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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넉넉 Jul 14. 2022

소확행의 밤

목요일 에세이

모든 것이 고요한 밤. 나는 재재를 10시쯤 재운다. 재재가 잠에 들면 아직 마치지 않은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기 위해 조용히 내 쪽에 있는 이불을 걷고, 재재 배까지 이불을 덮어주고, 재재를 한 번 더 바라본다. 재재는 여느 때처럼 사랑스럽고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롭다. 이 고요함이 참 좋다. 베개에 머리만 닿으면 잠에 빠지는 잠복 많은 남편은 나와 윤재보다 더 먼저, 신생아처럼 잔다. 남편 볼을 한 번 쓰다듬는다. 그러고 침실에서 나오려고 하는데 남편이 뒤척이면서 깬다.   

  

남편: 작업하러 가?
나: 응. 좀 더 해놓고 마무리할 거야.
남편: (졸린 눈을 꿈뻑꿈뻑하며) 나도 일어나야겠다. 아까 하던 연구마저 해야지.
나: 피곤하면 자고 내일 일찍 일어나서 하지.
남편: 아니야. 괜찮아.     


내가 다시 침실에서 나가려고 하자, 남편이 “마누라” 하고 속삭인다. 뒤를 돌아보니 잠깐 기다리라고, 잠시 침대로 와 보라고 손짓을 해서 가까이 다가갔다. 남편이 침대 가장 안쪽에 누워있고, 그 옆에 재재가 아빠를 향해 모로 누워있다,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살포시 앉아 남편과 재재를 바라봤다. “뭐 하게?” 물었다.     


남편은 누운 상태에서 자기 옆에 놓인 재재의 힘없는 팔 하나를 부드럽게 만지며 살짝 들더니 “이것 봐봐” 하며 자기 입술 위로 가져갔다. 그러더니 스윽 미소를 지었다. 내가 조용한 입술 말로 “좋아?” 했더니 남편이 부채꼴 주름살 미소를 지으면서 “응” 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는 게 마냥 행복하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재재야 엄마, 아빠를 새로운 모양으로 행복하게 해 주어 고마워.

엄마, 아빠가 행복하니 우리 재재에게도 그 행복이 흘러들어 가겠지.

내 남편, 우리 아들,

잘 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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