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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강아지 Aug 06. 2024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지

난생처음 가본 쿠팡 소분 아르바이트

#13.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지

난생처음 가본 쿠팡 소분 아르바이트




무기력한 나날들이 지속되었다. 주식투기에서의 실패는 나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먼저,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정신적인 압박과 스트레스는 잠을 자는 중간중간 악몽으로 재현되어 나를 잠에서 깨게 만들었다. 불안정한 수면의 질은 다음날 고스란히 나의 컨디션을 악화시켰고, 이는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결재기안 혹은 문서를 만들 때 실수가 잦아졌다. 평소 덤벙거리는 성격이어서 몇 번을 더 꼼꼼히 확인해야 할 문서들을 대충대충 만들기 시작했고, 이는 곧 직장에서 나에 대한 평가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직장뿐만 아니라 여자친구와 나와의 관계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여자친구는 열심히 결혼준비를 거의 도맡아 해왔었는데, 나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었고, 여자친구를 많이 도와주지 못했다.


여자친구는 그런 서운함과 불만을 나에게 토로했고, 그럴 때면 다시 미안한 감정과 조급한 마음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불안과 걱정이 가득한 시점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음을 다잡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대로 하염없이 주가가 오르길만 기다릴 순 없었다. 상황을 타개할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찾은 것은 일용직 아르바이트였다. 직장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었고, 아르바이트는 대학생 때 이후론 하지 않았었다. 그 사이 시급이 꽤나 많이 올랐었고,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풀타임 알바를 하면, 한 달 생활비 정도는 벌 수 있는 금액을 만들 수 있었다. 매달 고정지출로 대출이자의 부담이 있으니,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부업을 해야만 했다.


평일엔 9시부터 6시까지 근무를 했기 때문에, 내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평일 저녁 혹은 주말이었다. 가장 접근이 용이한 것은 ‘쿠팡 소분 아르바이트’였다. 쿠팡 아르바이트의 장점은 직장인들이 병행할 수 있는 시간대(저녁, 밤, 새벽)에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근무하는 스케줄을 신청하여 처음으로 쿠팡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밤에 잠도 잘 자지 못하는데 몸이라도 때우면서 잡념을 없애는 것이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라 스스로 합리화하며 물류센터로 이동하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대여섯 군데에서 사람들을 픽업했고, 버스는 30분 정도를 달려 물류센터에 도착했다. 거대한 물류단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창고 안에는 매일 아침 내 문 앞에 쌓여있던 쿠팡박스가 차곡차곡 빠레트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업무는 간단했다. 라인을 타고 각 지역별로 선별된 물량을 다시 빠레트 위에 옮기는 작업이었다. 의외로 몸을 쓰니 잠은 오지 않았으나, 장시간 동안 서서 일을 하다 보니 허리가 아팠다. 소금이나 액체류가 든 박스를 옮길 때는 송골 땀이 맺혔다. 그렇게 하염없이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동이 트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조금만 버티면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나기 시작했다. 주변에 같이 일하던 사람들도 조금은 활기를 찾은 모습이었다. 불연 듯 이 사람들은 왜 새벽에 나와서 힘든 일을 하고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저마다 각자의 사연이 있으리라. 계중엔 몇 달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내심 들었다.


이십 대 초반, 용돈을 벌기 위해 인력소에서 막일을 한 적이 있었다. 벌써 십 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또다시 3D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그때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서 인력소를 갔지만, 지금은 할 줄 아는 것이 있어도 몸을 굴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때와 비슷하게 느낀 감정은 일종의 성취감이었다.


잃은 돈에 비해 몇 푼 안 되는 돈이지만,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번 돈. 그 돈이 달콤 씁쓸했고 또 소중했다.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철부지 없이 돈을 놀렸는지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손실을 메우기 위해서 쿠팡 아르바이트를 수십 수 백번 해야 할 터.

돈을 잃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다시 버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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