있다.
시각장애인도 한 명의 사회인이다. 언제까지나 누군가 물건을 봐주고 사는 것이 아닌, 혼자 점자를 읽고 살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렇기에 좌절보다는 희망을 꿈 꾸며 점자가 더 많아지는 세상을 꿈 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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