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에세이
재재야,
재재는...
짙은 눈썹과 아몬드같이 부드러운 눈매는 아빠를 닮았고,
웃을 때 납작한 하트모양 입술은 엄마를 닮았고,
하얀 살결은 아빠를 닮았고,
동글한 듯 뾰족한 귀는 엄마를 닮았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발가락은 아빠를 닮았고,
작은 머리는 엄마를 닮았지.
우리 재재는 그렇게 엄마, 아빠 아들이지.
몸 구석구석,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하나 특이하고 신기한 걸 발견했지.
재재의 양쪽 엄지손가락이 자연스럽게 확 펴지지 않는다는 사실.
재재가 신생아일 때 엄지손가락을 나머지 네 개 손가락 아래에 굳게 묻어 두길래 엄지손가락을 펴 보려고 하니까 재재가 많이 불편해하면서 앙- 소리를 내고 자꾸 손을 빼내려하는 걸 보고 알았지.
방아쇠수지증후군*처럼 아주 안 펴지는 증상인 줄 알고 재재가 아기 때 병원을 이곳저곳 다니면서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크면서 괜찮아질 만한지 의사의 소견을 물으며, 엄마와 아빠는 꽤 걱정했었지.
*방아쇠수지증후군: 손가락 굽힘 힘줄에 결절 또는 종창이 생기거나 손등뼈의 일부가 두꺼워져 그 아래로 힘줄이 힘겹게 통과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현상이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 힘줄이 병변 부위를 통과하면서 심한 마찰이나 통증이 느껴져 움직이기 힘들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딱 소리가 나면서 움직여지는 질환이다. 마치 방아쇠를 당길 때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방아쇠 수지라는 이름이 붙었고 주로 엄지손가락에 많이 발생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그런데 있잖아.
엄마의 엄지손가락도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달랐어.
엄지손가락 뼈가 45도 정도 휘어서 손을 활짝 펴면 엄지손가락만 지그재그처럼 펴지곤 했어.
다른 아이들이 손을 쫙 펼 때 굴곡 없이 펴지는 다섯 손가락을 보며 늘 부러워했거든.
“감자에 싹이 나서 이파리에 싹- 싹- 싹!” 하는 손 게임을 할 때도 엄마 손가락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해서 손을 일부러 완전히 펴지 않고 경례할 때처럼 딱 붙여서 놀곤 했어.
엄마에게 그런 작은 열등감이 있었지.
어릴 때 엄마는 피아노 치는 걸 좋아했는데, 모든 손가락을 쫙 벌려 멀리에 있는 건반을 한꺼번에 누르지 못해 많이 아쉽고 슬펐어.
그래도 피아노에 큰 재능이 있지 않다는 걸 알고는 조금씩 덜 슬퍼하게 됐지 뭐야. 하하.
크면서 이런 손모양도 있다는 것, 이렇게 생겨도 괜찮다는 것, 특별히 고통이 느껴지지 않으면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지.
다행이 재재의 엄지손가락은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 아니었어.
재재는 엄마의 ‘지그재그 엄지손가락 유전자’를 물려받은 모양이야.
많은 것 중 어쩜 이런 것까지 닮을 줄이야.
신기하고 놀라워.
재재야,
재재 안에 있는 마음과 성품과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은 언제나 건강하고 지혜로운 것으로 키워갈 수 있게 엄마, 아빠가 도울게. 늘 공부하고 배우고 깨닫고 실천할게.
재재의 외모와 몸과 겉모습을 이루고 있는 것은 어떤 것이라도 재재가 온전히 재재의 것으로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좋아해주면 좋겠어.
건강을 해치는 요소를 제외하고는 예쁘고 못나 보이는 것, 정상적이고 비정상적이어 보이는 것 모두, 이미 재재가 가지고 태어난 것이라면 “나만의 특별한 매력포인트”라고 여기며 재재의 몸과 마음을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어.
엄마가, 아빠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할게.
엄마의 엄지손가락?
세상에 지그재그 엄지손가락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을걸.
지그재그 엄지손가락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걸.
그럼 그게 엄마의 매력포인트지.
엄마를 닮아 특별한 엄지손가락을 가지게 된 재재만의 이야기도 궁금한걸!
엄마는 오래오래 듣고 싶어.
재재만의 매력포인트가 만들어낼 이야기.
엄마와 아빠는 재재의 모든 것을 사랑해.
재재의 특별한 엄지손가락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