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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오 Mar 14. 2024

사람에게는 사랑할 힘이 없다

옥한흠 <길>

얼마 전에 나의 아버지가 천국으로 가셨다.

숨을 헐떡이며 우리 집 대문을 들어선 아버지의 얼굴과 팔과 손.. 상체가 풍선처럼 부어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상태가 매우 심각함을 깨닫고 바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여러 가지 응급 검사 후 폐암 4기... 그 후 정밀검사를 통해서 온몸전이.. 그렇게 40일이 흘러갔다.

아버지는 항암을 해서라도 더 살고 싶어 했지만 암세포에 아버지의 육신은 점점 소멸되어 갔다.

아버지가 떠난 지 딱 한 달이다.

난 지금도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아버지와의 기억으로 울컥 솟구치는 감정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종일 아버지와 지냈던 순간순간의 기억들이 나를  우울하게 파먹어 들어갈 것이 뻔하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작년 12월에 교회 제자반 신청을 해 놓은 상태였다.

아버지의 병세가 위중해져서 어쩌면 올해 제자반을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으나, 아버지는 올해 1월 31일 눈을 감으셨고 장례가 2월 초에 다 끝났고 아버지의 유품정리와 산상속 등등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3월,

나는 제자반 과제로 옥한흠 목사의 <길>을 읽었다.

평소 명쾌한 설교로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던 목사님의 글이었지만 아직도 우울한 내게 책이란 가당키나 한가.  그러나 제자반 과제이기에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나갔다.

처음 절반의 내용은 이미 들어 아는 내용들이라 별 감흥이 없었다.

다만, 내가 올 한 해 제자반을 통해 가장 바라는 것은 하나님을 더 알기 원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그것이었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이렇게 슬프고 슬픈 내가 왜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서는 예수님의 사랑을 모를까?

그것이 참 내겐 의문이었다. 하나님을 믿는다 하는 나는 하나님에게 사랑합니다 하고 고백을 진심으로 할 수가 없다. 왜???  내 육신의 아버지가 폐암의 고통으로 고통스러워할 때를 기억하며 눈물짓는 내가 왜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통에 대한 아픔을 모르는가?

그 답이 이 책에 있었다.

'사람에게는 사랑할 힘이 없다..'

이러한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을까.  사도요한은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위하여 화목제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니라"

-요한일서 4장 10절-


책에서는 또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은 우리를 사랑하신 모습을 최대한 투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다'라고.

그리하여,

주님이 제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자신을 죽이신 죄인들을 사랑하여 양자 삼으신 하나님 당신이시다.


" 또 산을 옮길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고린도전서 13장 2,3절-

난, 예전에 이 말씀의 의미를 잘 깨닫지 못하였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 방언을 받고 너무 신나 있는데 사랑이 없으면 꽹과리 소리와 같다고 하던 말씀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육신의 아버지를 이렇게 그리워하고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아버지와의 시간들. 특히 아버지가 내게 쏟았던 사랑의 기억 때문이다.

내 육신의 아버지가 내게 미움과 고통만 주었더라면 내가 이렇게까지 슬퍼할까?


그렇다면 하늘 아버지가 내게 주신 사랑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주님과 동행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나는 아버지의 사랑을 더 경험하고 깨달을 수 있다.

그래야만 하늘 아버지의 사랑을 투영할 수 있다.

아버지와 친근하면 할수록 아버지의 뜻도 알 수 있다.

이런 깨달음이 왔다.


올 한 해 제자반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알고, 그분의 사랑을 깨닫는 주님과 동행의 길이 된다면,

나는 한없이 기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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