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작가 정해경 Sep 20. 2024

[몰타 어학연수] 몰타 어학원 친구들과 작별의 시간

#25  겨울 몰타, 어학원 친구들과 작별의 시간

50 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4    


몰타, 겨울

#25. 몰타 어학원 친구들과 작별의 시간


장담컨대, 몰타로 돌아왔을 때 어학원 친구들이 없었다면 몰타의 한 달은 정말 헛헛했을 것이다.


12월, 몰타로 다시 돌아왔을 때 함께 어학연수를 했던 친구들은 모두 떠났다. 짧게는 3개월, 길어도 대체로 6개월 정도로 어학연수를 오는 경우가 많았기에 3월에 함께 어학연수를 시작했던 친구들은 모두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그래서일까. 몰타로 다시 돌아왔을 때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뭔가 휑한 느낌이 너무 컸다. 몰타가 집인 것처럼 모든 것이 익숙한데 온통 텅텅 비어버린 느낌이 생각보다 컸다. 도시를 추억하게 하는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사람'이란 걸 새삼스럽게 느끼게 했다.


다행히, 어학연수에서 만나 가장 친한 친구가 된 이본과 몇몇 친구들이 남아 있었다. 어학연수를 끝내고 난 뒤 몰타에서 좀 더 살아보기로 결정한 이본과 에리카는 몰타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제세니스와 비비아나는 6개월 어학연수로 왔지만 12월 중순까지 어학연수를 연장을 한 상태였다.

가장 친한 친구였던 이본과 함께 트레킹


+ 친구들의 생일,

다시 본격전인 몰타 생활이 시작됐다. 나도 막바지 어학연수를 하고 있었고 다른 이들도 어학연수 혹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같은 어학원에서 공부할 때처럼 매일 만나기는 어려웠다. 에리카의 생일이 있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제세니스의 생일이 연거푸 있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같이 어학 수를 하고 있을 때와 달리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그들이 함께 몰타에 머문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됐다.


먼저 에리카의 생일은 몰타의 수도 발레타에서 만났다. 자주 가던 발레타지만 12월의 발레타는 여느 계절과 달리  낭만 그 자체였다. 거리 곳곳은 전부 크리스마스를 위한 치장을 했고 저녁이면 휘황찬란한 조명이 켜지며 한껏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몰타의 수도인 발레타는 크기만으로는 전 세계에서 수도 중에서 3번째로 작은 곳인데 참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곳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발레타
에리카의 생일, 발레타의 레스토랑에서

제세니스의 생일에는 우리가 자주 가던(나는 살짝 지겨운) 어학원 근처 세인트 줄리안의 클럽스시(서울 도쿄)로 갔다. 나를 배려해서 한식을 먹자고 하는 거면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한국인이 없으니 메뉴 주문이 힘들어서 그동안은 한 번도 가지 않았다며 모처럼 한식을 먹고 싶다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나를 위한 배려였으리라.


클럽스시는 몰타에서 한식을  파는 레스토랑인데 한국에서 먹는 맛과 거의 비슷하고 맛도 있어서 몰타에 있을때 자주 가던 곳이었다. 무엇보다 한식을 처음 먹어보는 외국인 친구들이 이곳에서 한식을 먹고 난 뒤 그들 역시 이 집 음식을 좋아라 했다.  


우리의 생일 축하 이벤트를 알아차린 직원이 센스 있게 생일케이크를 준비해줬다.   특별히 준비한 생일 케이크는 바로 붕어빵에 아이스크림.  생뚱맞은 조합이라 나는 빵 터졌고 친구들은 왜 웃는지 궁금해했다. 어쨌거나 오랜만(?)에 한식으로 다 같이 생일 축하축하...

자주 가던 서울도쿄
붕어빵이 생일 케잌으로
제세니스 생일


+ 루프트 탑

몰타에 있으면서 가보고 싶었으나 가보지 못했던 곳들도 친구들과 하나씩 찾아다녔다. 그중  한 곳은  발레타 랜드마크 중 하나인 발레타 카르멜산 성모대성당(The Basilica of Our Lady of Mount Carmel)이다. 그렇다고 성당을 간 것은 아니다. 몰타의 수도인 발레타에는 '성요한 대성당'이라는 워낙 걸출한 건축물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성당을 찾는 이는 많지 않다.


꽤 긴 시간을 몰타에 있었고 발레타를 수도 없이 갔는데도 호기심 많은 나도 이 성당을 가보지 않은 건 지금 생각해 봐도 좀 뜻밖이긴 하다. 그렇지만 이 성당은 몰타의 대표 사진 스폿 중 하나다. 커다란 원형돔의 성당은 발레타 어디에서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성당의 돔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루프트탑은 언제나 늘 인기지만 이런저런 일로 마음에 여유가 없어 결국 겨울에서야 와보게 됐다. 수영장이 있어 여름에 예약하려면 몇 배의 공을 들여야 한다. 겨울에 가보니 연말을 맞이해 회사들의 송년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일몰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몰타의 랜드마크 건축물 중 하나인 발레타 카르멜산 성모대성당
몰타 루푸트탑
마노엘 섬 뒤로 슬리에마가 보인다.
멋진 일몰

+ 저녁 임디나

어느 날 저녁, 이본이 문득 임디나를 가보고 싶다고 했다. 몰타 거리 곳곳이 크리스마스 장식이니 고대도시 임디나도 굉장히 특별할 것 같다고 했다. 임디나는 걸어서도 가보고, 그냥도 가보고, 중세축제 때도 가봤다. 물론 그러다가 저녁이 되기도 했지만 일부러 저녁에 가보지는 않았다.


중세도시 임나는 왕좌의 게임촬영지 : https://brunch.co.kr/@haekyoung/146


이본의 제안은 솔깃했고 우리는 밤에 임디나로 향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달리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임디나였다. 사람도 없이 텅 빈 골목에 그녀와 나의 발자국 소리만이 너무 크게 울리니 좀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여태껏 여러 번 갔던 임디나였지만 그날이 처음으로 '사일런트 시티'를 실감했던 밤이었다. 우리의 결론은 '축제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걸 제외하고 임디나는 밤에 오는 거 아니야.' 였다. 그래도 그냥 기 섭섭하니 피자에 와인 한 잔으로 조용한 밤을 마무리했다.

너무나도 고요했던 임디나
피자에 와인 한잔

+몰타 트레킹

이본과 나는 여러 가지로 궁합이 잘 맞았지만 특히 '트레킹'을 환장하게 좋아한다는 점에서는 서로가 행운이었다. 이본이 없었다면 혼자서 몰타의 곳곳을 걸어서 가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저 구글 지도 하나만 보고 '이번에 여기 어때?'라고 하면 흔쾌히 '좋아.'라며 따라나서던 이본이었다. 이본과 함께 했던 몇 개의 트레킹 코스는 #27화에 소개하겠다.

뽀빠이 빌리지
레드캐슬
리베이라베이
빅토리아 트레킹
트레킹의 끝은 언제나 몰타의 일몰. 몰타의 일몰은 언제나 옳다
트레킹과 맥주는 찰떡궁합, 몰타 맥주 CISK


+ 작별인사, 페어웰

어영부영 2주가 흘렀고 제세니스와 비비아나가 떠날 날이 다가왔다. 그녀들과 나누는 마지막 만찬은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는데 결국에는 다들 울고 말았다. 몰타에서 보낸 날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감정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비비아나 차례가 되자 감성적인 비비아나가 눈물이 터지기 시작했고 누구랄 것 없이 동시다발로 눈물이 터져 나왔다.


늦은 나이에 공부와 타국에서 지내는 생활이 만들어준 공통분모는 동지의식과 더불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친구'들을 만들어 주었다.


몰타에서 10개월, 많은 시간은  많은 추억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하나씩, 둘씩 기억 저편의 이야기를 재료 삼아 울다가, 웃는다. 내일이면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잠시 잊어둔 채.

울다가 웃다가


+ 몰타 공항

몰타를 베이스캠프 삼아 간간히 여행을 다녔고 누군가를 배웅하기도, 누군가를 맞이하기 위해 몰타 공항을 가기도 했었지만 정작 몰타 공항은 한 번도 둘러보지 않았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친구들을 배웅하러 가는 길에 일부러 공항에 일찍 가서 몰타 공항을 둘러봤다.


나라가 작으니 몰타 국제공항도 상당히 작다. 얼핏 보면 우리나라 지방 공항 정도로 보이지만 국제공항이라 있을 건 다 있다. 이리저리 다니다 전망대를 발견했다. 복도에는 몰타 공항 그간의 발자취들이 남아 있는데 엘리자베스 여왕 등 유명인사들의 다녀간 사진이 눈에 띄었다. 그중 샤론 스톤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사진 등 영화 관련 주요 인사들이 빠지지 않는다. 몰타는 나라 전체가 영화 세트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서 숱한 영화들이 몰타에서 촬영되고 있는데 그런 점이 공항 역사에도 반영되어 있었다.

몰타공항


몰타공항 전망대
유럽여행 베이스캠프로 최적인 몰타
소박한 전망대의 일출


드디어 그녀들이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짐을 부치고 할 때만 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마지막이니 다 같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커피 한 잔을 하기엔 시간이 너무 애매해 대합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젠 정말로 그녀들이 떠나야 할 시간이 됐다. 유독 정이 깊었던 둘은 마지막 순간이 되자 서로 얼싸안고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보는 이들도 다 같이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을 있는 쏟아내고 그녀들은 떠났다.

진짜 작별의 시간

이제 내가 몰타를 떠날 날이 머지 않았다.   



+ 다음이야기 : 몰타 EC 어학원 마지막 수업






+ 구독하기, 라이킷, 댓글 부탁드려요~ 글 쓰는데 큰 힘이 됩니다. ^^

+ 알림 설정을 해두시면 가장 먼저 글을 받아보실 수 있어요. ^^




유튜브 '여기 가볼래(https://www.youtube.com/@bywaytravel)'에서 여행의 기록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몰타 어학연수와 몰타 생활에 관한 이야기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시리즈

 런던 어학연수와 런던 생활에 관한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