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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Sep 01. 2023

[몰타 어학연수]국적, 나이, 성별 초월한 동병상련.

몰타 어학연수 제2장 #28 프리인터미디어트 시험 통과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2장 프리인터미디어트 몰타  

#28  국적, 나이, 성별을 초월한 동병상련을 경험한 어학연수.  


나이 50에 다시 학생이 되면 더 여유로울 것 같지만 나이 50에도 학생인지라 공부에 일희일비하게 되더라고요.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건 다 친구들 덕분이었어요. 어학연수를 해보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거예요. 



+ 첫 번째 시험도, 두 번째 시험도 꽝! .

프리인터미디어트에서 8주 차에 첫 시험을 봤는데 67점으로 통과를 못했다. 3점이 모자라는 게 너무 아쉬웠지만 내 실력이 모자라는 걸 어쩌겠는가. 이것도 시험은 시험인지라 시험이 떨어지고 나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3점이 왜 모자랐나 분석을 해보니 시제, 조동사 문제를 전부 놓쳤다. 


EC 어학원의 경우 첫 시험을 보고 나면 다시 2주 뒤에 시험을 볼 수 있다. 첫 번째 시험을 떨어지고 나니 본격적인 슬럼프가 시작됐다.  설상가상으로 선생님의 은근한 무시로 인해 수업 시간에  말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니 슬럼프는 더 심해졌다. 선생님에게 부당함을 어필할 타이밍을 놓쳐버렸고, 반을 바꾸기에는 친구들과 너무 정이 들었고, 다른 반 선생님의 스피킹 점수도 살짝 걱정이 됐다. 


이젠 방법은 하나. 무조건 시험을 통과하는 것밖에는 없다. 첫 번째 시험을 너무 준비 없이 응했기에  두 번째 시험은 제대로 공부를 하고 시험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업시간은 교과서 위주가 아니어서 레벨테스트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수업 대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게다가 발표숙제나 영작숙제가 있긴 했지만 있어도 나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으니 굳이 시간 들여 숙제를 하기보다 레벨테스트 시험에 집중했다. 


월요일의 경우 첫 수업은 선생님이 혼자 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패스했다. 금요일의 경우는 두 번째 수업은 시험리뷰 하느라 다른 학생은 자율학습이니 쉬는 시간에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곳에서 공부를 했다. 수업이 흥미가 전혀 없고 말할 기회도 없으니 수업 결석하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늘렸다. 어학원 수업이 돈이 아까웠지만 개인과외 선생님의 공부가 큰 도움이 됐다.  

프리인터미디어트 첫 시험 67점 


이를 악물고 공부만 했다. 첫 시험에서 하나도 맞추지 못했던 문법 부분을 보고 또 보고 아직 진도를 나가지 않은 내용까지도 전부 공부를 했다. 한국어에는 없는 영문법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보고 또 보고 문법은 기초부터 전부 정리를 했다. 수능을 볼 때보다 더 시험통과가 간절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이번 시험만큼은 꼭 통과를 하고 싶었다... 가 아니라 꼭 해야만 했다.  시험 볼 때 어찌나 긴장을 했던지 온라인으로 시험 시작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는 손이 덜덜덜 떨렸다. 레벨테스트는 문제은행처럼 출제가 되는데 어떨 때는 좀 쉽고 어떨 때는 아주 어려웠는데 하필이면 두 번째 시험의 난이도는 최상이었다. 특히 리스닝의 경우 30%도 못 알아들었을 정도 지문의 양도 현저히 많았고 속도도 너무 빨랐다. 완전 멘붕이었다. 이번 시험도 통과는 힘들겠구나 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조금 하기는 했다.  


금요일,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두 번째 시험도 탈락.... 68점. 2점이 모자랐다. 처참했다. 

프리인터미디어트 두 번째 시험 68점. 


점수도 첫 시험보다 1점밖에 오르지 않았다니 맥이 빠졌다. 너무 어렵게 느껴졌던 리스닝 점수가 50점이 채 되지 않았다. 문법과 리딩은 점수가 크게 올랐지만 리스닝 점수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험을 같이 본 친구들이 4명이나 있었는데 그들 역시 리스닝이 너무 어려웠다고 했고 우리 반은 이번 주에도 아무도 시험을 패스하지 못했다. 


나는 프리인터미디어트에서 10주 차지만 친구들은 12주 차에서 16주 차가 되는 시점이었다. 전체 어학연수 기간으로 보자면 4개월 혹은 5개월이 되는 시점이니 6개월 기한으로 어학연수를 온 친구들은 이제 남은 기간은 고작 한 두 달. 나보다 시험패스가 더 간절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연거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니 너무 속상해서 우는 친구들도 있었다. 매주 아무도 레벨테스트를 통과 못하는 상황이 연거푸 발생을 하면서 금요일이면 초상집 분위기였다. 룸메의 선생님은 10주 차가 넘도록 레벨을 통과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 시험을 대비해 주로 많이 틀리는 문법 문제만 따로 뽑아서 수업을 해주기도 했다.  우리 선생님은 레벨테스트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학생보다 선생님이 더 말을 많이 하는 수업방식이니 친구들 사이에서는 우리 선생님은 일부로 우리를 레벨 안 올리려고 꼼수를 부리는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리고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나의 스피킹 점수가 첫 시험에 13.5점, 두 번째 시험에 14점 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점수가 너무 낮았다. 너무 이상했다. 시험을 같이 본 반 친구들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스피킹 점수를 물었다. 다들 최소 15점이었고 대체로는 16점, 17점 등이었다. 시험을 함께 본 사람들 중에 스피킹이 14점인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너의 스피킹 점수가 14점 밖에 안 된다고?"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나도 놀랐지만 친구들이 더 황당해했다. 나보다 훨씬 스피킹 실력이 떨어지는 친구가 16점을 받았는데 본인도 나보다 자신 점수가 더 높다는 사실을 의아해했다. 스피킹 점수에서 2점만 더 받았다면 바로 레벨통과다. 첫 시험 영작에서도 must와 have to를 놓고 점수를 깎는 것도 너무 깐깐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나의 스피킹 점수를 보니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었다. 수업 시간에 나를 따돌리는 것도 모자라 시험 점수마저도 그랬다고 생각하니 이젠 한 순간도 그녀의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았다. 한 문제만 더 맞혔어도 선생님의 스피킹 점수 탓을 할 필요도 없을 텐데 싶으니 자괴감이 들었다. 


이젠 따지고 뭐고 할 것도 없었다. 참고 참고 참았던 감정이 모두 폭발했다. 사무실에 가서 당장 반 변경을 요청했다. 무엇 때문에 반을 변경하냐고 직원이 묻는데 순간 눈물이 터져 나왔다. 여러 번 시험에 떨어지면서 우는 사람이 있었고 가장 친했던 이본도 연거푸 시험을 떨어지고 나서 엄청 울었었다. 다들 나이가 40은 넘었는데 이 시험이 뭐라고 울기까지 하나 싶었다. 그런데 나 역시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나이 50에 그깟 시험 때문에 이럴 일인가 싶어 당황스러우면서도 감정이 추제가 되지 않았다. 선생님의 여러 부당한 대우에 장까지 고일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꾹 참았던 내가 너무 한심했다. 


어학연수 포기까지는 아니어도 심정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분명 부당한 상황이었는데도 계속 참은 건 현실적인 이유 외에도 내가 할 말 다 하고 나면  '한국인'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을까 봐 염려되는 마음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미친 듯이 공부를 했던 프리인터미디어트


+ 또 다른 선생님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다. 두 번째 시험도 떨어지고 나니 의욕이 없었고 갑자기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타는 24주의 어학연수의 경우 총 4주간의 방학을 쓸 수 있는데 한꺼번에 쓸 수는 없고 2주 + 2주로 사용해야 한다. 금요일까지 방학 사용을 미리 사무실에 통보를 해야 하는 시스템인데 혹시나 싶어 아침에 어학원 사무실을 찾아갔다. 이미 새로운 반으로 배정되었기 때문에 방학은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일주일 어학원을 안 나오더라도 결석처리는 안 하겠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수업을 가야 했다.  도저히 공부할 기분도, 상황도 아니었다.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새로 배정된 교실로 조금 늦게 들어갔다. 내가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고 휘파람을 부르고 격하게 나를 반긴다. 


'뭐지? 이런 반응은?'


새로운 반은 전체가 라틴아메리카라 누가 됐던 라틴아메리카가 아닌 다른 국적의 사람이 오기를 굉장히 기다렸다고 했다. 기존에 있었던 반도 라틴 아메리카 친구들이 많긴 했지만 수업 시간에는 학구적인 분위기였고 차분한 편이었다. 새로운 반은 선생님이 젊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수업 분위기가 너무 자유로웠다. 선생님이 말을 하거나 말거나 지방방송이 어찌나 많은지 다소 어수선했지만 기분이 완전히 다운이 된 지금의 내 상태로는 차라리 에너지가 많은 반이 낫겠다 싶었다. 


쉬는 시간에 선생님이 나를 부르며 묻는다. 

"너 이번 주에 레벨테스트 볼래?"  

레벨테스트에 실패하면 원래는 2주 뒤에 시험을 볼 수 있지만 반을 바꿀 경우 바로 시험을 볼 수 있다.  


내 대답은 당연히 Yes.  그러면서 낮은 목소리로 내게 묻는다. 

"혹시 이전 선생님과 무슨 문제가 있었니?" 

"최근 한 달간 수업 시간에 말할 기회를 거의 주지 않았어요." 담담하게 대답했다. 

"오케이. 알았다." 선생님은 다소 의미심장하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혼자서 문법공부도 다 끝낸 상황이고 12주 차가 되니 프리인터미디어트 수업은 내겐 쉬운 편이었기에 선생님이 바뀌어도 수업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달라진 것이라면 선생님은 매 토픽마다 "해경, 너 생각은 어때? 한국은 어때?" 나에게 계속 말할 기회를 주며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반 친구들도 라틴아메라 일색이라 다른 문화권인 내 얘기를 집중력 있게 들으며 흥미로워했다. 


어학연수에 있어서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는 어학연수가 성공적인가 아닌가를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각자 선호하는 스타일과 공부방식이 다른 관계로 무조건 나에게 최악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신과 잘 맞는 선생을 만나는 게 정말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만난 선생님 패드로는 적어도 나에겐 그간 한 달간 받았던 스트레스를 다 잊게 해 줄 만큼 좋은 선생님이었다. 선생님 때문에 공부에 완전히 흥미를 잃었고 선생님 때문에 다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뭔가 병 주고 약 주는 느낌이랄까. 


일례로, 몰타에 있을 때 우리 기술로 만든 첫 인공위성 발사체가 성공한 것이 국제 뉴스에서 다룰 정도로 화제가 됐다. 마침 수업 시간에 '김치' 관련 내용이 책에 있었다. 선생님이 어제 뉴스에서 한국의 첫 인공위성 발사 성공 뉴스를 봤는데 이 토픽에 따르면 첫 우주인이 김치를 가지고 간 거면 첫 인공위성 발사가 이상하다며 설명을 해달라고 했다. 김치를 가져갈 때는 한국 최초 우주인이 맞고 러시아의 기술로 쏘아 올린 우주선이었고 어제는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만든 우주선이라고 설명을 했다. 선생님도 반 친구들도 역시 한국! 이라며 놀라워했다. 


몰타에 있으면서도 한국 뉴스를 놓치지 않고 체크를 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제 한국의 소식은 작은 나라인 몰타에서까지 국제면에 실시간으로 다룰 정도로 위상이 올라갔다는 사실이다. 외국에 있어보니 내 나라 조국이 잘 되고 좋은 소식이면 내 어깨도 절로 올라가니 내가 잘하는 것보다 더 기뻤다. 이러니 절로 애국자 모드 장착이다. 

교재에도 흔하게 등장하는 한국 문화, 한국 음식.



+ 축하해, 너 시험 통과 했어 

선생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는 덕분에 며칠이 안 돼 영어 슬럼프가 극복되는 느낌이었고 완전히 흥미를 잃었던 영어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것과 시험은 별개였다. 시험은 월, 화요일에만 응시할 수 있으니 일주일 만에 다시 시험이지만 지난주에 시험 떨어지고 난 후 의욕을 완전히 상실했기에 공부는 아예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거 화요일에 시험 본다고 해서 하루 만에 달라질 건 없다 싶어 마음을 비우고 월요일에 시험을 봤다. 


이번 시험은 지난번보다는 쉽게 느껴졌다. 시험 보는 중간에 잘하면 레벨테스트 통과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긴장이 되면서 몹시 떨렸다. 시간적 여유도 있어서 풀었던 문제를 다시 찬찬히 한번 더 확인하고 나니 시험 종료 직전이었다. 그랬는데.... 맙소사 뒤에 리딩 지문이 하나 더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무려 4문제.... 눈에서 레이저 광선이 쏟아졌다.  평생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실수를 하다니..... 살다 살다 내가 이렇게 바보 같이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계속 한 두 문제 때문에 레벨 통과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더 짜증이 났다. 프리인터미디어트에서 적어도 2주를 더 보내야 된다고 생각하니 돈이, 돈이 너무 아까웠다. 엘리멘터리에서부터 지겹도록 들었던 말 '레벨은 무조건 빨리 올라가야 한다'을 귀담아듣지 않은 걸 뒤늦게 엄청 후회를 했다. 


금요일이 됐다.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어학원 수업 종료되는 친구가 있어 선생님이 고생했다며 안녕을 고한다. 다 같이 박수를 치며 축하를 해주고 있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른다. 


"해경, 너도 이번 주가 마지막이야" 


순간, 멍했다. 


"뭐, 뭐, 뭐라고요? 시험 통과했어요?" 

"Ofcourse!.  너 시험 점수도 엄청 높아." 


내 입에서는 괴성과 방언이 함께 터져 나왔다... "시험을 볼 때... 문, 문,, 문제가 4..4..4...ㄱ  ㅐ  어쩌고 저쩌고..." 선생님은 이런 내가 귀엽다는 듯이 환하게 웃었다... 4문제나 못 풀었는데도 다른 부분에서 점수를 잘 받아서 평균 70점이 넘었고 시험은 가뿐하게 통과를 했다. 

세 번째 시험으로 레벨 통과 
슬럼프를 극복하고 영어에 다시 흥미를 느끼게 해 준 패드로 선생님 땡큐!



+ 동병상련(同病相憐)

시험 통과하면 엄청 기쁠 줄 알았는데 고작 이 책 하나 받자고 그동안 이렇게 힘들었나 싶어 되려 너무 허탈했다. 돌이켜 보면 지난 한 달은 최악이었다. 직업상도 그렇고, 개인적인 성향도 그렇고, 공부가 취미일 정도로 새로운 걸 배우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인데 내가 누군가에게 적의를 품고 공부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쉬는 시간에 사무실에 가서 인터미디어트 새 책을 받았다. 책을 받자마자 원래 친구들이 있는 반으로 가서 새 책을 쓱 내밀었다. 반 친구들 전체가 환호성을 지르고 축하한다며 나보다 더 기뻐한다.  그동안 내가 마음고생을 하는 걸 옆에서 다들 지켜본 친구들이었다. 선생님의 부당한 처사는 너의 주관적인 감정이 아니라며 적극 공감을 해주었고 날마다 내 기분을 살피며 응원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나를 격하게 안으며 "너 공부 진짜 열심히 한 거 우리가 다 안다. 너는 레벨 통과할 자격이 충분하다"며 마음을 토닥인다. 새삼스레 울컥했다.  너무 소심해져 버린 내가 너무 싫었고 스스로를 수없이 자책하던 시간이 떠올랐다. 힘든 시간을 잘 버틸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친구들이 정말 고마웠다. 


"너희들이 있어서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어. 고마워."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다 다른 우리가 몰타라는 나라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어학연수를 함께 하고 있다는 의미만은 아니었다. 나이 많은 학생도 엄밀히는 '학생'이었기에 공부의 스트레스는 당연했다. 나이가 많기에 어쩌면 공부의 스트레스가 더 큰 것도 사실이고. 3개월이 넘어가면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슬럼프가 찾아오고 어떤 친구들은 향수병이 생기기도 했다. 다행이라면 공부의 스트레스와 외국 생활이 주는 외로움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레벨이 낮으니 서로 속 깊게 대화가 안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감정 전달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서로 손 붙잡고 울고 웃으며 온 우주가 돕고 있는 우리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외국에서 한 달 살아보기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나이, 국적, 성별을 초월한 우정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었고 자신을 돌아보고 성숙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인터미디어트에서는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인터미디어트 이 책을 받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국적, 나이를 초월한 친구들은 동병상련


덧. 원래는 6개월 수업 + 1개월 방학 후 9월 경 런던에서 수업을 시작하려고 했던 계획은 이 선생님과의 트러블로 인해 몰타를 한 달 반이나 일찍 떠나기로 결정을 했고 그건 신의 한 수였다. 또한, 프리인터미디어트에서 너무 긴 시간을 보내며 문법을 지겹도록 공부한 덕분에 런던에서 수업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인생이란, 모든 건 다 나쁘기만 한 것도, 다 좋기만 한 것도 아닌 제로섬의 게임이다. 


#몰타어학연수 #몰타라이프 #몰타라이프 #몰타여행 #malta #maltalife #몰타 #런던어학연수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은 매거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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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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