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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기, 한국과 캐나다 중 어디가 더 쌀까

by 안개꽃

우린 한국에서 2년 살이 중인 캐나다 교포 가족이다. 캐나다 이민 22년 차에 유치원생 아이 하나, 초등학교 3학년 아이 하나 데리고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왔다.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고, 한국 생활을 해 보고 싶다는 소망하나로 왔다. 그런데 덤으로 얻은 것들이 의외로 많았다.


우린 캐나다에서 맞벌이 부부로 살았다. 육아휴직 보장이 잘 되어 있는 캐나다이지만, 아이를 기르는 첫 일 년간 확 줄어든 소득은 부담이었다. 나는 보장된 1년 휴직을 다 쓰지 못하고 첫째 아이가 10개월이 되었을 때 복직했다. 둘째를 낳고는 캐나다 정부에서 육아휴직 기간을 12개월에서 18개월로 늘려줬음에도, 첫째보다 더 짧은 6개월 만에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일찍 복직한 이유는 첫째는 돈 때문이었고, 둘째는 회사생활이 육아보다 훨씬 쉬웠기 때문이었다. 나는 돈을 벌어 그 돈으로 육아를 막아보려 했다.


캐나다에선 아이를 낳고 나면 맞벌이 가족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부부 중 한 명이 과연 집에 있는 것이 금전적으로 이득인가, 아니면 나가서 벌고 아이를 기관에 맞기는 게 이득인가 계산한다. 유치원부터 무상 교육인데 그전까진 집으로 아이 봐주시는 시터를 고용하던지, 어린이집 (day care) 같은 기관에 맡겨야 한다. 내가 아이 둘을 데이케어에 보내던 2014-2020년, 토론토는 1-2살 아기는 평균 $1,685 (약 168만 원), 2-3살 평균 $1,367 (약 130만 원), 유치원 가기 전 아이는 4살 평균 $1,150 (약 110만 원)이 매달 들어갔다. (자료는 2018년. https://www.ctvnews.ca/features/analysis-daycare-fees-continue-to-rise-across-canada-1.3940099)


캐나다의 어린아이들 키우는 비용은 다른 OECD과 비교했을 때도 높았다. 평균 OECD 국가들은 커플이 일을 했을 때 월 수입의 15% 정도가 어린이 돌봄 child care 비용으로 들어간다면, 캐나다는 월 수입의 22%가 어린이 돌봄 비용으로 들어갔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라면 소득대비 돌봄 비용 비율은 더 증가한다. 자랑스럽게 한국은 무료라 일등이다.


한국은 맨 위에 있다. 들어가는 비용이 전혀 없어서 0%로 나왔다. 2012년 자료다. 2024년인 현재, 한국은 여전히 무료이고, 캐나다는 여전히 비싸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두 아이를 기관에 맡기면서 한 달에 2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감당했다. 두 아이가 모두 어릴 땐, 도대체 내가 돈을 버는 것이 누구에게 가장 좋은 일인건지 심란했다. 그 당시엔 경력단절보다 남는 것이 많지 않더라도 버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때였다. 지금은 비록 퇴사하고 몇 년째 자발적 경력단절 상황이지만 말이다.


캐나다 정부도 어린아이들 돌봄 비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20년 연방정부는 데이케어의 비용을 거의 절반으로 줄이려 노력했다. 2023년 10월 토론토스타 신문 기사에 보면, 2-3살 아이의 한 달 돌봄 비용이 $725 (72만 원)으로 줄었다니, 2018년 자료의 나온 $1,367 (136만 원)에 비해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캐나다의 목표는 2025-26년까지 데이케어 하루 비용을 $10로 낮추는 것이다. (https://www.thestar.com/politics/provincial/child-care-costs-are-still-high-in-toronto-even-as-they-ve-dropped-elsewhere-in/article_8539aedf-fc7e-5a3f-8aab-a3beed512895.html) 나는 한 달에 200만 원 넘게 쓰면서 키웠는데,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사정이 나아진다니 다행이다.


데이케어 비용이 너무 높아 캐나다 부모들의 원성이 자자해지자, 정부가 갑작스럽게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데이케어 센터는 비용을 더 이상 올리지 않았고, 오히려 줄여줬다. 약속했던 정부 보조금을 믿고 내린 결정이었다. 기사를 찾아보니 보조금이 잘 들어오지 않아 데이케어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반대 작용으로 안 그래도 부족했던 센터의 숫자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캐나다가 겪고 있는 문제이다. (참고: https://www.cbc.ca/news/canada/toronto/child-daycare-funding-ontario-1.7085204)


실제 경험해 보지 않은 한국의 어린이집 비용은 정부가 약속한 무료가 사실상 무료가 아니었음도 알게 됐다. 2013년부터 한국정부는 만 0-5세까지 무상보육을 결정했다. 그런데 막상 특별활동비나 급식비, 차량운행비 명목으로 월 27만 원까지 학부모가 담당할 수도 있었다. 뭐, 27만 원이면 캐나다와 비교했을 땐 거의 무료나 다름없다고 할만하다. 앞으로 캐나다가 정말 하루에 $10로 데이케어 비용을 줄이게 되면, 캐나다가 돌봄 비용이 더 싸게 될 수도 있겠다.


출처: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548485



세계적으로 물가는 천장 높은 줄 모르고 높아지고 있고, 선진국일수록 점점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 캐나다도 한국도 큰 틀에선 비슷한 트렌트를 경험하고 있다. 물론 출산율로는 한국이 좀 더 극단적인 현상을 나타내고 있지만, 캐나다의 출산율도 최근 많이 내려갔다. 현재 캐나다는 1.44이고, 한국은 0.72 (2023년 기준)이다. 대신 캐나다는 부족한 출산율을 공격적인 이민정책으로 만회하는 중이다. (출처: https://globalnews.ca/news/9988609/canada-births-2022-statcan/#:~:text=A%20Statistics%20Canada%20report%20released,sharpest%20drop%20recorded%20since%202005.)


아이가 점점 귀해지는 시기에 캐나다와 한국 모두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아이 키우는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한 달 생활 비용의 조건이 동일하지 않는 두 나라의 데이케어 비용만 비교해서 어느 곳이 더 비싸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각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아이를 기르는 부모 입장에서는 현재 감당하는 데이케어 비용이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것엔 두나라의 부모들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시점에 어느 나라가 0-5세까지 키우는데 더 싼가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한국이 절대적으로 싸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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