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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강아지 Jul 28. 2024

더 큰 나락은 당연한 결과였다

원칙을 깬 단 하루, 돌릴 수 없는 시간

#8. 더 큰 나락은 당연한 결과였다

원칙을 깬 단 하루, 돌릴 수 없는 시간


어느덧 나는 좋은 기업의 주식을 매매하는 이른바, 가치투자가 아닌 변동성이 큰 종목들을 위주로 초단기매매를 주로 하고 있었다. 단 하루 만에 50%가 넘는 수익을 달성해 본 경험은 나를 소위 ‘단타’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만들기 충분한 경험이었다.


어느 정도 손실을 만회한 상황이었기에 나는 과감하게 돈을 집어넣을 수 있었다. 과감하지만 나름의 원칙을 정하긴 했는데, 그것은 바로 매수가 대비 2% 손실이 났을 경우 자동으로 손실처리를 하는 자동손절매 기능을 항시 설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종목들 위주로 플레이를 하다 보니 2%의 손절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근무 중 증권사로부터 카카오톡 주문알림이 오는 것은 대부분 자동손절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는데, 주식매매를 업으로 하는 트레이더가 아닌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더욱이 자동매수매도 기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나는 손절의 범위를 -2%에서 -5%까지 범위를 늘렸다. 그리고 만일 손절이 일어날 경우 다시 손절범위에서 매수를 했고 또다시 그 가격의 -5%를 손절가격으로 지정함으로써 대박을 노렸다. 물론 주가가 오를 때는 익절 범위를 계속해서 조정해 주는 걸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결국 나는 손에 대지 않으려고 했던 공모주에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큰 수익을 안겨준 B종목 이후 대략 한 달 정도 상장하는 공모주가 없었으나, 이후 IPO가 대거 포진해 있었던 것이다. 대여섯 개 종목이 줄줄이 상장을 했고, 나는 그중 가장 관심을 받는 한 종목에 베팅을 해보기로 했다.


내가 매매하고자 종목의 상장일이 꽤 늦은 시기였기 때문에 나는 잠자코 상장일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 훈련(손 풀기) 정도로 간주하고 상장하는 공모주(관심이 떨어지는) 하나에 소액만 집어넣어 감을 익히고자 했다.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에 위치해 있었다. IPO가 부채 자금 조달 목적이 있다는 풍문이 돌았지만 개의치 않고 조금의 돈을 넣기로 했다.     


주가는 시장이 열리자마자 거침없이 올라가더니 5분도 채 되지 않아 꼭대기를 형성하고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나는 장초반에 곧바로 매수를 했다. 계좌에 순식간에 빨간불이 들어오더니 이내 파란불로 흐름이 바뀌었다. 적은 금액을 넣었기 때문에 평가액 상 손실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막상 손실이 보니 기분이 나빠졌다.


웬일인지 그날따라 오기가 생겼던 모양이다. 나는 당초 매매한 금액에 상응한 금액으로 다시 매수를 했다. 평균 단가는 낮아졌지만, 주가는 내가 생각했던 지지라인을 지지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내가 세운 원칙에 의하면 나는 이미 손절을 했어야 했다. 이미 원칙을 깬 상황에서 나는 또 한 번 일탈을 감행했다.


세 번째로 투입한 돈은 나의 총 투자금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주가는 등락을 반복했다. 나는 원금만이라도 회복해 보자는 심정으로 초조하게 기다렸다. 주가가 한차례 올라가는 움직임을 보여주었지만 힘이 많이 약했다. 결국 저항라인을 깨지 못한 주가는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신규 상장주의 위험한 점은 상승과 하락폭의 제한이 300%로라는 것. 어디까지 상승하고 하락할지 예측할 수 없다. 이 경우, 하락폭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간 수익을 본 모든 금액이 날아가고 있었다. 결국 나는 장이 끝나기 전 매도 버튼을 눌렀다.


절망스러웠다. 모든 기대와 희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쌌다.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그 욕은 바로 나를 향한 욕이었다. 그리고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탓할 것이 없는 것 자체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스스로를 다독이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도대체 이 상황을 여자친구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그녀의 반응은 또 어떠할지. 이것이 나 혼자만의 게임이었다면 그 짐의 무게가 덜 할 테지만 결국 이 돈 또한 결혼 자금의 일부였기 때문이었다.


패잔병이 된 듯, 조용히 사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겉으로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시늉했지만, 얼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알아챈 사람들이 있었으리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니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상황이었다. 빨리 근무시간이 끝나 퇴근하여 침대에 몸을 뉘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발점에 불과했다.

나를 기다리는 더한 고통은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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