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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Feb 26. 2024

아이 키우기, 한국과 캐나다 중 어디가 더 쌀까

우린 한국에서 2년 살이 중인 캐나다 교포 가족이다. 캐나다 이민 22년 차에 유치원생 아이 하나, 초등학교 3학년 아이 하나 데리고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왔다.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고, 한국 생활을 해 보고 싶다는 소망하나로 왔다. 그런데 덤으로 얻은 것들이 의외로 많았다.


우린 캐나다에서 맞벌이 부부로 살았다. 육아휴직 보장이 잘 되어 있는 캐나다이지만, 아이를 기르는 첫 일 년간 확 줄어든 소득은 부담이었다. 나는 보장된 1년 휴직을 다 쓰지 못하고 첫째 아이가 10개월이 되었을 때 복직했다. 둘째를 낳고는 캐나다 정부에서 육아휴직 기간을 12개월에서 18개월로 늘려줬음에도, 첫째보다 더 짧은 6개월 만에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일찍 복직한 이유는 첫째는 돈 때문이었고, 둘째는 회사생활이 육아보다 훨씬 쉬웠기 때문이었다. 나는 돈을 벌어 그 돈으로 육아를 막아보려 했다.


캐나다에선 아이를 낳고 나면 맞벌이 가족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부부 중 한 명이 과연 집에 있는 것이 금전적으로 이득인가, 아니면 나가서 벌고 아이를 기관에 맞기는 게 이득인가 계산한다. 유치원부터 무상 교육인데 그전까진 집으로 아이 봐주시는 시터를 고용하던지, 어린이집 (day care) 같은 기관에 맡겨야 한다. 내가 아이 둘을 데이케어에 보내던 2014-2020년, 토론토는 1-2살 아기는 평균 $1,685 (약 168만 원), 2-3살 평균 $1,367 (약 130만 원), 유치원 가기 전 아이는 4살 평균 $1,150 (약 110만 원)이 매달 들어갔다. (자료는 2018년. https://www.ctvnews.ca/features/analysis-daycare-fees-continue-to-rise-across-canada-1.3940099)


캐나다의 어린아이들 키우는 비용은 다른 OECD과 비교했을 때도 높았다. 평균 OECD 국가들은 커플이 일을 했을 때 월 수입의 15% 정도가 어린이 돌봄 child care 비용으로 들어간다면, 캐나다는 월 수입의 22%가 어린이 돌봄 비용으로 들어갔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라면 소득대비 돌봄 비용 비율은 더 증가한다. 자랑스럽게 한국은 무료라 일등이다.

 


한국은 맨 위에 있다. 들어가는 비용이 전혀 없어서 0%로 나왔다. 2012년 자료다. 2024년인 현재, 한국은 여전히 무료이고, 캐나다는 여전히 비싸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두 아이를 기관에 맡기면서 한 달에 2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감당했다. 두 아이가 모두 어릴 땐, 도대체 내가 돈을 버는 것이 누구에게 가장 좋은 일인건지 심란했다. 그 당시엔 경력단절보다 남는 것이 많지 않더라도 버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때였다. 지금은 비록 퇴사하고 몇 년째 자발적 경력단절 상황이지만 말이다.


캐나다 정부도 어린아이들 돌봄 비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20년 연방정부는 데이케어의 비용을 거의 절반으로 줄이려 노력했다. 2023년 10월 토론토스타 신문 기사에 보면, 2-3살 아이의 한 달 돌봄 비용이 $725 (72만 원)으로 줄었다니, 2018년 자료의 나온 $1,367 (136만 원)에 비해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캐나다의 목표는 2025-26년까지 데이케어 하루 비용을 $10로 낮추는 것이다. (https://www.thestar.com/politics/provincial/child-care-costs-are-still-high-in-toronto-even-as-they-ve-dropped-elsewhere-in/article_8539aedf-fc7e-5a3f-8aab-a3beed512895.html) 나는 한 달에 200만 원 넘게 쓰면서 키웠는데,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사정이 나아진다니 다행이다.


데이케어 비용이 너무 높아 캐나다 부모들의 원성이 자자해지자, 정부가 갑작스럽게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데이케어 센터는 비용을 더 이상 올리지 않았고, 오히려 줄여줬다. 약속했던 정부 보조금을 믿고 내린 결정이었다. 기사를 찾아보니 보조금이 잘 들어오지 않아 데이케어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반대 작용으로 안 그래도 부족했던 센터의 숫자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캐나다가 겪고 있는 문제이다. (참고: https://www.cbc.ca/news/canada/toronto/child-daycare-funding-ontario-1.7085204)


실제 경험해 보지 않은 한국의 어린이집 비용은 정부가 약속한 무료가 사실상 무료가 아니었음도 알게 됐다. 2013년부터 한국정부는 만 0-5세까지 무상보육을 결정했다. 그런데 막상 특별활동비나 급식비, 차량운행비 명목으로 월 27만 원까지 학부모가 담당할 수도 있었다. 뭐, 27만 원이면 캐나다와 비교했을 땐 거의 무료나 다름없다고 할만하다. 앞으로 캐나다가 정말 하루에 $10로 데이케어 비용을 줄이게 되면, 캐나다가 돌봄 비용이 더 싸게 될 수도 있겠다.


출처: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548485



세계적으로 물가는 천장 높은 줄 모르고 높아지고 있고, 선진국일수록 점점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 캐나다도 한국도 큰 틀에선 비슷한 트렌트를 경험하고 있다. 물론 출산율로는 한국이 좀 더 극단적인 현상을 나타내고 있지만, 캐나다의 출산율도 최근 많이 내려갔다. 현재 캐나다는 1.44이고, 한국은 0.72 (2023년 기준)이다. 대신 캐나다는 부족한 출산율을 공격적인 이민정책으로 만회하는 중이다. (출처: https://globalnews.ca/news/9988609/canada-births-2022-statcan/#:~:text=A%20Statistics%20Canada%20report%20released,sharpest%20drop%20recorded%20since%202005.)


아이가 점점 귀해지는 시기에 캐나다와 한국 모두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아이 키우는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한 달 생활 비용의 조건이 동일하지 않는 두 나라의 데이케어 비용만 비교해서 어느 곳이 더 비싸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각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아이를 기르는 부모 입장에서는 현재 감당하는 데이케어 비용이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것엔 두나라의 부모들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시점에 어느 나라가 0-5세까지 키우는데 더 싼가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한국이 절대적으로 싸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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