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흰지팡이에 대한 나의 생각
시각장애인과 흰지팡이
오늘은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꼭 필수적인 물건을 하나 말하려 한다. 바로 흰지팡이다. 흰지팡이는 누구나 알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늘 지니고 다니며 늘 탁탁 치는 소리가 나기에 사람들이 시각장애인이 지나 갈 때 알 수 있고 무엇보다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소중한 게 바로 흰지팡이기 때문이다.
안내견도 시각장애인을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흰지팡이 역시 시각장애인이 많이 쓰는 물건이다.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의 친구이자 파트너라면,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의 말 없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탁탁 치고 가는 것 같지만 치고 다닐 때의 땅이 단단한지 아닌지, 앞에 볼라도가 있는지 없는지, 계단이 있는지 없는지, 턱이 있고 그 턱이 어느정도인지 등등 …시각장애인은 흰지팡이를 통해 여러 정보를 얻고 그것을 자신의 경험과 대비 시켜 길을 알 수 있다.
요즘은 흰지팡이를 쓰기도 하지만, 활동지원사 선생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흰지팡이를 쓰긴 해도 활동지원사 선생님 도움으로 자주 이동하며 차를 이용해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즉, 흰지팡이는 익숙한 곳이나 정말 필요할 때 이외에는 사용을 안 하게 된 지가 오래 됐다.
그렇다고 흰지팡이가 전혀 필요 없냐고 말한다면, 그건 아니다. 오히려 흰지팡이를 통해 감각을 먼저 익히고 그것을 바탕으로 경험이 쌓여 지금의 내가 이곳에 있다. 만일 흰지팡이를 쓰지 않았다면 나는 지팡이를 통한 감각도, 계단을 내려가는 시각장애인만의 방법도 전혀 모른 채 살았을 것이다. 그건 마치 눈이 안 보이는 세계에서 더 어두운 세게로 가게 되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내 가방에는 늘 유사시를 대비해 흰지팡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낯선 곳에 혼자 떨어지면 지팡이를 이용해 길을 찾고 모를 경우 사람들을 붙잡고 길을 묻는다. 하지만, 요즘은 길을 물어봐도 답을 듣기가 어려워졌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장애인콜이 집 앞에 내려줘서 집인 줄 알고 내렸더니 다른 집이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저기요!" 하고 불럿으나 아무도 답을 해주지 않아 한참을 헤맨 경험이 있다. 그 후 우리 집 대문에 노란 우체통을 쿠팡에서 사 걸어 두었다. 우체통이 노란색이라 구별이 쉽고, 내가 설명하기도 편해 그 후로는 집을 잃은 적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흰지팡이로 길을 찾는다 해도 모르는 장소는 늘 헷갈리기 마련이다. 거기다 대문이 거기서 거기라면 더더욱 헷갈릴 수박에 없다. 결국 이웃집 아저씨께서 나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셨고 무사히 집으로 갈 수 잇었다.
그 이후 흰지판이에 대한 인식이 어느정도인지 곰곰 생각하게 됐다. 시각장애인을 대표하는 흰지팡이가 과연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을까? 사실 나도 시각장애에 대한 것만 알고 잇을 뿐, 다른 장애에 대한 것은 모르는 부분이 많다.
지체장애인 분들을 만나도 휠체어에 대해 모르고, 그 분들의 삶의 노하우나 생활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 분들의 고충을 나는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힘들겠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으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지, 그리고 그 장애에 대한 인식이 어떨지 생각이 깊어졌다.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많은 학교를 다니며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건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사회는 장애인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사람들은 그저 장애인이 불편한 존재,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알지만 정작 그 장애인의 노하우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건 당연한 걸 수도 있다. 비장애인들도 삶의 노하우가 잇는데 그걸 다 알지 못하는 것처럼 장애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장애인들이 모든 걸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편견을 가지고 보는 시선이 힘겨울 때가 있다. 시각장애인은 앞을 못 보니 할 수 잇는 게 없다는 시선처럼, 장애인들이 뭔가를 해냈을 때 극복했다며 말하는 것처럼, 장애인을 모르는 사람들은 장애인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많이 있다.
가족들도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있어도 모르는데 그런 게 아닌 비장애인들은 더 모르는 게 당연하다 싶다. 나 역시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그 사람을 모르는 것처럼 이것은 당연하면서도 일상이 돼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장애인들을 편견 없이 마주 봤으면 좋겠다. 장애가 있어도 할 수 있음을 나는 알기 때문에 더욱 더 편견을 가진다면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든다.
느리지만 할 수 있는 것은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처럼 장애인들도 자신의 속도로 서서히 나아가고 잇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흰지팡이가 시각장애인의 상징이 된 건 시각장애인들이 흰지팡이로 길을 찾는 게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른 장애인들 역시 어색해 하지 말고 다가 갔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잇고, 더욱 더 좋은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잇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오늘도 나는 흰지팡이를 떠올린다. 시각장애인의 길잡이이자 시각장애인을 말해주는 흰지팡이. 그것이 있음으로 인해 시각장애인은 많은 것을 얻었다. 앞으로도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여러 장애인들이 나아가는 세상이 밝기를 소망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