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EC어학원의 행정 착오로 인해 일주일의 수업이 몰타에서 남아 있었기에 런던에서 몰타로 돌아와 일주일은 다시 학생모드로 지냈다.
원래는 일주일만 다니고 어학연수를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열정적인 크리스 선생님과 일주일 수업을 들어보니 이대로 그만두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고민 끝에 수업을 일주일 더 연장했다.
평범할 줄 알았던 어학연수의 마지막 일주일, 진짜 어메이징 했다.
영국 지하철에서 수도 없이 봤던 'mind the gab' 덕분에 'mind'의 의미쯤이야.
+ 진땀 뺐던 어학연수 마지막 일주일 수업
마지막 일주일의 수업 주제는 'society'었다. 인터미디어트 수업에서도 'society' 토픽이 있긴 했지만 어퍼 인터미디어트에서 다루는 내용은 차원이 달랐다. 어학연수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한국어로도 별로 생각해보지 않는 주제에 대해서 영어로 말을 해야 하는 순간이 많은데 상위 레벨로 올라가면 갈수록 더 그랬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경우에는 겨우겨우 쥐어 짜내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더러는 솔직하게 한국어로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주제니 친구들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을 정리 후에 말을 하겠다고 하기도 했었다.
특히 '사회적'인 주제는 한국어도 힘든 주제인데 영어로 말하려니 진짜 골치가 아팠다.그런데 하필 어학연수의 마지막 수업에 가장 난애한 토픽이 기다리고 있을 줄 상상도 못 했다. 기억으로는 일주일 내내 난민, 양극화, 정치, 경제, 인구감소, 환경 등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내겐 너무 어려운 주제였던 마지막 수업
평소에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거니와 이런 주제로 진지한 대화를 나눌 기회는 거의 없잖아.
워낙 첨예한 문제들이라 각자의 의견에 어떤 방식으로 찬성, 반대하는지에 대한 표현을 배웠다. 쉬는 시간 후 이어진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갑자기 좌석 배치를 바꾸더니 토론 배틀을 붙였다. 말하자면 각 나라를 대표해 UN 테이블에 앉았다 생각하고 대륙간 토론 배틀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맙소사-, 반 친구들 모두 황당해했지만 어퍼에서는 이 정도 토론 정도는 해야 하는 거라고... ㅠㅠ
나만 빼고 전부 남미 출신들이고 남미 국가들이 대체로 정치, 경제적으로 좀 불안한 상황이었기에 여러 얘기가 오가다가 결국 정치에 관한 내용이 주이슈가 됐다.
그렇지 않아도 어휘가 부족해 수업시간마다 고전하는 상황이었는데 나 혼자만 아시아다 보니 반 친구들이 전부 말끝에 '한국'을 끌고 들어갔다. '한국은 어때?', '한국은 어떤 노선이야?', '한국은 찬성이야 반대야?' '한국말 좀 해봐.' 한국은... 한국은... 한국은....
완전히 다른 문화권인 내가 어떤 생각과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한 수십 개의 눈동자가 나에게 꽂힌다. 한국어로도 정치는 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어휘도 딸리는 내가 영어로 토론까지 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매번 내가 지목될 때마다 식은땀 뻘뻘,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제발 '한국' 좀 그만 찾으라고...
처음과 달리 시간이 흐르니 중언부언도 많아지고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고 해도 시사 문제로 토론은 한계가 있었다. 반 친구들 중에서도 스피킹이 유창한 몇몇이 거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물론 나는 거기에 끼지도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친구들 말도 겨우 반 정도만 알아 들었다.
1시간 30분의 수업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토론 수업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곡소리로 들렸다. 모르긴 몰라도 내 한숨 소리가 제일 컸을 듯하다. 말로는 다들 수업이 너무 힘들었다고 하는데 과연 나만큼이나 어려웠을까 싶었다.
UN은 무슨...
어퍼 인터미디어트로 올라가고부터 영어 슬럼프가 심하게 온 상태였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게다가 레벨테스트 시험을 운 좋게 통과는 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어퍼 인터미디어트 수업이 내게는 좀 버거웠다.
기본 실력이 없다 보니 레벨이 올라갈수록 어휘에 한계가 많았다. 급하게 어휘를 외우고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니 수업시간은 어찌어찌 지나가는데 문제는 스피킹이었다. 아는 만큼 입으로 뱉어지지가 않았다.
반 친구들이 원어민에 가까운 스피킹 실력이니 자신감이 점점 더 떨어졌다. 스페인어를 쓰는 친구들과 10개월 정도 같이 생활을 해보니 그들은 기초는 더디게 느는데 인터미디어트 후반 정도부터 최고급단계까지는 거의 공부가 필요 없을 정도로 실력이 수직 상승했다.
어휘가 똑같거나 비슷한 것도 많고 (특히 고급 어휘일 경우 비슷한 어휘가 정말 많았다.) 문장 구조가 비슷하니 그들에게 영어는 갈수록 쉬워지는 느낌이었다. 반면, 전혀 다른 언어인 한국어는 중급을 지나면서부터 느는 속도가 한없이 더디고 공부를 해야 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진다. 어쩌면 중급 레벨인 인터미디어트부터가 진짜 하염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희한한 점은 스피킹은 원어민에 가까운 정도인데 가끔씩은 기초중에 기초를 모를 때가 있어 황당할 때가 있었다. 부정대명사, 한정사 등이 그랬다.
기초 중에 기초인데 이걸 모른다니-
선생님이 아무리 설명을 해도 친구들이 부정대명사를 너무 헤갈려하길래 파트너에게 사과로 설명을 해줬다. 그걸 선생님이 들었는지 반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주라고 했다. 유치원 수준의 설명인데 괜찮겠냐고 했더니 괜찮다고했다.
"자, 사과가 3개가 있어. 그러면 하나는, 다른 하나는, 나머지는.....
사과가 여러 개 있어, 그러면 하나는,,, 나머지 전부는.... "
갑자기 애들이 박수를 치면서 이렇게 쉽게 설명하는 건 처음이래나 뭐래나. 이건 절대 안 까먹겠다며 칭찬 일색이었다. 나는 그런 친구들이 더 이상했다. 원어민에 가까운 스피킹 실력인데 기초라고 할 수 있는 걸 모를 수 있다는 게 더 신기했다.
넘사벽인 스피킹 실력인데 이 쉬운 걸 모른다고요?
+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마지막 주 수업이 있던 일주일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이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몰타의 거리 곳곳도 월드컵으로 떠들썩했다.
축구에 진심인 남미의 친구들은 자국 경기가 있는 날이면 수업을 빼먹기 일쑤였다. 축구에 진심 아니랄까봐 브라질인들이 심했다. 수업에 결석한 줄 알았는데 휴게실에 축구 경기를 보고 있었다.
수업도 빼먹고 브라질 팀 응원 중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나라가 16강에서 브라질과 맞붙는 것이 아닌가. 이런, 망했다.
경기가 있던 날 수업 시간에 브라질 애들은 한국을 신경도 안 썼다. 우리 반은 전부 남미 출신이라 브라질이 아니어도 당연히 브라질을 응원하는 분위기였고 한국은 동네 축구팀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라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어쩌겠는가. 사실인 걸. 내가 브라질 사람이었어도 한국을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저녁 경기였고 축구를 어디서 볼까 고민 중이었는데 수업이 끝날 즈음 친구들이 축구를 같이 보자고 했다.
솔직히 좀 망설였다. 한국이 브라질에게 져도 그냥 지는 게 아니라 처참하게 질 게 뻔한 상황이니 좀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때가 아니면 해외에서, 언제 또 월드컵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을까 싶어 그러자고 했다.
경기 시간보다 조금 앞서 펍으로 갔다. 우리보다 앞서 일본이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16강 전 경기를 하고 있었다. 1:1로 무승부였는데 승부차기 끝에 아깝게 일본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일본인들이 씁쓸한 표정으로 펍을 나서며 상대가 브라질인 강팀이긴 하지만 이기길 바란다는 응원을 해줬다.
과연...
월드컵 시즌 펍들은 전부 각국의 국기들이 펄럭펄럭
내가 간 펍은 오며 가며 봤을 때는 당일 경기를 치르는 국가의 국기를 매일 바꿔가면서 걸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태극기가 걸려있었다. 이날 경기를 치르는 팀이 여러 국가였고 직전은 일본도 있고 특히, 브라질도 있는데 태극기를 걸어놔서 깜짝 놀랐다. 이게 뭐라고 갑자기 울컥.
흥 많은 브라질 언니들은 브라질 국기 색깔로 페이스페인팅까지 하고 난리법석이다.
축구에 진심인 브라질 언니들
경기 전 한국 선수들의 활약상들을 보고 있자니 브라질 하고 비겼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잠깐 했다. 선수들이 입장하고 각국의 애국가가 연주된다. 펍 안에 모든 사람들은 국적은 다르지만 대부분 남미 국가라 전부 브라질을 응원하고 유일하게 나만 한국 사람이다. 애국가가 흘러나오니 펍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나에게로 향했다.
나도 미쳤지. 뭐라도 보여줘야겠다 싶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펍 안이 떠나가도록 애국가를 혼자목청 높여 불렀다. 안 그래도 뒷부분 고음이라 잘 부르기 힘든 애국가인데 긴장한 탓에 첫 음을 너무 높게 잡아서 갈수록 소리를 질러야 했다. 펍 안에 있는 사람들은 화면이 아닌 나의 애국가를 끝까지 들었고 내가 애국가를 끝내자 박수소리와 온갖 함성이 펍안에 울려 퍼졌다.
비로소, 와-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싶었다. ㅎㅎㅎㅎ
소니 안와골절와서도 미친듯이 뛰었던 2022 카타르 월드컵
어쨌거나 전반전에 4-0으로 개 발렸고 후반전에 백승호 선수가 한 골 만회해 최종 스코어는 4-1로 끝났다. 경기가 끝나고 나니 펍안은 난리부르스였다. 남미의 흥이 어떤 것인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한국이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특별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다음 날,
수업 시간에 선생님도, 친구들도 경기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야, 한국 어떻게 됐어?"라고 묻는다.
"응, 후반전은 우리가 이겼어."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2022년 카다르 월드컵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아름다운 추억이었다.타
+12월 어학원 액티비티
크리스마스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12월 초부터 어학원 곳곳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한가득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니 어학원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크리스마스 엽서 쓰기였다.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전통인 문화에서 크리스마스 기간에도 집에 가지 않고 어학연수를 하는 학생들을 위한 심심한 위로라고나 할까.
학생들은 오며 가며 어학원 로비에 비치된 엽서에 크리스마스카드를 적고 있었다.10개월의 어학연수를 마치는 소감을 적은 엽서를 나에게 보냈다. 이 엽서는 한국으로 귀국하고 난 뒤 한 달 뒤 집으로 배달됐는데 엽서를 쓰면서 시큰했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어학원 분위기
어학원 이벤트로 크리스마스엽서 보내기
몰타 어학원에서 마지막 액티비티는 크리스마스 파티였다.금요일 저녁에 클럽 하나를 통째로 빌려 전학생들이 다 같이 모이는 크리스마스파티였다. 크리스마스는 아직도 2주나 남았는데 크리스마스시즌에는 여행을 가는 학생들도 많고 어학원도 쉬니까 미리 리스마스파티를 진행하는 것 같았다.
평소 후줄근한 친구들의 모습만 보다가 화려한 옷과 화장으로 클럽녀로 대변신한 친구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같은 반이 아니라서 잠깐식 스쳐만 지났던 친구들도 모처럼 파티에서 다 만나니 수다타임 작렬이다.
런던은 학생들이 모두 한꺼번에 모여하는 활동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에 비해 몰타는 학생들끼리 어울릴 수 있는 액티비티가 많은 건 장점이다. 여름에는 학생들 전부 버스 대절해서 발레타로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 겨울에는 클럽을 통째로 빌려서 크리스마스파티를 함께 즐겼다. 어학연수가 풍성해지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어학원의 이런 액티비티 활동도 확실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크리스마스에 어학원이 끝나는 게 좀 쓸쓸할 줄 알았는데 마지막 주에 생각지도 않게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어서 정말 행복한 엔딩이었다.
클럽 하나를 통채로 빌려서 즐거운 크리스마스 파티
공부의 스트레스는 잊어 주세요.
+ 마지막 수업이 끝났다.
모든 수업이 끝났다. 스피킹에서 고전하고 있었지만 런던 포함 어퍼 인터미디어트에서 약 8주간 공부를 했으니 솔직히 어느 정도 실력이 향상되었는지 궁금하긴 했다. 마지막 레벨테스트를 보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레벨테스트는 아예 볼 수가 없었다. 어학원 정책상 마지막 주는 레벨테스트는 안 되고 파이널 시험만 볼 수 있다고 했다.
몰타에서는 원래 일주일 수업이었기에 친구들과 친밀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일주일을 더 연장을 하게 되면서 친구들과 친해지긴 했지만 그 전의 어학연수와 비교하자면 확실히 좀 달랐다. 이미 이 레벨에서 한 달 넘게 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들만의 유대감이 상당했고 대부분 라틴권 국가들이라 내가 끼어들 틈이 별로 없어 간혹 겉도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함께 펍을 가고 월드컵 경기를 보기는 했지만 그들과의 거리는 딱 거기까지였다.
마지막 2주일을 함께 한 친구들
그러다 문득, 인터미디어트 친구들이 생각났다. 런던으로 떠나기 전 가까스로 레벨테스트를 통과했고 고작 2주였던 인터미디어트 수업이었다. 그때도 친구들은 대부분은 한 달 이상을 이미 수업이 진행된 상태라 내가 우리 반에서 영어를 제일 못해서 버벅거릴 때였다. 희한하게 그때는 고작 2주였음에도 거의 매일을 붙어 다녔던 것 같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점심이 아니면 저녁이라도 함께 먹고 집에 갈 때까지 수다를 떨었다. 지금도 여전히 연락을 하고 지낼 정도로 가깝다.
혹시 2026년 중남미 월드컵에 한국이 멕시코에서 경기를 하게 된다면 놀러 가겠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난리가 났다. 우리 대표팀 축구 경기 결과에 미친듯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 친구들과 마지막 수업을 함께 한 친구들 모두 2주 만의 시간인데 어떻게 이렇게 친밀도가 다를 수 있나 싶어 뒤늦게 놀랐다. 물리적인 시간 상 2주라는 시간은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정말 믿기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나의 마음 가짐이 가장 큰 문제이지 않았을까 싶지만 생각해 보면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와준 친구들이었기에 가능한 우정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마지막 일주일은 인터미디어트를 함께 보낸 친구들이 너무 그리웠고 새삼 그들이 고마웠다.
인터미디어트 때 2주간을 함께했던 친구들
+ 내 나이가 어때서!!
어학연수를 하는 동안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났고 그중에는 60대, 심지어는 70대에도 어학연수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굉장히 드물겠지 싶지만 매번 반에서 한 두 명은 완전 시니어 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다.
여러 사례가 있지만 그중 최고는 바로 이 언니다. 내가 수업이 힘들 때 이 언니 덕을 많이 봤다. 나중에는 이 언니가 나보고 몇 살로 보이냐고 물었다. 나이가 많겠거니 싶긴 했지만 세상에나 68세일 줄이야. 이 언니가 우리 반에서 영어를 제일 잘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근데 이 언니가 이미 3개 국어를 마스터한 상태란 건 더 놀랄 지경이었다.
영어를 왜 배우냐고 당연히 물을 수밖에 없었다. 돌아온 대답은 참 뜻밖이었다. 취미로 언어를 배운다고 했다. 평생을 회사를 위해 너무 열심히 일했고 은퇴하고 나니 아무런 삶의 목적이 없어졌다고 했다. 그런데 취미로 외국어를 배우게 됐고 외국어를 배우다 보니 세상이 얼마나 크고 넓고 살만한 곳인지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이렇게 한국에서 온 너도 만날 수 있잖아. 외국어가 아니면 어떻게 널 만날 수 있었겠니?"
이제 어느 정도 영어는 정복했으니 다음으로 어떤 언어를 배워볼까 고민 중인 그녀.
그렇지요, 저도 영어를 즐겨볼 결심을 다짐해 봅니다.
+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사실, 몰타 수업에 크게 기대는 없었다. 런던 ec의 학구적인 분위기와 선생님들의 수업방식이 나와는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몰타에서는 초급이었던 엘리멘트리, 프리 인터미디어트 수업을 대부분 들었었기에 고급반인 어퍼 인터미디어트의 수업이 런던과 몰타의 수업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그게 좀 궁금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크리스의 수업은 기대이상이었다. 런던에서 정규수업과 포커스 수업을 둘 다 들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정규 수업만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여전히 영어 슬럼프를 벗어나고 있지는 못하지만 크리스와 4주 정도만 수업을 더 한다면 충분히 한 단계 더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사실, 어학연수를 좀 더 연장을 해볼까 고민을 안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고민 끝에 여기서 멈추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한 가지 소득은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어떻게 스스로 공부해 나가야 하는지
그 방법을 좀 알게 됐다고나 할까.
영어 공부에 관한 내용은 다른 칼럼에서 소개하겠다.
어쨌든 짧은 2주간의 어학연수가 끝나고 나면 굉장히 섭섭할 줄 알았는데 섭섭한 마음보다 시원한 마음이 더 컸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영어 공부는 훨씬 힘들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