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소리로 알 수 있어요
시각장애인과 소리의 중요성
시각장애인에게 ‘소리’는 큰 의미가 있다. 눈 대신 소리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눈보다는 소리에 비중을 더 많이 두고 살고 있다.
소리는 여러 가지를 알려준다. 내 앞에 사람이 있는지, 그 사람의 기분, 차가 오는 것, 오토바이가 오는 것 등등… 다양한 소리가 나를 지탱해 준다.
그런데 소리까지 안 들리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소리가 없는 세상은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공포, 그 자체다.
예전에는 차가 오는 소리를 잘 듣고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아니다. 차가 오는 건 알지만, 소리가 작은 차도 있어 구별하기가 어려워졌다.
간혹 뒤에서 빵빵 거리지도 않고 지나가는 차가 있는데, 이럴 때는 화가 난다.
앞에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지나 간다고 알려줘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안전한데 그것을 하지 않는다.
오토바이도 그렇다. 뒤에서 빠르게 다가 오는 오토바이 소리를 듣고 철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급하게 가는 사정이 있겠지만, 앞에 사람이 있다면 조금 속도를 줄이거나, 지나간다고 알려주면 좋겠다.
어머니와 산책을 갈 때도 내 신경은 늘 소리에 많이 의지를 하게 된다. 그래서 산책을 하다가도 차가 오거나 할 때 많이 불안해 하고 차가 갑자기 뒤에서 빠르게 올까 봐 걱정부터 한다.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다. 지금 소리로 봐서 비가 조금 많이 오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틀릴 때도 많다. 눈으로 보는 게 아닌, 소리로만 듣다보면 잘못된 정보가 오기도 하고 때론 성급하게 행동할 때도 있다.
그러나 성급한 행동은 오히려 시각장애인에게 있어서 역효과를 줄 수 있다. 그렇기에 늘 소리를 잘 듣고 대처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말을 하고 있는데 끝난 줄 알고 끼어 들면 상대방은 기분 나빠 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방이 나에게 말을 하고 있을 때도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하는 것도 성급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눈이 안 보인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이해 해주고 받아 들여주지만, 그게 아닌 사람에게는 예의 없어 보이고, 불쾌해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시각장애인은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고, 늘 귀가 열려 있어야 한다.
오늘도 나는 수많은 소리 속에서 살고 있다. 눈을 떴을 때부터 잠이 들 때까지… 소리로 세상을 사는 건 변함 없는 나의 ‘일상’이다.
앞으로 더 많은 소리를 듣고 살아가겠지? 비록 소리로 듣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살아 있음이 참 좋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