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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넉넉 Aug 27. 2022

꿈나라가 뭐야?

목요일 에세이

남편이 유독 피곤한 밤. 머리가 베개에 닿기만 하면 쉬이 달콤한 잠에 빠져버리는 복의 소유자 우리 남편은 그날 밤도 눕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조금은 거친 숨소리, 많이 피곤한 날에는 코 고는 소리가 정겹다. 아, 내 남편 이제 잠들었구나, 하고 알 수 있는 소리.     


재재와 나는 장난감 놀이를 좀 더 하며 밤 데이트를 즐겼다. 재재가 핑크색 기차가 되고 내가 초록색 기차가 되었다가, 내가 뽀로로가 되고 재재가 크롱이 되었다가…. 그러다 재재가 아기호랑이같이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 ‘이제 잘 시간 알람’이 울린다고 보면 된다.      


재재야, 재재 하품했네. 엄마도 하품 나온다. 우리 침대방(아직 ‘안방’이라 하지 않고 침대가 있는 방이니 ‘침대방’이라고 해야 이해를 잘 한다.)에 들어갈까?
(소심한 목소리, 삐죽 나온 입술) 좀 더 놀고 싶은데...
밤이 많이 늦어서 동네 이웃들도 다 침대방에 들어갔대. 우리 마지막으로 장난감 누가 누가 더 빨리 치우기 놀이 할까? 엄마 먼저 치운다! 이거, 저거!
(화색이 돌며 웃음 가득) 내가 더 빨리 치우꺼야! 엄마! 내가 더 빨라!
오 재재 진짜 빠르다! 짝- 짝- 짝-     


우리는 장난감을 모두 정리하고 손을 마주잡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어? 아빠 자네? 아빠아!
(속삭이며) 재재야, 아빠 지금 자고 있으니까 우리 쉬- 조용히 하고 눕자.
(조용하게) 아빠아~~~
아빠가 꿈나라에 먼저 갔대. 우리도 누워서 눈 감고 꿈나라에 가볼까?
(카랑카랑 목소리로) 꿈나라? 아빠가 꿈나라에 이따고?
응. 아빠 먼저 꿈나라 가서 놀고 있대.
(카랑카랑 더 큰 목소리로) 잉? 아닌데? 아빠 꿈나라 아니고 여기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배꼽을 잡고 목 놓아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직 꿈나라 개념이 없는 재재에게 너무 당연하게 아빠가 꿈나라에 있다고 말한 나도, 꿈나라 개념을 잘 몰라 너무도 순수하게 눈앞에 보이는 아빠를 가리키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재재도 정말이지 코믹 그 자체. 날것 그대로의 재재의 순수함에 말 그대로 빵 터져버렸다.      


‘엄마가 재재에게 너무 일찍 추상의 나라에 대해서 말했구나.’


재재는 기억과 상상을 이제는 제법 잘해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기억해 말할 수 있고, 역할놀이를 할 때 다양한 인물을 상상해내 흉내도 잘 내는 34개월 어린이라고 여겼지만,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단어와 그 단어가 만들 수 있는 무한한 공상 세계는 아직 정신적으로 그려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순간 깨달았다.      


*

엄마가 재재의 몸과 머리와 마음이 단계별로 잘 자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도록 재재답게, 사랑스럽게 표현해주어 고마워! 엄마는 지금 재재의 순수함과 동그란 눈을 충만하게 만끽 중이야. 재재와의 사랑스러운 추억을 글로 남기고 있는 지금까지도 행복감이 이어지고 있는 걸. 앞으로 더 많이 자라날 재재의 상상력을 기대해. 조만간 재재와 ‘꿈나라’속에서 일어나는 휘황찬란하고 삐까뻔쩍한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그때는 엄마, 아빠 배꼽이 어디 간 줄도 모르고 마냥 웃음바다에 빠지겠지. 히히.

(‘배꼽이 어디 간 줄도 모르고’ 이런 표현도 재재가 완벽히 이해하는 날도 곧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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