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에세이
남편이 유독 피곤한 밤. 머리가 베개에 닿기만 하면 쉬이 달콤한 잠에 빠져버리는 복의 소유자 우리 남편은 그날 밤도 눕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조금은 거친 숨소리, 많이 피곤한 날에는 코 고는 소리가 정겹다. 아, 내 남편 이제 잠들었구나, 하고 알 수 있는 소리.
재재와 나는 장난감 놀이를 좀 더 하며 밤 데이트를 즐겼다. 재재가 핑크색 기차가 되고 내가 초록색 기차가 되었다가, 내가 뽀로로가 되고 재재가 크롱이 되었다가…. 그러다 재재가 아기호랑이같이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 ‘이제 잘 시간 알람’이 울린다고 보면 된다.
재재야, 재재 하품했네. 엄마도 하품 나온다. 우리 침대방(아직 ‘안방’이라 하지 않고 침대가 있는 방이니 ‘침대방’이라고 해야 이해를 잘 한다.)에 들어갈까?
(소심한 목소리, 삐죽 나온 입술) 좀 더 놀고 싶은데...
밤이 많이 늦어서 동네 이웃들도 다 침대방에 들어갔대. 우리 마지막으로 장난감 누가 누가 더 빨리 치우기 놀이 할까? 엄마 먼저 치운다! 이거, 저거!
(화색이 돌며 웃음 가득) 내가 더 빨리 치우꺼야! 엄마! 내가 더 빨라!
오 재재 진짜 빠르다! 짝- 짝- 짝-
우리는 장난감을 모두 정리하고 손을 마주잡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어? 아빠 자네? 아빠아!
(속삭이며) 재재야, 아빠 지금 자고 있으니까 우리 쉬- 조용히 하고 눕자.
(조용하게) 아빠아~~~
아빠가 꿈나라에 먼저 갔대. 우리도 누워서 눈 감고 꿈나라에 가볼까?
(카랑카랑 목소리로) 꿈나라? 아빠가 꿈나라에 이따고?
응. 아빠 먼저 꿈나라 가서 놀고 있대.
(카랑카랑 더 큰 목소리로) 잉? 아닌데? 아빠 꿈나라 아니고 여기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배꼽을 잡고 목 놓아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직 꿈나라 개념이 없는 재재에게 너무 당연하게 아빠가 꿈나라에 있다고 말한 나도, 꿈나라 개념을 잘 몰라 너무도 순수하게 눈앞에 보이는 아빠를 가리키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재재도 정말이지 코믹 그 자체. 날것 그대로의 재재의 순수함에 말 그대로 빵 터져버렸다.
‘엄마가 재재에게 너무 일찍 추상의 나라에 대해서 말했구나.’
재재는 기억과 상상을 이제는 제법 잘해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기억해 말할 수 있고, 역할놀이를 할 때 다양한 인물을 상상해내 흉내도 잘 내는 34개월 어린이라고 여겼지만,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단어와 그 단어가 만들 수 있는 무한한 공상 세계는 아직 정신적으로 그려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순간 깨달았다.
*
엄마가 재재의 몸과 머리와 마음이 단계별로 잘 자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도록 재재답게, 사랑스럽게 표현해주어 고마워! 엄마는 지금 재재의 순수함과 동그란 눈을 충만하게 만끽 중이야. 재재와의 사랑스러운 추억을 글로 남기고 있는 지금까지도 행복감이 이어지고 있는 걸. 앞으로 더 많이 자라날 재재의 상상력을 기대해. 조만간 재재와 ‘꿈나라’속에서 일어나는 휘황찬란하고 삐까뻔쩍한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그때는 엄마, 아빠 배꼽이 어디 간 줄도 모르고 마냥 웃음바다에 빠지겠지. 히히.
(‘배꼽이 어디 간 줄도 모르고’ 이런 표현도 재재가 완벽히 이해하는 날도 곧 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