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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Feb 28. 2024

시간이 멈춘 세상의 중심, 로마

#2 이탈리아 로마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다시 몰타    


이탈리아ㅣ 로마 

#2. 시간이 멈춘 세상의 중심 

몰타에서 로마로 


20년 만에 몰타에서 로마로 

몰타에 있는 동안 로마를 2번이나 가보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로마여행은 처음부터 계획에 없었다. 세상은 넓고 안 가본 곳도 많기에 이왕이면 안 가본 곳을 가보고 싶었다. 물론 로마는 20여 년 전에 가본 곳이라 시간이 오래되긴 했지만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었다. 그랬던 내가 런던으로 떠나기 2주 전에 갑자기 로마를 가게 되고 런던 어학연수를 끝내고 첫 여행지가 로마가 될 줄도 몰랐다. 


로마에 가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몰타 어학연수동안 함께 살았던 룸메이트는 대학생인 딸의 여름방학을 이용해 함께 로마여행을 계획했다. 몰타비자센터의 느린 행정시스템은 룸메이트가 로마로 떠나야 하는 날까지 비자발급이 되지 않았고 이미 90일 체류를 넘긴 상황이라 그녀는 로마로 여행이 불가능했다. 결국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딸을 도저히 혼자 보낼 수 없었던 룸메를 위해 대신 급하게 로마를 가게 됐다. 오지랖이긴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로마가 옆집도 아닌데 어떻게 선뜻 그럴 수 있냐 싶기도 하지만 몰타에서 이탈리아는 지리상 가까워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외국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몰타에서 어학연수를 하게 되면 모르긴 몰라도 몰타에서 여행을 가장 많이 가는 나라가 이탈리아가 아닐까 싶다. 


몰타에서 이탈리아로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십중팔구는 시칠리아를 가로질러 이탈리아 본섬으로 날아간다. 하늘에서 시칠리아를 내려다본 것은 총 3번인데 몰타와는 약 100km 정도로 아주 가까운 곳이지만 몰타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무엇보다 몰타보다 큰 섬이라 시칠리아를 지날 때 시간이 훨씬 더 길게 걸리니 하늘 위에서 천천히 시칠리아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몰타에서 시칠리아가 워낙 가까워 배 타고 당일치기 여행도 다녀오는 사람도 있는데 시칠리아 여행은 언제가 다시 오게 될 이탈리아를 위해 이번에는 남겨뒀다. 

하늘에서 바라본 시칠리아와 에트나 화산 


몰타에서 약 1시간 30분을 날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다.  

각국의 환영인사에 한국어로 '환영합니다.'도 눈에 띈다. 별거 아닌데도 반가웠다. 몰타와 이탈리아는 같은 EU국가라 따로 출입국 수속이 필요하지 않다. 비행기에서 내려 출국장으로 바로 나가면 되는데 국경 개념이 명확한 나로선 그럴 때마다 뭔가 좀 허전하긴 했다. 나라가 다른데도 EU 국가에서 움직일 때는 국내공항 이용하듯 입출국 심사가 필요 없는 'EU CITIZEN'이 얼마나 편한지 늘 새삼스러웠다. 

몰타에서 이탈리아는 따로 입출국 심사가 필요없다.


몰타라는 나라 자체가 작다 보니 국제공항이라고 해봤자 국내 지방공항 정도 규모인지라 오랜만에 대형공항을 보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행기 티켓을 예매할 때 로마 공항이름을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런 이름이 없어서 당황했다. 도저히 까먹을 수 없는 이름이었기에 내 기억이 잘 못됐을 리는 없고 공항 이름이 바뀌었나 싶었는데 공항이 위치한 곳, 즉 지명이 피우미치노 지역이라 공항코드도 피우미치노(FCO)로 사용하고 있는 듯했다. 


참고로 로마는 우미치노 공항(FCO)과 참피노 공항(CIA) 2개인데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인천공항이고 참피노 공항은 김포공항으로 생각하면 된다. 참피노 공항도 이용해 봤는데 정말 작은 터미널 정도였다. 

북적이는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 


숙소가 로마 테르미니 역 근처였기에 공항에서 시내까지 움직여야 한다. 워낙 촉박하게 로마행이 결정됐기에 공항에서 숙소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는 로마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정보를 찾았다. '로마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방법'으로 검색을 하면 수많은 포스팅이 줄줄 쏟아지는 게 정상인데 마음이 급해서인지  이상하리만치 내가 원하는 정보가 잘 찾아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써 놓은 포스팅을 보니 공항 대합실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입하면 된다고 해놨길래 매표소를 찾아갔다. 기차로 시내까지는 약 32분 소요되고 15유로이고 버스는 1시간 걸리고 8유로였다. 버스는 배차간격이 길어서 1시간이나 기다려야 했기에 기차를 타기로 했다. 이곳에서 기차표를 파는 것도 의아했는데 따로 시간표가 없고 좌석표시도 없는 자율 티켓이었다. 이곳에서만 기차표를 파는 줄 알았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기차표를 구매했다. 로마는 처음이었고 공항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뭘 더 알아보고 할 여유가 없었다. 

공항에서 테르미니 역으로 가는 기차티켓 


기차표도 구매했겠다 이제 기차를 타러 갈 차례. 공항에서 기차 타는 곳까지 어찌나 멀던지 'train'표시만 보고 10분도 넘게 걸었던 것 같다. 그런데 중간중간에 이탈리아 기차표 자동발권 기계(이딸로)가 있고 사람들이 긴 줄이 늘어서 있어서 뭔가 싶었다. (자동발매기에서 기차표 구입을 해도 되는 것이었다.) 


드디어 기차 타는 곳에 도착하고 보니 이딸로 유인매표소가 개찰구 바로 앞에 있었다. 말하자면 코레일 매표소였다. 나중에 다시 로마를 왔을 때 이곳에서 기차표를 구입하니 13유로였다. 공항 대합실은 2유로의 수수료를 붙여서 파는 대행사였던 모양이다. 이런 젠장. 기차는 자주 오는 편이었고 좌석이 매진될 정도가 아니니 공항에서 시내까지 예매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굳이 2유로의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공항 대합실에서 기차표를 살 이유도 없었는데 따로 안 알아보고 왔으니 추가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기차 타고 로마시내로


20년 만에 다시 찾은 로마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게 노숙자일 줄이야.   

나의 첫 로마 여행은 지금도 홈쇼핑에서 인기가 많은 서유럽 3개국 패키지여행이었다. 로마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았고 3개국이나 이동해야 하는 11박 12일 단체관광의 특성상 정말 맛만 본 로마였다. 하지만 유럽의 첫 발을 디딘 여행지라서 그런지 로마에 대한 느낌은 지금까지 꽤 선명하게 남아 있다.  


로마 자유여행의 경우 여행자들의 숙소는 대체로 테르미니역 근처에 한국민박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고 룸메이트도 한인민박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 테르미니 역은 길쭉한 구조인데 꽤 길어서 기차역 끝에서 끝까지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고 해도 대략은 10분 넘게 걸렸다.  


로마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된 건 즐비한 노숙자들이었다.  

테르미니 역은 현대적인 역사로 다시 리모델링된 것 같았는데 역사를 빠져나오니 역과 마주하고 있는 건물들은 온통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고 거리에는 노숙자들과 부랑자들이 엄청 많았다. 누가 봐도 난민이겠구나 싶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탈리아도 경제사정이 많이 안 좋은 데다가 뉴스로만 보던 유럽의 난민 문제가 더해지니 거리에 노숙자들이 너무 많았다. 소매치기는 더 말할 필요도 없고.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몰타에서도 노숙자는 본 적이 없었기에 거리에 노숙자들이 많다는 건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건 노숙자들이 반려동물인 개와 함께 노숙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여자 노숙자의 경우 개와 함께 있으면 여러 모로 안전하기도 하고 추위에도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개와 함께 있는 경우 사람들의 지갑이 쉬 열린다는 장점이 있단다. 지나다니면서 보니 어떤 사람들은 개 사료나 개 간식 등을 놓고 가는 사람들도 있기는 했다. 


테르미니 역 근처가 소위 말하는 우범지대 같지는 했지만 한인민박들이 기차역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이유는 기차역과 지하철역이 있는 곳이라 이동하기가 편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특히 일일 로마시내 투어, 이탈리아 남부 투어 등 로마에서도 투어를 할 경우 모임장소가 '테르미니역'이란 것도 이유라면 이유였다. 


나중에 로마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났는데 숙소가 테르미니 역 주변이라고 하니 깜짝 놀라면서 왜 그렇게 위험한 지역에 잡았냐며 너무 늦게 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처음에는 엄청 경계를 했었는데 며칠 지나다니다 보니 경계심이 옅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다니고 외진 길 대신 가급적 큰 길로만 다녔다.  

테르미니역 



큰 감흥이 없는 로마에 당황하다. 

로마의 주요 볼거리들은 지하철로도 이동이 가능했지만 걸어서 대략 30분 정도 거리면 그냥 걸어 다녔다. 수십 년 만에 패지지가 아닌 여행이니만큼 로마 거리를 좀 느껴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로마에 큰 감흥이 없어 당황했다. 이미 로마는 한 번 와본 적이 있어서 그럴 수 있다 싶었지만 그것보다는 '몰타'의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만 있다가 유럽으로, 그것도 첫 도시가 로마라면 보이는 것 모두 이국적인 풍경 일색이라 '와-'라며 감탄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몰타에서 4개월이나 지낸 뒤라서 그런지 로마라고 크게 신기할 건 없었다. 오히려 신기하기로 치자면 온통 라임스톤 건물 일색인 몰타가 더 이국적이라면 이국적이었다. 자세히 뜯어보면 당연히 몰타와 로마는 다르겠지만 표면적으로는 건물도, 분위기도 로마는 그냥 그랬다. 


더 문제는, 런던에서 몇 개월을 보낸 직후 로마에 갔을 때다. 로마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로마가 이렇게 후줄근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느낌은 7월에 한차례 로마에 왔을 때도 느끼지 못했던 기분이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로마가 어떤 곳인가. 모든 유럽 역사의 시작이요, 유럽 문명의 교과서 같은 곳이 아니던가. 그러니 유럽으로 처음 여행을 가는 사람이라면 로마는 무조건 일 순위인 도시에 이름을 올리는 곳일 수밖에 없다. 그런 로마를 20년 전 수박 겉 핥기 식으로 훑어보고 간 것이 전부인 내가 감히 로마를 안다고도 말할 수 없는 도시다. 그런데 로마가 왜 그렇게 후줄근하게 느껴지는지 도통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걸어서 로마 속으로
로마의 흔한 풍경


어쩜 이렇게 안 변할 수가 있을까.  

일단 밀린 숙제부터 해야 했다. 

여행 강의에서 쓸 사진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자료사진 업데이트를 해야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로마의 사진들은 모두 20년 전에 필름 카메라로 찍어둔 것이 전부였다. '로마'하면 사람들이 주로 가는 곳들은 일단 바쁘게 찾아다녔다. 


가장 먼저 간 곳은 트레비 분수다. 로마 여행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고 '로마의 휴일'에 등장하는 곳이니 만큼 엄청난 사람들로 붐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트레비 분수에서 뒤돌아 서서 동전을 분수에 던지면 다시 로마로 온다는 얘기는 가이드들의 단골멘트도 똑같다. 트레비 분수 주위로 영화에 등장한 장면처럼 오토바이를 대여하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온통 기념품 가게다. 


이리저리 열심히 사진을 찍는데 어디선가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소매치기를 방지를 위한 경찰들이 불어대는 호루라기 소리였다. 관광지에서 소매치기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로마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집시 등이라고 했다. 유럽 주요 나라의 소매치기들도 그들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인만큼 경찰들이 상주하면서 시시때때로 호루라기를 불어댄다. 호루라기 소리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트레비 분수에서 느긋하게 걸어서 도착한 곳은 판테온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삼국시대에 지어진 건물인 셈이니 처음 봤을 때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을 텐데 희한하게도 판테온에 대한 기억은 크게 남아 있지 않았다. 


여전히 구멍 뚫린 천장에서 맑은 날에는 햇빛이 쏟아지고 비가 오면 빗물이 빠져나가도록 고안된 구멍도 그대로였다. 수천 년 전에 지어진 건물을 보기 위해 줄지어 안으로 들어선 사람들의 감격스러운 표정도 여전했다. 누군가는 휙- 보고 지나가며 가장 짧은 시간 머무는 공간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한참을 머물렀다. 솔직히 판테온이 이런 곳인가 너무 새삼스러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신비로운 판테온 


콜로세움도 여전했다. 서기 80년에 완공됐으니 거의 2천 년 전에 지은 건물이 눈앞에 있는 셈이다. 말로만 듣던 콜로세움을 처음 봤을 때 너무 놀라워 턱이 빠지는 줄 알았었다. 두 번째로 보니 그냥 TV에서 보던 거와 별 다른 느낌은 없었다. 다만, 투어버스로 왔을 때는 지하철 역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지하철을 타고 콜로세오 역에서 내리니 눈앞에서 콜로세움과 마주하니 좀 묘하긴 했다. 


그때는 지하철이 없었나 궁금해서 찾아보니 콜로세오역은 1955년에 로마 지하철 B선으로 개통이 됐단다. 지금은 A, B선이 교차하고 있고 현재는 지하철 C선의 종착역으로 확장을 하고 있는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지하철 공사만 70년째 진행 중인 셈인데 우리나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에 앞서 어마무시한 인류문화유산 바로 코 앞까지 지하철 역이 있다는 게 나만 이상하게 느껴지나 싶어 의아했다. 그건 로마가 잘 알아서 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서 있는 콜로세움 


로마를 와 보기는 했지만 콜로세움 내부도, 포로 노마노도 보지 못했기에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 로마에 며칠이나 머물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 콜로세움 내부와 포로 노마노를 보기 위해 반나절을 꼬박 할애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신 콜로세움을 크게 한 바퀴 돌았다. 한 바퀴를 돌아보니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 달랐다. 외부 장식들은 거의 훼손이 됐고 한 부분은 무너져 내려 일부 복원한 것이 더 멋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콜로세움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긴 했다. 2천 년 전의 모습은 외형만 남았지만 로마의 얼굴을 자처하고 있는 콜로세움은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로마의 얼굴, 콜로세움 
포로 노마노


다음으로 무조건 가야 하는 바티칸으로 향했다. 바티칸 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데 '설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여 살리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 10m 간격마다 한국말이 들렸다. 관람을 앞두고 투어를 하는 외국인들도 꽤 많았다. 그런 사람들은 한결같이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다. 


실지로 시스타나 천장화를 마주하니 멋모르고 봤던 첫 번째와 달리 공부가 좀 된 상태여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았다. 다만, 사진 촬영이 엄격히 금지되고 말도 못 하게 하기 때문에 관리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누군가가 카메라나 휴대폰을 꺼내는 동작만으로도 불쑥 나타나서 제재를 하고 옆사람하고 감상을 조금이라도 나눌라치면 다가와서 조용히 하라고 지적을 했다. 그 덕분에 수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감상을 할 수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주요 작품마다 엄청난 사람들 
바티칸 입장권은 라파엘로의 그림 중 한 부분
미켈란젤로 천장화 안내판 


바티칸 박물관 관람이 끝나면 동선은 자연스레 바티칸 대성당으로 이어진다. 하도 오래전이라 바티칸 대성당은 바티칸 시국이라는 정도와 베드로 열쇠모양으로 지어진 광장 정도만이 전부였다. 그동안 나름 역사, 지리, 예술, 건축 등을 꾸준히 공부했기에 내 눈이 어느 정도 뜨였을지 궁금했는데 바티칸에 들어서고 나니 그간 했던 공부가 헛되지는 않았구나 싶었다. 


마침 바티칸 돔으로 쏟아져 내리는 햇빛은 황홀했고 글로만 읽고 느꼈던 건축, 미술, 조각, 상징들이 하나하나 모두 선명하게 살아났다. 20년 전에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느낄 수 없었던 감흥들이 기꺼이 응답하고 있었다. 건축물이 주는 감동이 실로 놀라웠다.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한 옷들은 지금도 바티칸 근위병들이 입고 있다.


길은 자연스레 천사의 성으로 연결된다. 로마 야경투어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코스기도 하다. 

밤의 바티칸과 천사의 성 


밀린 숙제 하듯 걸어 다니면서 만났던 로마는 내내 2,000년의 시간이 멈춰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어쩜 이렇게 바뀐 것이 하나도 없을까 싶으니 모든 것이 다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도시가 있다면 '로마'가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1년이 멀다 하고 빠르게 바뀌는 것이 당연한 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 느끼는 로마에 대한 감정은 '부럽다'와 '약간의 답답함' 그 어디쯤이었던 것 같다. 


내가 로마에서 느끼는 후줄근함은 어찌 보면 그런 양가적인 감정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싶었다. 특히 우리가 눈앞에서 보고 있는 로마의 유적들은 르네상스 시기의 유적들이 더러 있긴 하지만 대부분 우리나라로 치면 대부분 삼국시대 유적이다. 말하자면 고대 유적인 셈이다. 


현대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런던과 고대 문화유적을 가진 로마를 일직선 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시대가 다름이 주는 '차이'가 표면적으로 내게는 '후줄근함'이라고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로마는 그렇게 평가해야 하는 도시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 지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 다음이야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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