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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May 24. 2024

친퀘테레, 기차 타고 가는 해안가 절벽 마을

#11 이탈리아 친퀘 테레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4    


이탈리아 친퀘테레  

#11. 친퀘테레, 해안가 절벽 다섯 개 마을 


매주 목요일 발행하던 연재는 이번 회차부터 금요일로 옮겨 발행됩니다. ^^ 


지중해를 접하고 있는 험준한 지형의 절벽에 알록달록 색색의 집들이 있는 특이한 풍경의 사진 한 장. 여긴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바로 친퀘 테레(CinqueTerre)다. 1998년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친퀘 테레는 푸른 지중해와 접하고 있는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기차, 절벽 위의 알록달록한 집들, 산 꼭대기까지 이어지는 포토밭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보기위해 해마다 수백 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친퀘 테레는 이탈리아 서북부 지역 다섯 개의 마을을 통칭하여 부르는 곳이다. 맨 위쪽부터 차례로  ‘몬테로소 알 마레(Monterosso Al Mare)’ ‘베르나차(Vernazza)’ ‘코르닐리아(Corniglia)’ ‘마나롤라(Manarola)’ ‘리오마조레(Riomaggiore)’다.  마을의 양끝에 있는 몬테소로와 리오마조레까지는 약 15km 남짓. 기차로 15분 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이다. 

이탈리아 서북쪽에 위치한 친퀘 테레, 마을을 잇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
친퀘 테레의 양끝에 있는 몬테소로와 리오마조레는 약 15km 남짓. 기차로 1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로마나 피렌체, 베네치아 등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도시가 아닌 곳 중에서 가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모르긴 몰라도 친퀘 테레는 빠지지 않을 것이다.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친퀘 테레는 피사와 함께 피렌체 근교 일일투어로 인기가 많았다. 


친퀘 테레는 마을 5개를 전부 걷는 트레킹으로 하루를 할애할까 생각도 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투어로 다녀오기로 했다.  처음에는 친퀘 테레가 크지도 않은데 2개의 마을(베르나차와 마나놀라)만 방문하는 걸까 의아했는데 왜 그런지는 친퀘 테레를 가보니 알 수 있었다. 

피렌체에서 라스페이차역으로 이동 후 열차를 타고 친퀘 테레까지 간다.


피렌체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 라스페치아 역에 도착했다. 친퀘 테레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열차를 타야 했다.  라스페치아에서 기차를 타고 친퀘 테레의 위쪽에 있는 베르나차까지 간 다음 마나놀라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라스페치아에서 탄 기차는 2층 기차였는데 그래서인지 살짝  경춘선 느낌이 났다. 여름이었다면 엄청난 인파로 붐볐을 텐데 11월의 친퀘 테레는 다소 한산했다. 


기차에 탑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퀘 테레의 첫 마을 리오마조레부터 바로 지중해뷰가 펼쳐진다. 기차를 타고 바다를 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사라진 동해남부선의 환상적인 풍경은 내가 '기차'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풍경이다. 느린 완행열차에 올라 서서히 도심을 벗어나면 어느 순간 탁 트인 바다가 나타나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친퀘 테레로 향해 가는 기차에서 이젠 영원히 추억으로 남은 그런 비슷한 풍경을 만날 줄 상상도 못 했다. 


해안 절벽에 터널을 뚫어 기찻길을 놓았기에 어두웠다 밝았다를 몇 번 반복하며 바다풍경 감상에 재미가 붙으려는 찰나 목적지인 베르나차 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친퀘 테레의 다섯 마을은 대략 15km 남짓인데 기차가 다섯 개의 마을을 전부 정차한다고 해도 고작 15분이다. 지금은 도로로도 친퀘 테레 이용이 가능하지만 도로를 이용할 경우 그보다 훨씬 더 시간이 걸리니 친퀘 테레는 여전히 기차가 대세다. 

친퀘 테레의 경우 라 스페치 역을 이용할 경우 갈 때는 왼쪽, 되돌아올 때는 오른쪽에 앉으면 계속 바다풍경이다. 


베르나차(Vernazza) 

기차에서 내리니 역이라고 하고 말 것도 없다. 간이역 정도로 작은 규모의 역사에서 바로 상점가로 길이 이어졌다. 길을 헤매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그냥 대로변이 하나인데 이 길만 죽 따라 5분 정도 걸으니 곧장 광장이 있는 항구에 도착한다. 상점가를 걸을 때까지는 동네가 작다는 것 외에는 큰 느낌이 없었는데 항구에 도착하고 보니 친퀘 테레가 이런 곳이구나 싶었다. 

기차역에서 바로 상점가로 이어진다. 


일단 항구에 도착해 마을 감상을 하기에 앞서 갑자기 트레킹 모드가 됐다. 가이드가 따라오라며 어리론가 걷는데 모양새가 좀 이상했다. 구글 지도에도 정확히 길이라는 표시가 없는 곳이었는데 그러니까 집들과 집들 사이로 숨은 계단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는 것이 아닌가. 집들과 집들 사이로 길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는데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골목을 올라가니 안으로 다시 또 집들이 나온다. 다시 계단을 오르니 그제야 지붕이 보이는데 발아래로 좀 전에 서 있었던 항구가 보인다. 미로를 뚫고 나온 묘한 느낌이었다. 

집과 집사이로 길이 있다.


알고 보니 길은 다음 마을인 몬테로소이어지는 트레킹 코스였던 것. 친퀘 테레는 워낙 험준한 산악지형인데 마을 위쪽의 산들은 전부 국립공원으로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 해안선을 따라 마을을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5개의 마을을 걸으면 대략 5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반나절 속성으로 친퀘 테레를 보고 떠나는 나와 달리 배낭을 메고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대체로 하루 정도 숙박을 하며 트레킹도 하고 여유롭게 친퀘 테레를 즐기는 것 같았다. 그럴 경우 5개의 마을 중 그나마 가장 번화한 이곳 베르나차와 두번째로 들릴 마나롤라에서 주로 숙박을 한단다. 

베르나차에서 몬테로소까지는 1.5km 정도 거리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기찻길과 항구의 모습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트레킹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산 중턱까지 좀 더 걸어야  했다. 가이드가 부러 이곳까지 우리를 데레온 이유는 베르나차의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담은 사진은 친퀘 테레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바로 그 풍경이었다. 다만, 오전이라 그런지 역광에 반사되어 잘 찍어 놓은 사진보다는 실제 풍경이 조금 반감되기는 했다. 


절벽 위에 지어진 친퀘 테레의 집들 대부분이 알록달록의 색을 가지고 있는 건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들어올 때 멀리서도 자신의 집을 알아보기 위한 표식이었단다. 

친퀘 테레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풍경 사진의 마을이 바로 베르나차다. 


다시 항구로 내려왔다. 베르나차의 항구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사용됐다고 한다. 여름에는 유람선이 운행하며 마을을 잇는데 베르나차의 항구를 많이 이용한다고. 항구의 방파제가 안으로 들어와 있는 덕분에 여름 휴가철에  이곳에서 수영을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절로 상상이 된다. 


베르나차는 레기오 언덕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1000년에 만든 마을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산꼭대기까지 모두 계단식 밭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산 꼭대기까지 조금이라도 남은 자투리 땅을 일구고 어떻게든 생을 이어가야 했던 척박한 삶은 친퀘 테레의 다른 마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풍경이 예쁘다고만 세계문화유산이겠는가. 이 척박한 땅을 일구고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대를 이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리 무겁지 않게 느껴지는 건 알록달록한 색도 한몫하고 있는 느낌이다.  

성 마가레트 안티오키아 교회(St Margaret of Antioch) 그 뒤로 산 꼭대기까지 계단식 포토밭이 이어진다. 


다시 역으로 돌아와 마나롤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린다. 간이역으로 승무원이 있지만 따로 표 검사는 하지 않는 대신 기차역 한편에 있는 티켓부스에 표를 넣고 셀프체크를 하는 시스템이 특이했다. 

베르나차 역의 셀프 시스템


마나놀라 

베르나차에서 다시 기차를 타와 아침에 지나왔던 코르닐리아를 지나 바로 다음 역이자 두 번째로 방문할 마나롤라로 향했다. 마을이 가까워서 그런지 2 정거장인데 기차를 타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했다. 베르나차가 기차역에서 바로 마을과 이어지는 것과 달리 마나롤라는 터널과 터널 사이에 역이 있었다. (뒤에서 사진으로 확인하시라) 


터널을 지나면 마을이 나오는데 터널 안은 중간중간 친퀘 테레를 소개하는 사진과 설명이 있었다. 베르나차 마을 하나만 봤는데도 친퀘 테레가 어떤 곳인지는 충분히 알 것 같았다. 마을마다 모두 저마다 역사와 특색이 있는 것 같지만 험준한 지형이라는 공통적인 분모가 있어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았다. 

터널과 터널사이에 위치한 마나놀라 역
터널 곳곳은 친퀘 테레를 안내하는 사진과 설명이 붙어 있다.
터널을 지나가면 마나놀라 마을이 시작된다. 


마나롤라는 베르나차보다는 조금 큰 느낌이었다. 절벽에도 집이 있고 산과 산이로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서도 마을이 들어섰다. 척박한 지형을 최대로 활용한 삶의 터전을 만든 셈이다. 길인지 아닌지도 모를 길을 따라 또 한 방향으로 걸었다. 해변을 향해 나 있는 집들은 부산의 흰여울 문화마을과 흡사했다. 그렇게 마을의 끝 집을 지나고 나니 또 하나의 뷰 포인트가 나왔다. 오호라... 


이곳에서 마나놀라 기차역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기차에서 내렸을 때는 역사가 전혀 없어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이곳에서 서서 보니 비로소 친퀘 테레가 얼마나 독특한 풍경인지 새삼스러웠다. 

마나놀라
흰여울 문화마을과 닮은 길
마나롤라 역의 모습 


산꼭대기까지 포도와 올리브를 심고 농사를 지은건 다른 마을도 마찬가지지만 그중에서도 마나롤라가 면적상으로 가장 많은 마을이지 싶다. 마나롤라의 특산품 중 하나가 바로 와인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이곳의 와인은 보시다시피 기계로는 전혀 농사를 지을 수 없기에 사람이 산을 오르내리며 일일이 수작업을 거쳐야 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빠르게 기계로 대치되는 세상에 새삼 노동이 얼마나 고귀하고 값어치가 있는 것인지 천년 넘게 버티고 있는 친퀘 테레가 말하고 있었다. 이런 곳의 삶에 AI가 첨범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여전히 삶의 터전이 되어 주고 있는 계단식 포도밭 


마나놀라에서 보니 해안선이 들쭉날쭉한 것이 눈으로 확인된다. 저멀리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마을은 기차역 한 정거장 전 마을인 코르닐리아다. 마을이 너무 가까우니 손에 잡힐 듯하다. 그 뒤의 툭 튀어나온 마을 역시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여름이면 이곳에도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겠지.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바다가 잘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친퀘 테레 특산 와인과 엔초비,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파스타로 지중해식 만찬을 즐겼다. 좀 비리거나 짜면 어떨까 걱정이 됐는데 별 든 것 없이 요리된 엔초비는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고 해산물 파스타도 다 맛있었다. 와인과 함께 2명이서 자릿세 포함 70유로니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가격은 나름 합리적이었다. 

지중해식 만찬


거하게 점심도 먹었으니 코르닐리아까지는 못 가도 잠시 해안 절벽따라 잠깐 걸었다. 베르나차가 산길을 걸어야 했던 것과 달리 이 코스는 전부 해안절벽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다. 5개의 마을을 잇는 트레킹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코스는 이쪽 방향이 아니라 반대편으로 마날로라에서 리오마조레까지 걷는 길로 알려있다. 


비아 델아모르(Via dell’Amore)’ 산책로, 일명 ‘연인의 길’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을 정도로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코스라는 소개가 곳곳에 있었다. 게다가 코스도 아주 완만하고 대략 30분 정도만 걸으면 되니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코스로 알려져 있다. 작년에 갔을 때는 듣기로는 2011년 산사태로 폐쇄됐고 지형이 너무 험준해 장기간 복구되지 않고 있다가 코로나 이후에 약 200m 정도만 복구가 됐다고 했다. 글을 쓰면서 다시 찾아보니 올해 7월부터는 완전히 복구되어 개방할 예정이란다. 혹 올해 7월 이후에 친퀘 테레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길이 짧으니 짧은 트레킹도 고려해 보면 좋겠다.  

코르닐리아까지 해안을 따라 트레킹 코스가 있다.


이곳까지 짧게라도 걸어온 이유는 바로 이 풍경을 보기 위해서다. 이 마을은 해질 때 바다와 하늘이 오늘 붉은색으로 물드는 풍경이 장관이라 친퀘 테레 일몰사진으로 소개되는 곳이 바로 이 포인터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일몰까지 보고 가지는 못하니 조금 아쉬웠다. 


다시 역으로 되돌아오니 친퀘 테레 관광안내소를 발견했다. 친퀘 테레 마을 위쪽의 산악 지형이 전부 국립공원으로 해안 절벽을 따라 조성된 트레킹 코스 외에도 조금 더 돌아가야 하지만 그곳도 몇 개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 다만 그 코스의 경우 코스에 따라 국립공원 입장료가 있다. 일부러 그 코스 트레킹을 위해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 기차와 입장료를 함께 묶은 패스를 관광안내소에서 팔고 있었다. 


처음에는 반나절 정도 투어였기에 촉박한 시간으로 인해 2개의 마을만 선택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막상 두 마을을 방문하고 나니 생각이 좀 달라졌다. 5개 마을 모두 조금씩 다른 마을과 차별화되는 특색이 있기도 하겠지만 친퀘 테레의 환경이 비슷해 가보지 않은 3개의 마을도 크게 다르지 않겠구나 싶었다. 두 마을만으로도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바다색과 깎아지른 해안의 독특한 풍경에 감탄했다. 그들과 달리 지중해 한가운데 있는 몰타에서 6개월을 보낸 나로서는 친퀘 테레가 기대한만큼은 솔직히 아니었다. 


그럼에도 5개 마을을 두 발로 걸어서 만났더라면 그 느낌이, 감동이 확실히 달랐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건 걸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확신이다. 어차피 이번 여행은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경험하겠다는 생각보다 나중에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찬찬히 돌아보기 위한 미리 보기 개념의 여행이었기에 이걸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막상 떠나려니 친퀘 테레에서 느긋하게 커피 한 잔 마시지 못했구나 싶어 살짝 아쉬웠다. 


언젠가, 마을 5곳 전부 걸어도 보고 낭만적인 일몰로 다시 만나게 될 친퀘 테레를 꿈꾸며. 

막상 떠나려니 아쉬웠던 친퀘 테레, 언젠가 다시 만나자.


+ 다음이야기 :  시에나 그리고 피사, 피렌체에 밀리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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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어학연수와 런던 생활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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