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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Dec 27. 2023

두 대학 도시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런던라이프]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19 케임브리지 vs 옥스퍼드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19 두 대학 도시,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 갑자기 캠브리지로  

런던에 있는 동안 다른 곳은 몰라도 케임브리지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케임브리지도 옥스퍼드도 안 가본 건 매 한 가지인데 이름이 주는 어감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옥스퍼드보다는 케임브리지가 훨씬 더 좋았기에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언제나 케임브리지였다. 


그런 케임브리지를 갈 기회는 우연히,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어학원 첫날 오리엔테이션 때 옆자리에 앉아 안면을 트게 된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프리인터미디어트였고 나는 인터미디어트라 반이 달라 가끔 복도에서 마주치긴 했었다. 첫 주를 보내고 난 다음 주, 그러니까 2주 차 주말에 자기 반 애들과 케임브리지를 가기로 했는데 나보고 같이 가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케임브리지를 가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준비도 안 된 채로 갑자기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나중에 혼자 가는 것보다 애들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흔쾌히 따라나서겠다고 했다. 가서 뭘 보고 어디 갈 거냐고 하니 대충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따로 케임브리지에 대해 좀 알아볼까 하다가 공부 따라가기에도 허둥지둥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냥 그들에게 맡겨 보기로 했다. 외국 애들은 어떻게 여행을 하고 어떻게 다니는지 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공부를 하나도 안 하고 간 걸 정말 후회했다.) 


그렇게 국적도, 성별도, 나이도 다른 5명이 모여서 아침부터 킹스크로스 역에서 만나 기차를 타고 케임브리지로 향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정을 거닐고 잔디밭에 앉아 인증숏도 찍겠다 부푼 마음은 절로 콧노래가 나오게 했다. 

케임브리지로 가는 킹스크로스 역



케임브리지역에서 직진해서 앞으로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곳인 케임브리지는 생각보다 작았다. 케임브리지가 하나의 종합대학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데 가보기 전에는 나 역시 그랬다. 역 앞으로 나와 가장 먼저 보이고, 가장 먼저 사람을 만난 건 여기저기 줄줄이 걸려있는 '펀팅'안내문과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갔기에 처음에는 펀팅이 뭔지도 몰랐다.  하자면 강에서 작은 배를 타는 것을 말하는데 나의 목적은 오로지 케임브리지 캠프스 구경이었기에   여기서 굳이 그걸 왜 하나 싶었다.  하지만 케임브리지에서는 '펀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정도로 케임브리지의 명물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직 점심은 되기 전이었지만 다들 출출하고 배가 고프다고 해서 적당한 식당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내겐 너무 익숙한 간판이 보였다. 


'Kim's Bulgogi'


와- 케임브리지에도 한식을 먹을 수가 있다니 싶었다. 언제 생긴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런던에서 한식 열풍은 확실했다. 마음 같아서는 어떤 메뉴를 팔고 있는지 킴스 불고기에 가보고 싶었지만 한식을 잘 모르는 친구들이라 그들이 원하는 곳(아무 데나)에 들어갔다. 맛이 있지도 없지도 않은 적당한 음식으로 허기를 채웠다. 아마 혼자만의 여행이었다면 이 식당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성향이 P이긴 해도 이왕이면 내 입맛에 맞는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서 갔을 것이다. 

처음 만나는 케임브리지의 풍경들


가벼운 브런치를 먹은 후 바로 케임브리지 대학교 캠퍼스를 가는 줄 알았는데 애들은 정처 없이 계속 걷기만 한다. 발 닫는 대로 걷다가 서점도 들어가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성당 같은데도 기웃거리고 쇼핑센터도 들어가고.. 


런던과 조금은 다른 케임브리지 거리도 좋았다. 어떤 서점에서는 한국 관련 책 보다 북한 책과 북한 사람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봤는데 외국인이 본 시각이 담긴 모습이라 좀 새로웠다.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리며 기념품도 구경하고 내친김에 케임브리지 후드티도 하나 구매했을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시간이 지나도록 애들이 캠퍼스를 보러 갈 생각은 안 하고 계속 가게들만 기웃거린다. 보아하니 이들 중 누구도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그러니 이동동선 따위가 있으릴 만무 했다. 낭패다. 남미 출신 애들이 대부분이라 몰타에서 숱하게 겪어 봤기에 그럴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설마 진짜 아무 계획 없이 올 줄은 몰랐다. 속으로 안달이 났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하루종일 애들이 어떻게 하나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보고 싶은 케임브리지 대신 이곳저곳 기웃기웃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펀팅 장소에 도착을 했다. 처음엔 케임브리지에서 뭔 배를 타타 싶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케임브리지에서 이건 꼭 해야 하는 것이구나 싶었다. 케임브리지 역 입구에서 받은 할인쿠폰 따윈 크게 의미가 없었고 티켓부스에서 티켓을 사니 가격은 다 동일했다. 대략 인원 8~10명 정도가 배에 오르면 출발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렇게 펀팅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고 일단 배에 올랐다.  


펀팅은 케임브리지를 도심을 가르는 캠강(Cam River)에 펀트로 불리는 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펀팅) 유람을 즐기는 걸 일컫는다. 캠강에서 펀팅은 1900년대 초반부터 유행이 됐다고 하는데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펀트 배들이 사람을 태우고 캠강을 유람하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케임브리지에서 할 건 딱 두 가지, 캠퍼스 투어와 이 펀팅 투어가 아닐까 싶다. 

케임브리지 명물이 된 펀팅


하나 같이 긴 장대를 손에 쥐고 강바닥을 지지대 삼아 배는 앞으로 나아간다. 오로지 뱃사공의 힘과 노를 다루는 실력이 펀팅의 전부다. 힘에 부치는 일이라서 그런지 대부분 젊은 남자들이 사공인데 간혹 여자들도 눈에 띄었다. 펀팅은 약 50분 정도 걸리는데 입구에서 출발해 퀸스칼리지까지 간 다음 다시 되돌아오는 코스였다. 물론 퀸스칼리지에서도 매표가 가능하고 그곳에서 펀트가 출발하기도 했다. 

펀팅을 즐기는 사람들 


배가 앞으로 나가기 시작하니 케임브리지 캠퍼스를 연결하는 다리 중 가장 유명한 다리인 세인트 존스 대학의 탄식의 다리(Bridge of Sights)가 보인다. 이 다리는 1831년 베네치아 다리를 모방해서 만들어진 걸로 알려져 있다. 강을 유람하며 탄식의 타리, 킹스 컬리지 다리 등등 모습이 다양한 다리도 볼거리였다.  


사공은 단지 노만 젓는 것이 아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 관련된 이야기, 다리 이름의 유래, 다양한 에피소드를 쉬지 않고 말을 한다. 아직 말이 빠른 원어민의 이야기를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니 듣기 평가의 연장인 셈이었다. 아는 단어 몇 개를 부여잡고 기존 지식에 아는 정보를 총동원하고 나의 온 감각을 발휘해야 했다. 


배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니 아름다운 케임브리지의 캠퍼스들이 온통 강과 접하고 있는 점은 꽤나 신기했다. 몇 개의 캠퍼스들을 차례로 지나가긴 하는데 캠퍼스를 들어가 보지 않았으니 설명을 해줘도 잘 모르겠고 어디가 어디인지 너무 궁금했다. 

강을 따라 늘어선 캠퍼스들을 구경할 수 있는 펀팅 


이제 어느새 반환점까지 올라왔다. 반환점에 있는 수학의 다리는 퀸스칼라지 명물이라고 한다. 전부 나무로 지어진 다리는 특이하게도 못이 하나도 없는 거로도 유명하단다. 올라올 때는 설명을 듣느라 온 말초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지만 되돌아갈 때는 릴랙스 모드로 유람을 즐기기로 했다. 


8월 초순이니 여름의 한가운데임에도 우리나라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여름은 여름인지라 살살 불어오는 미풍이 얼굴을 스치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처음에 50분이라고 할 때는 꽤 긴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출말점이었던 탄색의 다리가 보인다. 펀팅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나 보다. 내릴 때는 좀 더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수학의 다리는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50분의 시간이 순삭이었던 펀팅.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한 시간이나 있었더니 갈증이 났다. 다 같이 근처 카페에 앉아 시원한 음료수로 목을 축이며 다음 일정을 물었더니 그제야 캠퍼스로 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때만 해도 케임브리지 캠퍼스를 구경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케임브리지는 옥스퍼드 때문에 생긴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옥스퍼드 펍에서 지역주민들과 갈등이 생기면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옥스퍼드 대학생에게 퇴학처분이 내려지게 된다. 그러자 그를 옹호했던 교수와 학생들이 캠 강변에 있는 케임브리지로 옮겨오면서 이곳 역시 대학의 도시가 됐다. 


옥스퍼드가 인문학 위주라면 케임브리지는 자연과학과 수학분야 위주로 스티븐 호킹, 찰스다윈 등 세계적인 물리, 화학 분야의 인재들을 양성한 대학이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100명이 넘는 노벨 수상자가 있다니 아직 노벨상이 하나도 없는 우리가 부러워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 케임브리지의 캠퍼스는 정말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드디어 케임브리지 캠퍼스로 향했다. 케임브리지 캠퍼스는 세인트존스 스트리트를 따라 대부분 칼리지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과 그의 사과나무가 있는 세인트존스 칼리지를 시작으로 트리니티 칼리지, 킹스 칼리지, 퀸스 칼리지가 죽 늘어서 있다. 


칼리지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편한 모습으로 자유분방하게 누워 있는 모습마저도 좋았다. 드디어 칼리지를 들어가 보나 싶어 반색했지만 결론적으로 캠퍼스는 한 군데도 보지 못했다. 케임브리지 캠퍼스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것을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현장에서도 들어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재학생이거나 재학생의 가족이 아니라면 무조건 캠퍼스 투어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그림의 떡처럼 건물 입구만 보고 가려니 어찌나 아쉬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펀팅이라도 했으니 망정이지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했을 뻔한 케임브리지 여행이었다. 속이 쓰렸지만 애초에 아이들에게 모두 맡기도 나 자신도 시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은 걸 어쩌랴. 

입구만 보고 돌아서야 했던 케임브리지 


아직 기차 시간이 좀 남은 관계로 다시 케임브리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정처 없이 걸었다. 수공예 마켓도 보고 막 결혼식을 끝낸 뒤 기념 촬영하는 모습도 봤다. 아마도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다 어느 대학인지는 모르겠으나 문이 열려 있길래 잠시 안으로 들어가 보기도 했다. 

어딘지는 모르는 케임브리지 


오호- 그러다 EC 케임브리지 캠퍼스를 발견하고 급반색. 실은 어학연수지가 처음부터 런던은 아니었다. 이왕이면 대학의 도시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 케임브리지나 옥스퍼드를 염두에 뒀었다. 그렇다고 런던을 안 볼 수는 없으니 주말마다 런던에서 지내기엔 비용이 더 많이 들 것 같아 대학도시 대신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결정했다. 런던에서 공부는 더없이 좋았지만 대학도시 케임브리지는 내내 마음에 남아 있었길래 EC 케임브리지 캠퍼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어쩌면 나의 어학연수지였을 EC 케임브리지

함께 간 친구들이 어찌나 큰 손들인지 케임브리지 쇼핑스폿은 다 가본 것 같다. 이들 양손에 무겁게 들린 쇼핑백을 보면 알 것이다. 어학연수도 학생인지라 어학원 학생증으로 학생할인이 15%나 가능했다. 한 달 예정으로 온 친구들은 쇼핑에 올인!  캠퍼스 투어를 안 하니 기차 시간까지 또 시간이 남아 피자를 먹으러 갔다. 결국 케임브리지는 펀팅 하고 쇼핑 스트리트 구경만 실컷 하다 온 셈이 됐지만 그마저도 추억이 됐다. 

어학원 학생증으로도 할인이 가능하더라고요
다시 케임브리지역으로 



+ 한국 가이드와 함께 옥스퍼드로 

 케임브리지를 다녀오고 나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옥스퍼드도 가보고 싶어졌다. 워낙 정보가 없이 간 터라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많았던 케임브리지였기에 옥스퍼드는 좀 제대로 알아보고 가고 싶었다. 하지만, 영어공부는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기에 옥스퍼드에 대한 여행정보를 알아보기보다 한국인 가이드가 있는 마이리얼트립을 이용하기로 했다. 마침 옥코스 투어라고 해서 옥스퍼드, 코츠월드, 스톤헨지 세 개를 묶어 하루에 다녀오는 여행 상품이 있어 한국인 가이드와 함께 옥스퍼드로 향했다. 


케임브리지는 대학을 빼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대학에 특화된 도시고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작은 도시였는데 옥스퍼드는 그에 비하면 규모가 상당했다. 무엇보다 고딕풍의 건물 일색이었던 케임브리지보다 훨씬 고풍스럽고 다양한 건축 양식을 가진 건물들이 많았다. 첫인상으로 치자면 케임브리지보다는 옥스퍼드였다. 


투어는 해리포트 촬영지로 유명한 크라이스트처치 컬리지(Christ Church College)에서 시작됐다. 입구부터 고풍스러운 칼리지는 완전 취향저격이었다. 


여러 개의 단과 대학을 합쳐서 옥스퍼드라고 부르는 건 케임브리지와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크라이스트 처치는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귀족적이며 전통성이 강한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한눈에 다 담아지지 않는 고풍스러운 건물 외관만으로도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는 대학이었다. 


참고로 케임브리지와 달리 옥스퍼드는 정치적인 인물들이 많이 배출됐는데 마가렛 대처, 토니 블레어, 간디, 빌 클린턴 등 25명의 영국 총리와 각국의 정상들을 비롯해  4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헨리 8세가 만든 크라이스트 처치는 12세기 수도원으로 시작됐다는데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저자인 루이스 캐럴이 이 학교의 수학교수였다. 무엇보다 13명의 영국 수상을 비롯해 수많은 유명인사를 배출해 낸 곳이라니 입이 떡 벌어졌다. 그것 말고도 수상, 교황 등등 손을 꼽을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인물이 배출된 곳이다. 

이곳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이 학교 식당에서 해리포터가 촬영됐기 때문에 투어에 필수인데 하필이면 내가 투어 한 날이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 다음 날이라 개방을 하지 않아 정말 아쉬웠다.

고풍스런 외관을 가진 크리스트 처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티브가 된 나무 


가이드의 다양한 설명이 청산유수로 이어졌지만 설명을 듣기보다 한 발 떨어져 이리저리 다니며 옥스퍼드 분위기를 느꼈다. 설명을 뒷전으로 할 만큼 옥스퍼드는 내 취향의 도시였다. 중세풍이 가득한 건축물들, 다양하고도 특색 있는 골목길, 식물들이 많은 것까지... 이름만으로 마음에 품고 있던 케임브리지는 옥스퍼드에 오고 나니 말끔히 잊혔다. 


옥스퍼드는 1066년 노르만족 침략 후 옥스퍼드 성을 세우고 성 조지 수도원을 건설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시가 발달을 하게 된다. 후기 색슨 시대 이후 고색 찬란하고 다양한 중세풍의 건물들은 영국 건축양식을 대표하는 건물들이라고 한다. 화가들도 앞다투어 중세의 옥스퍼드를 그림에 꽤 많이 남겼는데 시인 매튜 아놀드(Matthew Arnold)는 옥스퍼드를 ‘꿈꾸는 첨탑들의 도시(city of dreaming spires)’라고까지 했단다. 평범한 사람의 눈에도 건축물들이 예사롭지 않은데 예술가들에게 얼마나 영감을 불러일으켰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골목 안쪽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살았던 기숙사
 케임브리지가 생긴 이유가 된 술 먹고 싸웠던 역사의 현장의 흔적,
나대아 연대기의 모티브가 된 집


투어의 마지막은 보들리언 도서관(Bodleian Library) 일대에서 마무리가 됐다. 옥스퍼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단 하나의 건물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이곳이 아닌가 싶다. 3층 돔으로 지어진 건물은 현재 옥스퍼드 대학생들만 출입이 가능한 도서관으로 '래드클리프 카메라(Radcliffe Camera)'다. 우리에게 익숙한 '카메라'는 이탈리어어로 '방'을 의미한다. 


이곳은 윌리엄 3세와 앤 여왕 등 유명인사의 주치의였던 존 래드클리프(John Radcliffe)의 후원으로 지어졌는데 건축비용은 물론이고 장서비용에 유지 관리비까지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고 한다. 그에게 헌사하는 마음으로 그의 이름을 딴 건축물이 됐다. 


래드클리프 카메라는 건축적으로도 무척이나 중요한데 영국에서 최초로 지어진 돔 형식인 건물로 로마의 판테온을 모방했는데 실제로 건축가인 제임스 기브스(James Gibbs)는 로마를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고 하니 더 놀라웠다. 


래드클리프 카메라는 건물 뒤로 보이는 보들리어 도서관의 부속건물이다.  보들리어 도서관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이자 영국에서 인쇄되는 모든 책을 기증받는 도서관으로 영국 서적 대부분의 초판을 보관하고 있으며 어마어마한 장서 보유로도 유명한 곳이다. 안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건축적으로도 매우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옥스퍼드를 다녀오고 나서 이 도서관을 아름답게 찍은 사진이 있어 찾아봤더니 래드클리프 카메라와 마주 보고 있는 세인트메리처치 종탑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성당은 관람료가 없지만 종탑은 5파운드의 입장료가 있다고 하는데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세인트메리처치 종탑을 올라가 보면 좋겠다.  

옥스퍼드 대학생들의 열람실인 래드칼리프도서관, 이곳에서 해리포터 투어는 빠질 수 없는 관광상품이다. 
옥스퍼드 칼리지의 문장이 장식된 보들리안 도서관 


도서관에서 한 블록을 걸어오니 옥스퍼드 대학생들의 입학식과 졸업식이 열린다는 쉘던 극장(Sheldonian Theatre)에 도착했다. 여러 개의 칼리지로 구성된 옥스퍼드는 각 칼리지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쉘던 극장에서 졸업식과 입학식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곳을 등지고 바라보면 '탄식의 다리'가 나온다. 성적표를 받은 뒤 저 다리를 지나가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약 2시간 남짓 모든 투어는 끝이 났다. 


케임브리지에 보다 훨씬 옥스퍼드는 봐야 할 것도 많았고 들어야 할 얘기도 많았다. 옥스퍼드에서 비롯된 케임브리지의 역사, 옥스퍼드를 빛낸 위인들 등 가이드는 어떤 곳에서도 알지 못할 수많은 정보를 깨알처럼 쏟아냈다. 언제나 모르는 정보에 목말라하는 나인데 옥스퍼드에서 만큼은 그런 정보들보다 보다 그냥 내 마음대로 느끼는 옥스퍼드가 더 좋았다. 가이드 설명은 뒷전이었고 크게 동선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짧은 시간이지만 옥스퍼드를 기웃거렸다. 

옥스퍼드 대학의 졸업식과 입학식이 열리는 졸업식이 열리는 쉘던 극장(Sheldonian Theatre)
탄식의 다리 


약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몇 군데 기념품 숍을 둘러봤다. 숱한 해리포터가 촬영된 옥스퍼드인 만큼 기념품 숍마다 해리포터 에디션은 빠지지 않고 있었다. 해리포터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틴트 케이스가 예쁜 엘리자베스 여왕 70주년 주빌리에 에디션 티가 있어서 기념으로 구입했다. 서울로 돌아와서 개봉을 했는데 부드러우면서 기품이 있는 맛이 딱 여왕의 품격에 걸맞은 티였다. 

기념품숍마다 빠지지 않던 해리포터 관련 물품들 
내가 구입한 건 70주년 기념 주빌리에 기념 티 


크게 본 거 없이 다녀온 케임브리지보다 옥스퍼드를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그리고 내 마음속엔 오랫동안 자리 잡았던 케임브리지를 밀어내고 인문학의 도시인 옥스퍼드가 자리를 잡았다. 

그건 옥스퍼드 트레킹(https://brunch.co.kr/@haekyoung/212)을 통해서도 또 한 번 확인된 사실이었다. 



+ 다음 이야기 : 런던 랜드마크 기차역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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