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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Feb 28. 2023

[몰타어학연수] 잉글리시 카페, 그게 뭐야?

몰타어학연수 제1장 #9 몰타 어학연수생들 다 모인 잉글리쉬 카페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1장 엘리멘터리 몰타  

#9 잉글리시 카페, 그게 뭐야?




+ 잉글리시 카페, 그게 뭐야?

정신없이 지나간 어학원의 첫날이 지나고 둘째 날 수업이 끝났다. 둘째 날 수업이 있던 화요일은 오전 수업이었는데 12시 15분에 수업이 끝나고 나니 그냥 바로 집으로 가기는 뭔가 좀 허전했다. 룸메이트는 인텐시브 수업을 들어야 했기에 점심을 먹기 위해 그녀들의 친구들과 서둘러 자리를 떠났고 혼자 어정쩡하게 어학원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다른 어학원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EC의 경우 수업 후 어학원 앞마당(?) 앞에 서성이고 있다가 보면  '밥 먹으러 가는데 같이 갈래?' , '우리 00 갈 건데 같이 갈래?' 하면서 같은 반이 아니어도 친구들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중에는 '너도 가자', '너도 가자'  이렇게 되면 이 사람, 저 사람 모이게 되고 친구의 친구까지 3~4명에서 시작했던 것이 10명이 넘어가는 경우도 생기기도 했다.


아직 반 친구들과는 말을 튼 사이가 아니어서 그들과 뭘 하기는 좀 애매한 상황이었는데 엘리멘터리 다른 반 애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중에 나보다 1~2주 앞서 어하연수를 온 한국인이 있어 다가가니 옆에 있던 일본인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 오늘 저녁에 뭐 해? 잉글리시 카페 같이 갈래?"

" 잉글리시카페? 그게 뭐야?"

" 영어로 이야기하는 곳이야. 가보면 알아."

" 근데 나도 같이 가도 돼?"

" 당연하지."


'잉글리시 카페'라는 건 말 그대로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카페인 듯했고 듣자마자 솔깃했다. 영어로 계속 말도 하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 같아서 따라가겠다고 하고 저녁에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다. 어학원 둘째 날인데 뭐가 속도가 굉장히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느낌이 좋았다.


모든 만남이 진행되던 어학원 앞마당


잉글리시 카페는 고정된 장소가  따로 있는 건 아니었고 '잉글리시 카페'를 운영하는 곳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카페를 대여하는 시스템이었다. 공식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어느 요일에, 어디에서, 어떤 행사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주로 화요일은 포르티자(Fortizza), 목요일에 서프사이드(sufside)에서 열리는데 어학연수생이 많은 몰타의 특성상 영어 카페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었다.

영어카페 SNS 계정



매주 화요일 영어카페는 슬리에마에 있는 포르티자(Fortozza)에서 열리는데 집에서 그렇게 멀지 않아서 산책 삼아 걸어갔다. 어학연수를 결정할 때 '몰타'가 낯선 곳이라 치안이 어떨지 궁금했어나 그 어떤 유럽보다 치안이 안전한 곳이라는 얘기를 들었기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실제로 몰타에서 지내보니 거리에 노숙자도 없고 소매치기 염려도 할 필요가 없고 저녁에 혼자 걸어 다녀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았고 한국에 있을 때나 거의 비슷했다. 몰타에서 지내다가 이탈리아만 가도 거리에 노숙자들이 넘쳐나고 런던에서는 실제로 프렌차이저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 먹고 있는데 소매치기를 당할 뻔했던 경험이 있었던지라 몰타가 얼마나 안전한 곳인지 뒤늦게 새삼스레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몰타가 아무리 안전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절대적으로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가급적 인적이 드물거나 컴컴한 골목길은 피하고 너무 늦은 시간에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피하는 등 자신의 안전에 대해서는 언제나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


슬리에마에 위치하고 있는 포르티자(Fortozza) 세인트 줄리앙에서 슬리에마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변에 있어 시원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현대식 건물이 즐비한 곳에 바다 쪽으로 자리 잡은 포르티자는 외관부터 고풍스러운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고딕으로 지어진 성채 같은 이곳은 영국이 몰타를 지배하던 시절에 지중해로 침입하는 적들을 방어하기 위해 요새로 지어졌고 포병포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1872년, 그러니까 약 150여 년 전에 지어진 건물인데 같은 라임색이라 그런지 몰라도 올드하다는 느낌보다는 현대식 건물과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었다. 이곳에 설치되어 있던 대포는 1905년에 제거된 후에는 탐조등대가 세워져 지중해로 적이 쳐들어 오는 것을 감시하는 용도로 사용됐는데 전쟁의 위험이 사라진 현재는 이곳은 레스토랑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 출처 : 포르티자 공식 홈페이지



잉글리시 카페는 입장료 5유로를 내면 음료 1잔이 제공되는데 카페 입구에는 직원이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었다. 입장료를 내고 프리 드링크 티켓을 받아 들고 바(Bar)로 가서 나는 맥주를, 같이 간 친구는 샹그리아를 주문했다. 맥주를 좋아해서 맥주를 시켰는데 막상 샹그리아를 보니 샹그리아를 시킬까 뒤늦은 후회를^^

하지만 나는 맥주파!




어학원에 만난 친구와 함께 오니 이미 잉글리시 카페 경험이 있는 친구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친절히 알려주고 자신이 앉아 있는 자리로 안내를 했다.  그렇게 죽 들러앉아서 삼삼오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고 아름답게 치장하고 싶지만 실상은 '아무 말 대잔치'였다. ㅎㅎ 지방 방송과 중앙 방송이 난무하는 그런 상황이라고나 할까.


다들 처음 만난 사이니 어느 나라에서 왔나, 레벨이 어디냐, 언제 왔냐 등등등 주로 스몰토크가 대부분이었다. 이날 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EC와 ESE 어학원 사람들이었고 반 이상은 엘리멘터리에서 인터미디어트까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말이 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말을 하면 되는데  워낙 다양한 나라 사람들인지라 발음도 알아듣다가 못 알아듣다가 반복이었다. 여행을 가면 카페나 바에서 외국인들하고 스몰토크를 나누는 환상을 갖고 있긴 했지만 한 번도 그래본 적은 없었는데 어하연수를 하니 색다른 경험도 해보구나 싶어 기분이 살짝 업됐다.


처음에 앉았던 자리는 간단한 스몰토크가 끝나면 말할 소재가 떨어지니 자리를 바꿔 가면서 자연스럽게 또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낯선 사람들이 처음에 만났을 때 나누게 되는 이야기부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양한 주제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얕은 어휘의 늪에서 허덕거리기 일쑤였지만 2~3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훌쩍 지나갔다.


이날 잉글리시카페는 나에게 참 소중한 인연을 선물했다. 내가 다니던 EC 어학원 친구들보다 이곳에서 만난 ESE를 다니던 J와 먼저 친해졌다. 함께 온 일본인과 계속 일본어를 하고 있어서 일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한국 사람이었다. 대기업 건설 분야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그녀는 일본어 능통이 었고 중국에서 몇 년간 근무 경험으로 인해 중국어도 능통이 었는데 영어가 좀 부족하다 생각해 몇 달 쉬는 김에 영어를 배운다는 능력자였다. 이후 ESE 기숙사 초대도 받고 몰타 이곳저곳을 그녀와 함께 트래킹도 참 많이 다녔다.

또한 나의 가장 베프인 파나마 출신 이본(Ivon)은 프리인터미디어트 때 같은 반이었고 그전에 오다가다 만나서 얼굴을 알고 있는 거로 생각을 했었는데 우와~ 지금 다시 찍어 놓은 영상을 보니 둘째 날 잉글리시 카페에서 만난 것이었네. 지나간 시간이 참 새삼스럽구나 싶다.




이후에 카페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서 우리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도 어느새 다른 테이블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런 영어 카페는 대체로 어학연수생들이 많기는 하지만 꼭 어학연수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몰타 현지인들도, 몰타에서 일을 하고 있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도 영어 카페를 찾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에게도 역시 영어 카페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삶의 활력소가 아닐까 싶었다. 이곳에서 만나 데이트를 하는 사람도 있긴 했으니 말이다.  



+ 영어 카페 얼마나 자주 가나요?

작년에는 공식적으로 일주일에 두 번(화, 목)은 영어 카페 meet-up 모임이 있었는데 지금 다시 확인해 보니 일주일 내내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지금은 코로나도 거의 끝났고 어학연수를 위해 몰타를 찾는 사람들이 코로나 전 상황으로 회복하면서 meet-up 모임도 늘어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일주일 내내 다양한 활동이 있는 잉글리시 카페 meet-up모임



이날 영어카페를 다녀오고 두어 번인가 더 갔지만 이후로 어학연수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안 갔다. 잉글리시 카페는 새로운 사람도 사귀고 영어로 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컸지만 본격적인 어학연수가 시작되니 그건 어학원 친구들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굳이 영어카페를 가지 않아도 수업 후 그들과 어울리면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할 기회는 많아졌다. 또한 매주 새로운 친구들이 오니 그들과 친해지는 시간도 부족하니 굳이 잉글리시 카페를 갈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친구들과는 시간이 쌓이면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잉글리시 카페의 경우 대부분의 대화는 처음 만났을 때 하게 되는 스몰토크 위주의 내용들이 매번 반복되다 보니 식상해지기도 했고 약간은 시간 낭비 같은 느낌도 들었다. 물론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거나 현지인을 만나는 경우도 더러 있기는 했지만 그럴 경우 오히려 내가 영어가 그만큼 안 되니 답답하기 일쑤여서 차라리 어학원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같이 다니는 것이 훨씬 좋았다고나 할까. 나중에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나처럼 처음에 경험 삼아 몇 번가고 말았다고 대부분 얘기를 했다.


덧. 만약 어학연수가 아닌 상황에서 몰타에 머무르게 된다면 그때는 나도 잉글리시 카페 다니면서 친구를 사귀고 싶은 생각 200%다. 어학원 외에도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MEET-UP 앱도 괜찮다. 몰타의 경우 MEET-UP 보다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는 편이라 페이스북 페이지 검색을 잘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 같은 경우 페이스북을 통해 현지인들 트래킹 모임에 가입해 그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트래킹을 같이 다녔는데 어학원에서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런 내용들도 차차 공개할 예정이다.



+ 다음 이야기 : 갑자기 아침형 인간이 된 거니?


#몰타어학연수 #몰타라이프 #몰타라이프 #몰타여행 #malta #maltalife #몰타 #런던어학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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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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