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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넉넉 Apr 28. 2022

엄마 따라 '악알악알'

목요일 에세이

"악알악알, 악알악알" 


잠자리에 들기 전, 양치할 때 내가 맨 마지막에 하는 '악알악알' 행동과 소리를 재재는 꼭 따라하려고 한다.

물컵에 남은 양의 물을 마지막으로 입에 담고 목을 젖혀 목구멍으로 물을 굴리며 세정하는 그 행위 말이다. 나와 재재는 그걸 ‘악알악알’이라고 한다. 


들리는 소리가 꼭 ‘악알악알’ 같아서 그렇게 알려줬을 때 재재가 말했다. 

"응~ 악알악알? 엄마, 악알악알해?"

"응, 엄마 악알악알해. 이렇게 하면 시원하거든. 그리고 입 안도 더 깨끗해져."

"응~ 엄마, 악알악알 해봐!"

내가 어떤 행위를 소개해주면 재재는 마치 자기가 악알악알 하는 법을 알려준 코치마냥 내가 잘 하는지 보기 위해 "한 번 해 봐"라며 턱을 들고 나를 지켜본다. 그 모습이 작은 '허세꼬마' 같아서 마냥 귀엽다.


처음 악알악알을 알려준 후로 며칠 지나지 않아 화장실에서 양치하고 있는 나에게 재재가 말했다.

“엄마, 재재 악알악알 하고 시포.”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 순간이 멈춘 화면처럼 내 눈에 콕 박혔다.

화장실 문턱에 서서 한 손으로는 컵을 잡은 손 모양, 다른 한 손으로 칫솔을 잡은 시늉을 하는 재재가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푸하핫 웃고 말았다. 


나는 재재의 칫솔과 작은 컵을 들려주었다.

"재재, 엄마 따라해 봐."

"악알악알, 악알악알"


아직 행동이 미숙해 물을 온전히 입에 담고 악알악알을 하긴 어렵지만, 제법 흉내를 낸다. 재재가 물을 입에 물고 악알악알을 하면 4분의 1 정도는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듯하고, 절반 정도는 아랫입술-턱-목을 타고 잠들기 전 새로 갈아입은 상의도 모두 젖는다. 나머지 4분의 1만 제대로 입 밖으로 퉤, 나온다.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화장실 바닥은 물로 씻어내면 되고, 상의는 다시 갈아입히면 된다. 엄마[아빠]가 조금 수고하는 것에 비해 재재의 사랑스러움은 너무도 큰 선물이고 기적이고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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