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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넉넉 Jun 10. 2022

재재가 크고 우리가 작은 순간

목요일 에세이

재재와 놀 때 나는 여러 개의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그 발견에 놀랄 때도, 약간 어색할 때도, 쑥스러울 때도 있다. 까르르 소리 내는 나, 웃기게 천방지축 춤추는 나, 아기 목소리 흉내 내는 성우 같은 나, 숨바꼭질할 때 안 들켰으면 하고 씨익 웃으며 스릴감을 즐기는 나, 마냥 어린이 같은 나…. 또 다른 나, 특히 ‘작고 어린 나’를 발견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꽤 반갑다.     


나는 재재에게서도 ‘새로운 재재 곧잘 발견하곤 하다.   예로, 내가 어린아이 같이 마냥 웃고 있으면 재재가 나에게 가까이  자기  손을  펴서  양쪽 뺨에  대고  얼굴을 입술 쪽으로 꾸욱- 꾸욱- 눌러대는 것이다.  살이 앞으로 모두 밀려 호빵맨처럼 - 나오게 말이다. 그러다   뺨을 부드럽게 만질만질하기도 하고, “엄마 예쁘다하면서  손으로 비벼주기도 한다. 나보다 재재가   사람 같다고 느낀다.      



재재가 나에게 이렇게나 사랑을 줄 수 있는 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고 있구나. 재재는 종종 이렇게 엄마, 아빠보다 더 큰 사람으로 우리 앞에서 아낌없이 사랑을 줄 수 있는 넉넉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구나. 나와 남편이 작은 존재가 되고 재재가 우리보다 마음이 더 큰 존재가 되는 순간의 행복을 나는 미루지 않고 당장 만끽한다. 재재의 작고 따스한 손길, 무엇을 조건으로 달지 않고 웃어줄 때 환히 드러나는 작은 치아와 잇몸, 귓속을 청소해주는 듯한 청량한 웃음소리.      


내가 어렸을 적 늘 받고 싶었던 선물을 작고 어린 재재에게 받게 될 줄이야. 그것도 넘치게. ‘온몸으로 말하는 사랑’ 말이다. ‘내가 받기 어려웠던 선물이라면 사랑하는 남편에게, 자녀에게 원 없이 줘야지. 사랑의 표현은 아낌없이 해야지.’ 이렇게 굳게 다짐했던 나의 마음 앞에, 사랑을 표현하겠단 다짐도 의식도 필요하지 않다는 저 아이의 당당한 사랑.      


지금, 엄마와 아빠는 재재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구나.

고마워 재재야.

엄마, 아빠에게 마음이 가장 순수하고 큰 사람이 되어 주어서.

엄마, 아빠에게도 어리고 여린 마음이 무사히 숨 쉬고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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