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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넉넉 Oct 28. 2022

지금은 엄마 뱃속보다 엄마 옆이 좋아

목요일 에세이

재재는 잘 때 내 품 안에 안기는 걸 좋아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재재가 눕는 걸 아주 좋아하는 장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내 허벅지와 다리 사이. 태어났던 곳 근처여서 그곳을 좋아하는 걸까?


언젠가는 재재가 누워 있는 내 다리 사이로 들어가 누운 상태로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나: 재재 다시 엄마 뱃속에 들어가고 싶어? 

재재: 응.

나: 다시 들어가면 재재가 좋아하려나? 엄마 배에서 헤엄치고 엄마가 먹는 밥 먹고 엄마 뱃속에서 잠도 자고.

재재: 응. 나 엄마 배에서 헤엄도 치고 밥도 먹고 잠도 잘래.

나: 그래? 그럼 한 번 들어가 볼래?

재재: 엄마, 나 엄마 배에 들어가면, 그럼 엄마 못 만나? 

나: 엄마 뱃속에 있으니까 엄마랑 매일, 계속 계속 같이 있지. 

재재: 응. 

나: 그런데 엄마 얼굴은 못보겠지. 엄마 뱃속에서는 재재가 따뜻하게 지내겠지만, 엄마 얼굴은 못 볼 거야. 그래도 괜찮아?

재재: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아아아아아니?!

나: (장난기 발동) 그래도 궁금하니까 엄마 뱃속에 들어가볼까?

재재: (살짝 울 것 같은 심각한 얼굴) 아아아아니야!!!

나: (재재를 안아주며) 장난이야, 장난. 재재는 엄마 얼굴 보는 게 더 좋아? 이렇게 엄마랑 껴안고?

재재: (고개를 끄덕이며) 응. 엄마 얼굴 볼래.


그림: 희파람


사랑스럽다, 재재.

옆에서 보고 있던 남편과 눈이 마주치며 우리는 씨익 웃는다.

마음이 꽉 찬 것 같고 참으로 행복하다. 


태아일 때는 엄마 뱃속이 좋았고, 아기일 때는 엄마 품이 좋았는데,

지금은 엄마 얼굴도 알고, 엄마랑 얼굴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 엄마랑 눈 맞추고 마음을 나누는 것도 좋은 우리 재재. 아빠와도 마찬가지겠지.

재재가 살아온 3년 동안에도 엄마, 아빠와의 추억이 하늘만큼 땅만큼 바다만큼 많이 쌓여 있으니, 엄마 뱃속이 아무리 좋았어도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하는 재재. 엄마와 아빠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하는 게 더 좋은 재재. 엄마, 아빠를 사랑해주어 고마워, 재재야.

     

요즘 재재랑 엄마랑 매일 하는 말.

"하늘만큼 땅만큼 바다만큼 좋아!"

엄마랑 아빠는 하늘만큼 땅만큼 바다만큼 재재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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