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에세이
재재와 함께 한 달콤한 주말 낮잠 시간.
약 2시간 정도 푹 자고 나면 둘 중 먼저 일어난 사람이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운다. 혹은 기다린다. 누가 먼저 일어났느냐에 따라 여적 누워있는 사람의 운명(?)이 결정된다. 재재가 먼저 일어나면, 재재는 눈을 뜸과 함께 “엄마!” 외치기 때문에 나는 조금 무리해서라도 신체리듬을 꿈속리듬에서 현실리듬으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내가 먼저 일어나면, 옆에서 쌔근쌔근 자고 있는 천사의 모습을 빤히 바라본다. 볼을 슬며시 쓰다듬어보기도 한다. 마음 한 편에는 이 천사의 볼을 한없이 비비대고 장난스럽게 간지럼을 태워 깨우고 같이 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고, 마음의 다른 한 편에서는 이 천사가 약 30분만 더 잠으로써 우리 가정에 조용한 평화를 좀 더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는 깜찍한 희망을 품는다. (나는 이 세상 모든 부모가 자고 있는 천사를 보며 이 두 가지 마음속에서 왔다 갔다 하리라는 걸 왠지 모르게 알 것 같다.)
그렇게 두 가지 선택지에서 가벼운 고민을 하는 동안, 머지 않아 재재는 천천히 눈을 뜬다.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를 보고 안심하는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다가 “엄마~” 하고 나른하게 나를 부른다. “오야~ 내 새끼. 일어났어? 엄마가 재재 얼굴 한참 바라보고 있었어. 우리 천사. 자는 모습도 어쩜 이렇게 사랑스럽니.”
내가 재재를 안아주기도 전에 재재는 일어나 두 팔을 벌려 나를 껴안는다. 속으로 생각한다. ‘따뜻하다, 우리 천사. 그래도 5분만 더 잤으면 좋았겠다...’ 은밀하게 씁쓸함을 삼키다 재재의 표정을 보고 그런 생각은 금세 접게 된다. 잠에서 깨어나 엄마의 얼굴을 보고 느끼는 안도감, 기쁨, 내 세상이 역시 안전하구나, 하는 그런 표정.
그럼 그럼~ 재재가 꿈속에 있든 깨어 있든, 엄마는 재재의 안전한 세상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