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넉넉 May 13. 2022

세상의 전부, 엄마

목요일 에세이


아침에 일어날 때 재재는 “엄마”를 가장 먼저 부른다.  


내가 재재와 같은 시간에 일어날 때는 재재에게 바로 “응 엄마 여기 있어” 하며, 품에 쏘옥 들어오는 재재를 꼬옥 안는다. 그러면 쌔근 쌔근 엄마의 호흡과 함께 조금 더 잠에 들기도 하고, 밍기적 밍기적 엄마와 재미난 소리도 내고 웃긴 표정도 서로 보여주다가 잠이 깨곤 한다.  


나는 평일에 재재보다 한두 시간 먼저 일어나 작업을 한다. 그러다 재재가 일어나면 주변에 보이지 않는 엄마를 어김없이 “엄마, 엄마!” 하며 목청껏 불러댄다.  


우는 목소리.

엄마가 필요해, 이 목소리.  


당연히 바로 달려가지만, 당장 그러지 못하면 아빠가 안방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재재는 “아빠 가(나가)!”를 외치며 되레 더 운다.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가 재재에게는 약간 경쟁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빠에게는 엄마가 ‘따스한 집’이라면, 재재에게는 엄마가 “세상의 전부”이니까. 적어도 지금 재재가 작은 아이일 때는.  


재재가 날마다 몇 그람씩, 몇 킬로그램씩 크는 것 같다. 매일 아침 재재를 들어 안을 때마다 조금씩 느낀다. 솔직히 무겁다. 그런데 어쩔 건가. 그래도 상관없다.    


내 아이. 우리 아이.  

언제까지든, 엄마가 필요하면 한아름 안아줄 거야.  

어느 순간엔, 어느 아침엔 엄마보다 아빠를 더 먼저 부르는 날도 오겠지. 그래도 좋아.  

또 어느 날엔 엄마보다 아빠가 더 절실한 날도 오겠지. 그래도 괜찮아.  

엄마가 아빠고, 아빠가 엄마니까.  

엄마는 늘 여기 있어.  

재재가 필요할 때면 찾을 수 있는 곳에, 재재가 원할 때면 돌아올 수 있는 곳에 있을 거야.

이전 04화 엄마 따라 '악알악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