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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Feb 09. 2024

런던 근교여행, 어디를 많이 갈까?

런던 #28 스톤헨지, 세븐시스터즈, 코츠월드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28 스톤헨지, 세븐시스터즈, 코츠월드 



스톤헨지(Stonehenge)  

런던 근교여행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스톤헨지'다. 고도로 발달된 문명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누가, 왜, 무엇 때문에 이 거대한 돌을 세웠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겨져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10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스톤헨지는 죽기 전에 내 눈으로 꼭 한 번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곳이었다. 


스톤헨지는 런던에서 서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곳의 솔즈베리 평원에 위치하고 있는데 런던에서 차로 약 2시간 정도가 걸렸다. 도착하면 바로 스톤헨지가 있을 줄 알았는데 차가 내린 곳에서 스톤헨지가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스톤헨지를 보러 가기 전에 먼저 박물관에 들렀는데 박물관은 아주 심플했는데 생각보다 구성이 알찼다. 한 벽면을 차지한 거대한 스크린에는 스톤헨지를 설명하는 영상이 소개되고 있었고 나머지 전시품들도 스톤헨지가 어떤 것인지 이해를 돕고 있었다. 사실, 내용을 전혀 모르고 간다면 들판에 세운 돌만 보고 오는 것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한국어 설명서가 있어서 더욱 반가웠던 스톤헨지 
실내에서는 스톤헨지에 관해 이해를 돕는 다양한 자료들이 준비되어 있다. 


스톤헨지가 선사시대유적이기에 입구에는 선사시대 문화유적들을 설치해 놨는데 선사시대 문화는 영국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신기했다. 



스톤헨지 근처까지는 셔틀버스(유료)를 이용해도 되고 걸어가도 되는 곳인데 걷기에는 다소 먼 거리였기에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특히 이런 유적지는 날씨에 따라 느낌이 많이 좌지 우지 된다고 생각하는데 런던에서 출발할 때는 다소 흐린 날씨였는데 스톤헨지에 도착하니 다행히 날씨가 화창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드넓은 평원에 있는 스톤헨지. 그렇게 나는 오랫동안 꿈에 그리던 스톤헨지를 만났다. 

나는 스톤헨지를 보고야 말았다. 


어, 그런데 군인들은 뭐지? 게다가 대포까지?  스톤헨지를 방문했을 때가 여왕이 서거한 때였는데 정식 취임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찰스 황태자가 왕으로 즉위한 것을 기념하는 축포를 쏘는 행사였다. 듣기로는 스톤핸지 근처에 해군부대가 있고 찰스 황태자가 해군출신이라 그렇다고 했는데 정확한 정보인지는 잘 모르겠다.  


찰스 황태자가 왕으로 즉위한 걸 기념하는 축포를 쏘고 있다. 


스톤헨지는 바로 앞에서는 볼 수 없었고 일정 거리를 떨어져서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보면서 관람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직경 98m, 폭 6m, 깊이 1.4m의 도랑에 둘러싸인 원형 광장에 서 있는 돌기둥은 가장 큰 높이의 경우 약 9m, 무게만도 50톤에 달하는데 돌이 너무 커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이러니 외계인이 만들었다는 둥, 마녀들이 마술을 부려 만들었다는 둥 온갖 '설'이 난무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선사시대의 거석문화를 가진 곳들이 여려 곳이 있지만 한결같이 누가, 왜 이런 거석을 세웠는지는 미스터리에 쌓여있다. 현대기술로도 저 정도의 돌을 운반하기는 만만치 않은데 선사시대에 변변한 기구도 없이 돌을 자르고 30km나 운반해 왔는지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빙 둘러 줄이 쳐져 있지만 크게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현재까지는 이 돌이 기원전 3100년부터 기원전 1600년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건설되었으며, 원형의 큰 사르센 돌이 기원전 2600년에서 기원전 2400년 사이에 배치되었고 최대 무게 9톤(t), 9m 크기의 스톤헨지 사르센(sarsen)석(石)은 북쪽으로 불과 25km 떨어진 곳에서 옮겨온 것만 밝혀졌다. 또한, 지금은 중간중간 비어있는 원형이지만 바깥 거석 중 3개가 유실된 것이 밝혀지면서 완벽한 원형의 구조였다는 정도만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던 스톤헨지는 그렇게 수천 년을 그 자리에 버티며 서있다.  거석문화로는 몰타가 스톤헨지나 피라미드보다 천년이나 앞서 만들어진 흔적이 남아 있는데 그곳의 거석을 먼저 보고 느낀 탓인지 스톤헨지는 밀린 숙제를 마친 느낌이긴 했다. 스톤헨지를 천천히, 크게 한 바퀴 돌아보는 동안 이렇게 발달한 문명으로도 풀지 못하는 미스터리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미스터리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문명이 없던 시절이 더 발달한 문명이었다는 아아 이러니이지 않은가. 


몰타 거석문화 : https://brunch.co.kr/@haekyoung/169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전부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가장 큰 돌기둥은 8m라는데 엄청난 크기다.
이 돌이 이 방향을 통해 옮겨갔을 것이라는 화살표가 바닥에 표시되어 있다. 


이런 엄청난 세계문화유산도 한때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스톤헨지 밑을 지나는 약 3.2km 터널 건설을 두고 법원 소송까지 진행됐던 모양인데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불법이라는 판정이 나면서 터널 건설계획은 무산이 됐다. 만약 터널 건설이 승인됐다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지위는 박탈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문화유산을 두고 보존이냐 개발이냐는 논쟁은 영국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언제나 풀기 어려운 숙제다.  


수천 년을 같은 자리에서 해가 지고 해가 뜨고를 반복하고 있는 스톤헨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남아있는 스톤헨지의 비밀은 과연 누가 최종적으로 풀게 될까? 그 비밀이 풀릴 즈음 나는 이 세상에 과연 존재하고 있을 것인가? 엉뚱한 상상이 떠나지 않았다. 


세븐시스터즈(Seven sisters)  

인기 어학연수지 중 한 곳인 브라이튼은 런던 남서부에 있는 해안도시인데 이곳에서 약 1시간 정도 달리면 세븐시스터즈 절벽이 나온다. 세븐시스터즈를 가기 전에 이미 도버해협 트레킹 다녀왔었다. 그때 영국 남부 쪽의 절벽이 모두 새하얀 절벽이었던 것을 이미 보았기에 세븐시스터즈의 풍경이 더 기대가 됐다. 걷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버스 정류장에서 걷는 것도 무리고 해서 세븐시스터즈는 코츠월드와 함께 묶어 원데이 투어로 다녀왔다.  


세븐시스터즈, 이름이 참 특이하다 싶은데 이곳은 7개의 절벽이 여자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워낙 풍경이 출중해 런던 사람들의 근교여행지로도 인기가 많고 트레킹을 위해서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세븐시터즈는 전체가 국립공원인데 브라이튼에서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서 하차를 하면 사진에서 보던 장소까지 약 5km 남짓 걸어야 도착하는 곳이었다. 시간만 넉넉했다면 온종일 이곳을 걸어 다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아름답고 멋진 곳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이런 길을 따라 5km 정도 걸어야 하얀색 절벽에 도착한다. 


가장 먼저 세븐시스터즈의 7개 절벽이 가장 잘 보인다는 시포드(Seaford) 언덕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길을 따라 얼마 걷지 않아 새하얀 석회암 절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버해협 트레킹을 갔을 때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씨였고 언덕 위를 걷고 있으니 절벽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곳에 서니 저 멀리 하얀색 절벽이 존재감을 발휘한다. 


런던에서 출발할 때 날이 계속 흐렸는데 다행히 도착하고 나니 하늘이 점점 열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흐릴 경우 멋진 풍경은 다소 아쉬운 곳이라 대체로는 여름 시즌에 방문을 많이 하는 편이고 10월이 넘어가면 일일투어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런던 도심에 머물고 있을 때에도 공원이 많아 자연과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세븐시스터즈에 오니 도심의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자연의 풍경이라 더없이 좋았다. 세븐시스터즈의 하얀 절벽도 좋았지만 걷는 사람들을 보니 따라 걷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할 정도로 더할 나위 없이 멋진 풍경에 사로잡혔다. 날씨가 좋았다면 그야말로 윈도 배경화면에 저장해도 좋을 경치였다. 

7개의 절벽이 가장 잘 보인다는 시포드 언덕
시포드 언덕에서 바라본 세븐시스터즈 
언덕을 따라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 
목가적인 풍경의 시포드 언덕 


멀리서 바라봤으니 세븐시스터즈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차례. 벌링갑(National Trust - Birling Gap and the Seven Sisters)으로 향했다. 벌링갑에서는 바닷가 아내로 내려갈 수 있어 하얀 절벽을 만져 볼 수도 있고 코 앞에서 볼 수 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세븐시스터즈도 좋았는데 바닷가에서 새하얀 절벽을 쳐다보는 건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하얀 절벽을 아래에서 볼 수 있는 벌링갑 

세븐시스터즈 중 최고 높은 곳은 약 80m라고 했는데 이곳의 절벽이 가장 높은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절벽이 주는 까마득한 느낌은 묘했다. 햇빛이 비추니 새하얗게 드러내는 하얀 절벽은 신비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눈이 부시다'는 단어로는 표현이 안 되지만 더 이상의 표현이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이러니 세븐시스터즈를 '죽기 전에 가야 할 곳'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것도 일리가 있었다. 석회암 절벽에 손을 대보니 촉감이 일반적인 절벽과 달랐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초코', 바로 석회암이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석회암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분필의 재료이기도 한 성분이기에 자갈 위에 그어보니 잘 그어진다. 


이 일대는 1억 3천만 년 전에 죽은 조개껍데기가 바닷속에 쌓여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석회암이 만들어진 곳으로 땅이 융기한 후 지금의 웅장한 절벽이 만들어지게 됐다고 한다. 석회암 성분이 무른 성질이다 보니 지금도 해마다 약 30~40cm 정도 깎여 나가고 있단다. 자연의 섭리라고 해도 봐도 봐도 신기했다. 

분필의 성분인 석회암의 절벽 


짧지만 세븐시스터즈를 조금 걸었다. 세븐시스터즈는 성수기가 지나 조용한 편이었고 날씨가 오락가락하고 있어도 좋았다. 날씨가 맑은 성수기에 찾는다면 지금보다 텐션은 3배는 높아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상상만으로도 멋지다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보기에도 아찔할 정도로 까마득한 절벽이고 트레킹 코스도 절벽을 따라 걷는 곳인데 안전장치가 하나도 없는 것이 의아했다. 침식 작용으로 인해 해마다 조금씩 깎여 나가고 있다 치더라도 자칫 발을 헛디딜 경우 추락하기 십상인데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두어 해 전에 한국 관광객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다가 아래로 추락해 사망한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아무리 멋진 풍경이라고 해도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하니 풍경에 취해 너무 무리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까마득한 절벽이니 안전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저 바다너머 바로 프랑스다. 


점심을 먹기 위해 차를 타고 비취헤드(The Beachy Head)로 이동했다. 세븐시스터즈는 씨포드에서 이스트본까지 약 23km에 달하는 길이인데 실제로 처음으로 방문했던 씨포드에서 이곳까지는 약 5마일, 8km 정도라 자유여행이었다면 걸어도 충분히 멋진 길이었으리라. 


한적한 곳에 휴게소 같은 건물이 하나 있는 곳은 레스토랑과 박물관 카페를 겸하고 있었다. 통상 관광지 음식점이 비싸고 맛이 없는 것과 달리 가격도 합리적이고 맛도 좋아서 더 좋았다. 창밖으로 세븐시스터즈 풍경을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꿀맛이었다. 

비취헤드 


레스토랑 옆의 박물관도 꽤 인상적이었다. 조그만 박물관이라 큰 기대 없이 들어섰는데 규모는 작아도 굉장히 알찬 곳이었다.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 말하자면 그들의 조상 격인 사람들과 옛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서 단순한 관광지라기보다는 삶의 일환이었던 곳이구나 싶어 색다른 느낌이었다. 아기자기한 기념품들도 좋았고 영국 자연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책도 구비되어 있어 좋았다.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다양한 기념품들


브라이튼에서 가깝다고 했지만 느낌상 이 곳은 이스트본과 가까운 것 같았다. 식사를 한 후에 맞은편 언덕에 올라서니 지금과는 사뭇 다른 도시의 풍경이 나타났다. 이스트본인데 듣기로는 영화 '어바웃타임'을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 것 같았다. 해안가를 따라 형성된 고즈넉한 이스트본의 풍경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마저도 설레게 했다. 


이스터본까지 누군가는 걷고 누군가는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오늘 세븐시스터즈는 미리 보기로 한 셈 치자. 다음에 영국을 다시 오게 된다면 그때는 새하얀 절벽 위를 느긋하게 걸으며 천천히 즐겨보리라 다짐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스터 본을 향해 걷는 사람들 
이스터본에서 투어버스를 이용가능한 세븐시스터즈 


코츠월드(Cotswold) 

런더너에게 가장 영국다운 영국이 어디냐? 혹은 근교여행으로 어디로 가면 좋을까?라고 물었을 때 십중팔구 가장 먼저 나온 대답은 '코츠월드'였다. 런던을 오기 전에는 코츠월드가 어떤 곳인지 몰랐는데 코츠월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듣다 보니 코츠월드는 안 가면 안 될 곳이 되었다. 원래는 바스를 가려고 했는데 (따지고 보면 바스도 코츠월드의 일부다) 대신 코츠월드를 다녀왔다. 


코츠월드는 '가장 영국적인 풍경',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은 곳'이라고 하기에 어떤 마을인지 너무 궁금했다. 마을 하나인 줄 알았던 코츠월드는 몇 개의 마을 전체를 코츠월드를 부르는데 이중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마을은 따로 있었다. 코츠월드 어디를 가든 다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인기 있는 곳들은 확실히 '와- 예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마을들이었다.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바이버리(Bibury)'다. 코츠월드라고 검색했을 때 나오는 사진이 캐슬 콤의 사진이라고 보면 된다. 마을은 정말 작은데 중세풍의 아기자기한 마을은 누구라도 좋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개울을 건너 동네 한 바퀴 

마을을 흐르는 개울을 건너 집들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어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어 개울을 건넜다. 개울을 건너면 이 마을을 대표하는 건축인 '알링턴 로우(Arlington Row)'가 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집처럼 예쁜 곳이라 관광객들은 너나없이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원래 코츠월드는 14~18세기에에는 코츠월드종(種)이라고 불리는 양을 방목하며 모직물 생산지로 번영을 누리던 곳이었다. 양모산업이 번창할 때 알링턴 로우라 불리는 집들은 양모를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이후 산업혁명 등으로 양모산업이 쇠퇴하면서 직공들의 집으로 개조되었고 현재 이곳에는 주민들이 살고 있다. 


한때 양모 산업으로 영화를 누리던 곳이었지만 산업혁명 이후 양모산업이 점점 쇠퇴하면서 코츠월드도 그냥 그대로 잊혔다. 그 덕분에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남은 독특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중세의 건축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의 풍경이 워낙 매력적이라 관광객들은 시끌벅적 매일같이 집 앞에서 떠들고 있으니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은 참 불편하겠다 싶었다. 그래서인지 창문마다 모두 커튼이 쳐졌고 대문은 꼭꼭 닫힌 채였다. 

중세에 지어진 '알링턴 로우(Arlington Row)


마을이 너무 작아 30분 정도만 걸어도 다 볼 수 있는 바이버리는 약 600여 명 정도가 살고 있다고 했다. 아마 대부분 은퇴 후 조용한 전원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마을이 하루 종일 시끌벅적해 어쩌면 생각했던 전원라이프는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조용한 시골마을에 사람이 하나 없는 것보다 마을을 활기차게 걸어 다니며 하루종일 들뜬 웃음이 오가는 것 또한 사람 사는 재미가 아닐까 싶었다. 


나중에 이 마을에 대해서 얘기를 들어보니 영국사람도 바이버리는 정말 예쁘고 멋진 곳이라고 감탄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숱한 영화나 드라마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고. 

평화로움이 넘쳐나던 바이버리 



코츠월드 두 번째 도시는 스콘과 크림으로 유명하다는 버포드(Burford)로 향했다. 버포드는 바이버리에 비해 훨씬 더 활기찬 도시였지만 중세시대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여전했다. 주말이라 영국 사람들도 꽤 많이 버포드를 찾아온 것 같았다. 하릴없이 이 상점 저 상점 기웃거리며 신기한 물건을 구경에 신이 났다. 기분상 우리나라 시골 5일장 같은 느낌이 살짝 들기도 했다. 


어디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이 골목 저 골목 들어가 본다. 외국인인 나도 이럴진대 영국 사람이라면 민속촌에 데려다 놓은 기분을 충분히 느낄만하겠다 싶었다. 

아기자기한 상점들
어디를 걸어도 풍경이 되던 거리들 
클래식 카가 너무나 잘 어울리던 동네 


골목을 기웃거리다 다시 메인 거리로 나오니 특이한 건물이 하나 보이는데 톨시 박물관( Tolsey Museum)이었다. 휴일이라 박물관은 열지를 않았지만 굉장히 특이한 건물은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는데 마침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주민들도 추정되는 분도, 관광객도 다들 물건을 둘러보며 신기한 듯 눈을 반짝였다. 동묘에서나 법만 물건들이 제법인데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몹시도 진지한 풍경이라 피식 웃음이 났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박물관 앞 


당이 떨어질 시간 드디어 크림티를 맛볼 차례다. 영국에서 먹거리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는데 그게 바로 스콘에 잼을 먼저 바르냐, 크림을 먼저 바르냐는 논쟁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크림인데 버포드가 바로 '크림', 스콘에 곁들이는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으로 유명하다. 


클로티드 크림은 확실히 맛이 좋았다. 모양이나 질감은 좀 뻑뻑한 크림치즈 같은데 맛은 일반버터보다 훨씬 고소한 맛이었다.  내 입맛에는 무엇을 먼저 바르던 둘 다 맛이 좋아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골목을 걸은 후 느긋하게 홍차와 스콘 크림을 곁들이며 영국 근교여행을 마무리했다. 

클로티드 크림으로 유명한 버포드 


+ 다음 이야기 :  런던 시내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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